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7-04-18   1559

故 허세욱 회원님에 대한 참여연대 임종대 공동대표의 弔詞

故 허세욱 회원님

영정 사진 속 당신은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오늘 이 대열의 어디쯤에 낯익은 반백의 스포츠 머리를 하신 작업복 차림의 당신이 서 계시다가 조용히 다가와 인사를 건네올 것만 같습니다.

늘 우리와 함께 했던 그 선한 웃음이 이렇게 생생한데 당신의 육신은 지금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크고 작은 실천의 현장에서 늘 우리와 함께 하셨던 분이시기에 더욱 황망하고 서러운 마음을 억누르기 어렵습니다.

고 허세욱 님은 택시노동자로, 그리고 시민으로 이 땅에 발붙이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우리의 이웃, 우리의 형제셨습니다. 항상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 정의를 향한 민중의 실천이 용솟음치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오셨던 우리의 참된 동지셨습니다.

당신은 늘 배우고자 하셨지만 거꾸로 우리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대열의 끄트머리에 서 계셨지만 도리어 선두의 우리를 일으켜 세워 주셨습니다. 항상 몸을 낮추시던 당신의 뜨거운 가슴은 언제나 우리의 심장보다 앞 서 민중의 고통을 향해 박동치고 있었습니다.

한미FTA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던 지난 4월 1일 오후, 당신은 고위급 협상이 진행 중이던 하얏트 호텔 앞에서 ‘한미FTA 폐기’를 외치며 분신하셨습니다. 한미FTA로 국민의 미래가 저당 잡히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다며, 손수 만드신 유인물을 택시 승객들에게 나누어주시고, 1인 시위 피켓을 들고 거리로 청와대로 향하시며 혼신을 다해 실천해 오신 당신은 결국 스스로 어두운 세상을 밝히는 횃불이 되는 길을 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온몸이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서도 ‘한미FTA 폐기’를 외치고 또 외치셨습니다.

54년간의 짧지 않은 한 평생, 이 땅 민중들과 더불어 분단냉전체제와 이윤추구사회가 강요하는 온갖 질곡을 뼛속 깊이 체험해 오신 고 허세욱 님, 당신은 스스로를 내던져 한미FTA가 몰고 올 민중의 고통을 앞 서 우리에게 일깨워 주셨습니다. “나는 내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던 그 마지막 말씀이 우리의 가슴을 저미어옵니다.

생전에 늘 우리를 부끄럽게 하시더니 지금 당신은 저 앞에서 남은 자들의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이끌고 계십니다.

부디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히 쉬소서. 그리고 ‘저 멀리 가서 묵묵히 꾸준히’ 당신을 기억하고 그 뜻을 따르려는 우리와 함께 하소서.

4월 18일 참여연대 공동대표 임종대

임종대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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