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세훈 시장, ‘시민 광장’을 열라

1년 전 5월 23일, 서울시와 경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시민들의 자발적인 분향과 추모문화제를 서울광장에서 열 수 없도록 사용신청을 불허했다. 또 경찰버스로 광장 출입까지 막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같은 날,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년 추모문화제가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서울광장에 모인 3만여 명의 시민들은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뜻을 이어받아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다짐을 했다. 부산과 서울광장에서 동시에 열린 이날 추모행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지만, 어떤 충돌도 없이 평화롭게 끝났다. 그렇다면 이제 서울광장은 지난 1년간 ‘광장을 열라’고 외쳐온 시민들에게 열린 것일까?



사실 올해 추모문화제도 서울광장에서 열리지 못할 뻔했다. 애초 서울시는 시민추모위원회가 낸 서울광장 사용허가 신청에 대해 행사 중복을 이유로 불허했다. 서울시는 5월15일부터 10월8일까지 예정된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서울광장’ 행사를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실상은 5월만 해도 같은 기간 동안 5·18 민주항쟁 30주년 기념행사, 닛시 오케스트라 공연, 가족 한마당 행사, 선관위의 퍼포먼스 등이 중복 개최됐다. 서울시나 정부가 주최하는 행사는 중복돼도 허용됐지만, 시민추모위의 추모제는 서울시 행사 시작 전에 끝내겠다고 해도 허가되지 않았다.



그러자 서울시의 자의적 판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고, 서울시는 황급히 행사를 다시 허가했다. 한편에서는 시민들의 비판 때문이 아니라 지방선거와 보수단체의 천안함 관련 집회 허가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5월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된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 집회는 경찰에 합법적으로 집회신고를 했고 허가도 받았다. 또 잔디보호를 이유로 잔디밭 외부 인도에서 진행됐다. 그런데 서울시는 무단사용이라 규정하고 변상금 부과를 예고했다.



하지만 광장주변 인도에서 개최된 집회에 변상금을 부과할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특히 이번 광장개방은 프랑크 라 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방한 덕분에 오랜만에 열린 것인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 후퇴를 방증하는 것이다.



여전히 서울의 ‘광장’은 서울시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문화제나 집회는 고사하고, 1인 시위·퍼포먼스도 경찰의 연행이나 벌금을 각오해야 하는 특별한 공간이 된 것이다. 명백하고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과 표현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광장은 없었다.



그러나 서울시의 자의적인 광장정책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만 서울시민이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은 지난 4월 상임위에서 보류된 상태다. 곧 열릴 6월 마지막 회의에서의 통과도 불투명하다.
     
한 상임위원은 “조례 제정과 개정의 권한이 시의회에 있긴 하지만, 해당 조례 개정안은 시의회에서 처리하기 껄끄러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서울시를 견제·감시해야 할 시의회도 광장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민들의 요구보다는 서울시를 비롯한 중앙 정부와 경찰의 입장을 더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광장의 사용 여부를 판단하고 평화롭게 이용하는 것은 시민들이다. 중앙 정부, 서울시, 서울시의회, 경찰이 허가를 내주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서울시의 행사도 시민들이 주최하는 행사와 집회보다 먼저일 순 없다. 열린 듯 보이는 서울광장, 아직 시민들에게 열린 것은 아니다.



신미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 이 글은 미디어오늘 ‘미디어 바로미터’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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