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한미FTA 2007-04-20   626

‘옹색한 면피용 이벤트’에 불과한 한미FTA 협정문 ‘비공개 열람’

국민과 국회 조롱 중단하고 타결원문 전면 공개해야

외교통상부는 오늘(2007. 4. 20) 지난 4월 2일 타결된 한미FTA 협정문 영문본의 일부를 국회특위와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의원들이 ‘비공개 열람’할 수 있도록 국회 비공개자료실에 비치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는 해당 위원회의 국회의원들과 1인의 보좌관에 한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만 열람된다. 이것은 지난 1년간 비밀스럽게 진행된 협상의 최종결과물을 공개하라는 국민과 국회의 빗발치는 요구에 직면한 정부가 명분만 취하고 실제 정보공개는 회피하기 위한 ‘면피용 이벤트’에 불과하다.

언론들은 오늘 정부가 국회에 행한 이벤트를 ‘협정문 공개’라고 타전하고 있으나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표현이다. 정부 스스로도 ‘비공개 열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협정문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비공개 열람방식으로 국회의원 일부에게만 접근을 허용한 자료는 ‘협정문 원문과 부속서’로 제한된다. 부속서한과 서비스/투자유보안, 상품양허안, 품목별원산지기준, 한미FTA 관련 용역보고서, 기술협의회 회의록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세부 문건들은 제외된다. 양허안과 유보안이 빠진 협정문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를 위해 1년여의 협상을 진행한 것 아니던가? 더구나 협상의 반을 차지하는 투자서비스 분야에서 타결된 네거티브 방식(포괄주의 방식. 유보안 외의 모든 것을 개방)의 협상 결과를 평가함에 있어 유보안을 빼놓고 과연 협상의 윤곽이라도 알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협상의 경구가 있을 정도인데 부속서한(side letter)을 제쳐둔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과의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 서류의 제출을 제외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민간전문가 700여명으로 구성된 33개의 자문위원회가 이들 협의 중인 자료를 검토하면서 이른바 ‘문안조정’에 개입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정부는 미국을 핑계로 자료의 제출을 미루고 있다. 특위와 통외통위로 상임위를 제한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보건복지위는 해당상임위가 아닌가? 한미FTA로 수십 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법사위는 왜 자료를 보아서 안되는가? 농해수위, 재경위, 정무위, 산자위는 또 왜 안되는가? 게다가 미국 측에서 노동 분야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환경노동위가 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 역시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나마도 열람이 허용된 50여명 남짓한 국회의원과 같은 수의 비밀취급인가를 지닌 1인의 보좌관들 중 영어를 모르는 이가 있다면 매우 제한적인 자료제공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정부는 메모 수준의 필사로 자료를 적는 것도 제한하고 있어 의원들은 관련 영문구에 대한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도 없다.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선출한 이유는 그들의 언어능력이나 통상전문성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가 국민의 대표로서 활용가능한 모든 전문역량을 동원하여 국정을 감시해 줄 것을 기대해서였다. 국회의원 자신이 영어를 모르면 보지 말라는 식의 이런 열람방식에 순응하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이는 국민의 대표 자격이 없는 국회의원이다.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타결직후의 담화문에서 “반대를 하더라도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합리적으로 토론에 임해 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객관적인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하여 토론하자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국회에서 전문가들의 책임있는 논의를 통해서 객관적인 평가를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도 국회에 나가서 소상히 설명드리고 토론에 적극 응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약속은 어디로 갔는가?

정부는 겨우 이까짓 내용을 ‘비공개열람’하면서 “문서유출 우려가 있어 어쩔 수 없다”느니 “아직 한미 간에 문안조정이 끝나지 않았는데 반대세력들이 문안변경을 이유로 침소봉대할 우려가 있다”느니 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참여정부를 자처하던 정부가 이토록 치졸한 방어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답답할 따름이다. 사실 문서유출 우려는 말이 안된다. 정부 스스로 타결을 선포한 협정문안을 국민과 국회에게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안의 토씨를 바꾸는 문제에까지 신중한 것은 이해할만하다. 그렇다고 공개 못 할 이유는 없다. 도리어 조정되어야 할 문안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막바지 문안조정에 도움이 될 지언정 해가 될 리 없다. 따라서 극구 이를 비밀로 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문안조정에 따른 시비거리 해소 등을 내세워 반대의견을 가진 국회의원이나 사회단체들이 마치 비합리적 요구나 일삼고 정부의 사소한 실수나 물고 늘어지는 비정상적인 세력인양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자신의 관료적 비밀주의에 대한 책임을 반대의견을 가진 국회의원과 사회단체들에게 전가해서는 안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더 이상 국민과 국회를 조롱해서는 안된다. 이런 방식의 옹색한 여론호도는 협상결과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적어도 국회의원 전원에게 협정문안 전체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 그 공개는 우리 정보공개법에 명시된 공개개념 즉 정보를 원하는 자가 가장 쉽고 빠르게 해당 정보를 완전히 알 수 있는 방식 – 열람은 물론 원본의 복사본을 해당 정보를 가감없이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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