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참여가 서울광장을 바꿉니다


제주의 여름은 뜨거웠지만

지난여름, 제주도에 불었던 태풍 같은 주민들의 움직임을 기억하십니까?

6월, 제주도민 7만 7367명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으로 김태환 제주지사를 주민의 이름으로 소환했습니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정부와 기본협약을 체결한 것이 계기가 되었지만 그 외에도 관광객 전용 카지노 및 영리병원도입,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을 철저히 소외시킨 것에 대한 심판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씁쓸했지요. 11%의 저조한 투표율로 김태환 제주지사의 극적인 부활로 끝났습니다. 이는 시행요건(유권자 1/10의 서명으로 주민소환 청구가 성공해야 주민소환 투표실시가 가능하고 유권자의 1/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이 중 과반수가 이를 찬성해야만 단체장직 박탈이 가능함) 자체가 까로운 탓도 있겠지만,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인 주민들의 참정권 포기를 선동한 김 지사 측의 겁없는 ‘투표 불참’ 전략과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한 일부 공무원들 및 지자체의 노골적인 투표방해·선거개입에 더 큰 책임이 있습니다.

그들은 투표하러 나온 주민들의 신상을 파악했고 버젓이 투표소 입구에서 투표 불참을 강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역 언론들은 철저하게 침묵과 축소 보도로 일관해 주민직접참여민주주의의 정착이 얼마나 어려운가 보여주었습니다.


공무원 일이 많아지니 주민이 원하는 조례 ‘부결’

이러한 주민들의 움직임은 울산에서도 있었습니다. 지난 11월 26일 울산광역시 북구의회에서는 ‘울산광역시 북구 작은도서관 지원에 관한 조례’를 부결시켰습니다. 이 조례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아파트문화공간과 마을문고를 지원해 달라는 내용으로 “풀뿌리주민운동을 보다 발전시켜 올바른 공동체를 실현해 나가고자” 북구주민회를 주축으로 한 주민들이 주민간담회, 토론회를 거쳐 서명운동을 진행해 1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이를 토대로 이은영 북구의원(민주노동당)이 지원조례안을 발의를 한 것입니다.

그러나 집행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무원의 일이 많아진다’ ‘집행부의 계획과 의지가 없다’ ‘울산 지역의 다른 구군과 형평성’ 등을 거론하며 조례안을 반대해 결국 부결시켰고, 이에 주민들은 “의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민의 입장에서 조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집행부의 입장에서 조례를 봤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서울광장조례개정운동 이제 마지막 일주일 남아

그리고 지금, 서울에서는 또 하나의 주민발의 서명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시가 광장을 시민들의 자율적인 사용보다는 서울시 앞마당으로 이용해 왔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김유정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서울광장은 60%가 서울시와 정부의 관제행사에 이용되었습니다. 이처럼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광장이 정부와 서울시의 행사에는 시민들의 의사나 상관없이 이용되는 반면, 시민들은 서울시장의 허가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서울광장이 가진 조례 때문입니다.

더구나 서울시의회는 현행 서울광장 조례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와 비판에도 불구하고 광화문광장 조례를 만들면서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의 이중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결국 광화문광장은 1인 시위, 기자회견 등 시민들의 의사표현은 거의 불가능한 거대한 드라마 세트장, 홍보행사장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원이 94%를 차지하는 서울시의회에서 개정안의 의원발의는 애초부터 불가능 한 일, 서울 유권자 1%(8만 1천명) 서명이 필요한 주민발의가 시작되었고, 6개월로 규정된 법적 마감일은 12월 19일로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서명 피켓 부수는 경찰… 광장에선 광장조례 서명 안된다?


예상대로 제주도, 울산의 경우만큼이나 서울광장 조례개정은 서명운동부터 난관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표자를 도와 서명을 받는 수임인 등록에만 2주일은 기본이었고, 서울시가 공표한 합법적인 서명운동임에도 서울광장에서는 서명운동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4대강 반대 집회 때는 경찰이 광장으로 진입하려는 활동가들의 가방을 뒤져 유인물과 서명용지를 압수했습니다.

지하철에서의 서명운동은 공익요원에게 내몰리고, 지난 주말 2009 서울스노잼(Seoul Snow Jam)을 개최한 광화문광장에서는 경비용역과 경찰들의 방해로 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끝내 경찰들은 활동가들이 들고 있던 피켓을 모두 빼앗아 부수고 나서야 자리를 떴습니다.

대의민주주의의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주민직접참여제도의 현실은 이렇게 초라합니다. 주민들이 쉽게 참여하기에는 시행요건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지자체의 비협조적인 태도,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지역의회의 태도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이번 서울광장 조례개정의 서명이 5만 명까지 진행된 시점에서 100명의 서울시의원에게 ‘서울광장 조례개정에 대한 찬반질의서’를 보냈으나 찬성하는 의원은 겨우 8명에 불과했습니다. 찬성은 둘째치고라도 답변조차 하지 않은 의원이 49명에 이릅니다.

또한 경찰 공권력을 앞세워 시민들의 합법적인 서명운동을 방해하고 협박하기에 급급한 모습에서 현 정부가 주민들의 직접적인 시정참여를 얼마나 경계하는지 보여줍니다. 이는 광장의 시민들을 정부가 해주는 행사나 구경하는 관람객이 되길 바라는 서울시의 광장정책과 닮아 있어 더욱 씁쓸합니다.


19일까지 1만여명의 서명 더 받아야… 행동하는 시민의 조직된 힘 필요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운동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서명운동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만 여명의 서울시민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 통씩 배달되는 서명용지와 추운 날씨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명해주는 시민들, 서명 받는 활동가들의 손에 쥐어주는 뜨거운 캔커피에 담긴 지혜로운 시민들을 마음을 실망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광장 찾기와 맞닿아 있는 시민의 권리찾기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이 결국엔 광장에서 빼앗긴 기본권을 찾고, 주민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의 권리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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