국내연대 한미FTA 2007-01-22   516

국민 합의 없는 졸속 ‘빅딜’추진이 바로 ‘자해, 이적행위’

밀실협상에 대한 정보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자구적 행동정부의 협상정보 비공개야말로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

지난 주 두 언론사를 통해 한미FTA 6차 협상에 대한 비공개자료가 공개되자 정부는 ‘자해’, ‘매국’, ‘이적행위’ 등의 과격한 용어를 써가며 자료의 공개 자체가 매우 큰 사회적 혼란인 냥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협상 개시부터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 토론을 배제한 채 최소한의 정보제공도 하지 않고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따른 문제의 심각성은 덮어 둔 채, 국민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공개한 행위만 매도하는 적반하장을 연출하고 있다. 우리는 협상 막바지에 이르러 정부가 충분한 정보공유 없이 강행하고 있는 밀실에서의 ‘빅딜’이야말로 바로 자해행위이며 이적행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정부가 이번 일로 스스로의 비민주적이고 초헌법적인 협상태도를 정당화하고 밀실ㆍ졸속 타결 강행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우리는 정부의 이러한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알려진 대로 5차 협상까지 정부는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 중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미국으로부터 확약받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정부가 강조했던 무역구제 분야는 결국 미국의 양보를 얻지 못한 채 우리측 요구안의 양보로 이어져 왔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도 이미 물 건너 간 것으로 판단된다. 심지어 정부는 우리측에 치명적인 투자자정부제소조항을 미국측 요구 그대로 수용했다가 일부 부처와 여론의 반대로 이를 번복하는가 하면, 우리의 조세정책과 부동산 정책이 문제될 수 있다는 사실을 8월 이후에나 확인하고 이 두 분야를 유보안에 삽입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과 국회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한 바 없다.

이런 조건에서 6차 협상 이전부터 정부는 실무, 차관, 장관급 회의를 통해 이른바 ‘빅딜’을 시도, 사실상 협정의 타결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원로들과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받을 것 없는 줄 것만 있는 거래’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6차 협상을 앞두고 ‘빅딜’을 하기 위한 내부 정리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자동차+무역구제:의약품, 섬유:농산물 등의 ‘빅딜’은 정부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으나 실제로는 기정사실로 굳어져 왔었고 결국 이번 정부 비공개 문건에서 그 일부 사실이 확인되었다. 심지어 통상교섭본부와 재경부 등 정부 일부 부처는 이를 위해 이견을 가진 각 부처를 압박하여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림부, 보건복지부, 방송위, 문광부 등 이견을 가진 부처에 대해 맹목적인 타결을 종용하는 정부의 압박은 해당 부처장 및 협상담당자들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하였다. 반면 협상에 협조적인 부서의 경우, 국민과 국회 동의없이 개방 위주의 유보안을 만들어 문제가 되기도 하였다. 자발적인 대폭 개방을 협상기조로 하고 있는 금융서비스 분야의 협상안이 그 사례이다.

이러한 ‘빅딜’이 사실이라면, 이것이 더욱 심각한 ‘매국, 이적행위’이다. 협상에는 최소한의 ‘민주적 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거래가 과연 누구의 동의와 합의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의 태도는 미국의 접근법과도 너무나 차이가 난다. 미국의 협상대표는 의회가 미리 제시한 엄격한 지침을 벗어나는 협상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을 배제하는 매우 신중한 접근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단 하나의 법률도 개정하지 않은 것을 목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고 실제 협상결과도 그렇게 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위임절차도 밟지 않고 160여개의 법률안이 개폐될 가능성이 있는 협상을 제 멋대로 진행하고 있고 아직까지 국회와 국민 앞에 어떤 법률, 어떤 정책이 협상 결과에 따라 바뀔 것인지도 고지하지 않고 있다. ‘참여정부’라는 명칭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이는 민주정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우리 헌법은 이 같은 경우에 국민이 저항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아무리 좋은 결과라 하더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위반하는 것이 용납될 수는 없다. 게다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빅딜’처럼 ‘얻을 것 없는 줄 것뿐인, 수세대에 걸쳐 미래를 좌우할 거래’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정부가 ‘국익을 위한 협상’을 자임한다 해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지금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일을 강행하고 있고 위임받지 않은 일에 손대고 있다. 이번에 언론에 밝혀진 상식 수준의 협상정보의 유출로 입을 피해는 사실 경미한 것으로, 정부의 밀실협상으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혼란보다 더 큰 사회적 손실, 국익의 상실에 견줄 수 없다. 이 점에서 일부 단체들과 언론의 정보공개는 최소한의 사회적 토론과 합의를 형성하기 위한 자구적 행위이며, 밀실에서의 ‘빅딜’이야말로 매국적 행위이다.

따지고 보면 언론이 공개한 6차 협상 관련 문건의 내용은 정부의 브리핑 등에서 이미 밝혀진 내용이다. 무역구제는 지난 12월 미 협상단이 국회에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쟁점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측에 ‘비합산 조치’를 포함한 다섯 가지 쟁점을 계속 요구하겠다며 협상에 있어 ‘지렛대’로 이용할 것임을 공공연히 주장해 왔다. 이처럼 언론에서 밝힌 협상 전략은 이미 알려진 사실로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다. 또한 금융서비스 분과에 있어서도 ‘내국인 금융정보의 제3국 이동’문제는 이미 3차 협상 때부터 알려진 사실이고, 이를 우리 정부가 받아들일 경우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가 있을 것이란 것도 전문가, 시민사회단체를 통해 지적되었던 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한 국민적 합의나 토론을 하려는 노력은 없이 협상 정보가 유출된 것만을 부각시키며 밀실 행정에 대한 책임은 피하려는 모습이다.

문제의 진정한 본질은 정부가 유출될만한 중요 정보를 국회에 보고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국회 특위 위원들 스스로가 특위에 보고하는 협상전략 및 결과 보고 문건이 언론 브리핑수준과 다르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해 오지 않았던가? 이 점과 관련하여 국회 특위의 무책임한 태도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회 특위가 한미FTA협상대표단의 사후 뒷수습이나 해주는 거수기에 머무르고 있고 실질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협상대표단의 협상방향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특위는 도리어 그나마의 정보공개 통로인 비공개자료실 운영마저 폐쇄하겠다며 정부의 들러리를 서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월권적 밀실협상을 강행하면서 ‘정보유출’에 목청을 돋우는 적반하장의 상황이 연출하게 된 책임의 반은 무능 무책임한 국회에 있다.

방송위원장이 ‘FTA 내부 문건 유출 의혹’과 관련한 내부 감사 운운하는 것도 한심한 일이다. 방송위원장은 지난 11일 언론노조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외통부와 재경부가 방송서비스를 개방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규탄하는 내용이 내부 문건의 내용과 비슷하다며 정보유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방송위원장은 스스로 공약한 바 방송서비스 ‘미래유보’가 정부의 빅딜 구상으로 위태롭게 된 조건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태도나 노력은 보이지 않은 채 정보유출이나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부는 심각한 월권적 행동을 강행하고 있다. 이 밀실거래는 수세대 동안 우리 국민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월권행위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일부 언론과 사회단체에서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협상정보 중 일부를 공개한 것은 최소한의 자구적 행위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자료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한미FTA와의 상충법률을 한 달 씩이나 조사하면서 발표를 했겠는가? 정부는 협상 시작부터 지금까지 ‘미 의회 일정에 쫓기지 않겠다’, ‘TPA 시한에 쫓기지 않겠다’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밀실에서 ‘빅딜’을 추진하며 2월 타결을 추진하는 모습은 이런 정부의 약속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정보유출을 내세운 ‘마녀사냥’식 비난과 바람몰이를 중단하고 협상실태와 쟁점에 대한 상세한 정보공개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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