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한미FTA 2006-09-05   574

국회특위에 대한 정부의 한미FTA협상자료 원본 공개, ‘3일간’, 상당수는 ‘영문’

정부 3차 협상단 출발하고 난 후에야 초안 공개

우리측 협정문 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 외에는 모두 영문

유일한 열람권자인 특위위원 일부, 열람기간 동안 ‘멕시코 현지조사’ 엇박

정부는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협정문 초안 등을 공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협정문과 양허안 초안을 9월 4일부터 6일까지 단 3일에 한해 한미FTA특위 소속 의원과 보좌관에게만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열람을 시도한 의원에 따르면 공개한 자료의 대부분이 영문자료라는 것이다. 국문자료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영문원본에 대한 번역본도 갖추어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미FTA와 관련된 정보를 일체 비공개하다가 사회적 반발에 못이겨 3차 협상단이 출국하고 협상 기간에 임박한 9월 4일~6일에 메모도 불가능한 ‘열람’의 형태로 공개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공개된 자료, 즉 한미 양측의 ‘협정문 초안, ‘관세 양허안’, ‘서비스투자 유보안’, ‘금융서비스 유보안’ 중 우리측 ‘협정문 초안’과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문이라는 점이다.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은 이런 무성의한 방식으로 공개하는 영문자료들의 상당수는 국회에 공개하기에 앞서 이미 미국에게 전달된 자료들이라는 점이다. 3차 협상안 중 정부가 특위에 사전에 열람토록 공개했던 자료는 상품 분야에 대한 양허안이 유일한 것이었고 이번에 공개하는 상품 분야 외의 초안은 미 측에 양허안을 제출한 후 사후적으로 자료를 공개하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특위의 목적인 “협상 체결에 대한 보완 및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요구마저 저버리면서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이번 자료 공개를 통해 우리 정부에는 국문본 자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한 국가 전체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협상에 있어 국문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지난 수개월간 협정문 초안을 국문으로 작성하고 국회에도 국문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해왔었다. 이 단순한 것이 왜 이행되지 않는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문본으로 협상안을 마련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은 왜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국문본이 없다는 것은 대통령이나 국무위원들은 협상안의 원문을 모두 영어로 보았다는 것인가? 도대체 영문으로 된 원본으로 부처간 의견조율이나 각계 의견수렴을 진행했다는 것인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한심하고 딱하기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자료를 국문으로 작성하라는 자신의 요구가 정부에 의해 이토록 무시당하고 있는데 대해 자신의 권한도 포기한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특위에게만 협정문과 양허안 원본을 공개하겠다며 3일간 영문자료를 열람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원안을 열람할 수 있는 국회의원들의 상당수는 그 3일 동안 멕시코 현지조사활동을 떠나 정작 자료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 한미FTA 특위 위원장과 각 당 간사, 그리고 일부 의원들은 (열린우리당 홍재형, 송영길, 김태년 의원과 한나라당 윤건영, 안홍준 의원)은 9월 3일부터 8일까지 멕시코로 외교활동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6차에 걸친 회의 기간 동안 정보 부족 등을 호소하던 국회의원들이 막상 자료를 공개하는 기간에 맞춰 멕시코로 외교활동을 떠난 것은 적절치 않다. 물론 보좌관들이 자료를 열람할 수 있으나, 영문으로 된 천여 페이지의 자료를 검토하는 일을 보좌관에게만 맡길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멕시코 현장방문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 많은 시간을 두고 왜 하필 지금인지 의문이지만, 의원들이 외유를 떠나는 기간에 한해서만 자료를 공개하기로 한 정부의 처사도 못마땅하다. 정부와 국회가 일을 제대로 할 의사가 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협정문 초안을 국문으로 작성하는 것은 주권국에서 상식적인 일이다. 영문으로 초안을 만드는 것이 협상 실무에 다소 편의를 제공한다 하더라도 외교와 협상에서 편의보다 중요한 것은 협상에 대한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를 만드는 일이며, 국민 우선의 관점을 세우는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측 협상단은 영문 합의문만 정본으로 인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문초안조차 작성하지 않은 한국 협상대표단이 이 문제를 주권국 협상대표답게 처리할지 의문이다.

한미 FTA협상은 17개 분야의 의제를 갖는 방대한 협상이며, 전 국민의 현재와 미래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전 국가적 사안이다. 우리는 국문자료 조차 만들지 않는 정부의 협상을 민주적 대표성을 갖춘 협상으로 인정할 수 없다.

PDe20060905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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