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들과 함께 서명을] 광장은 다양한 삶이 만나는 민주주의의 결정판!


광장은 다양한 삶이 만나는 민주주의의 결정판!


8월 6일, 빗방울이 곧 지상낙하 할 것만 같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예정대로 거리로 나갔다. 인턴 신분으로는 마지막이 될 거리서명운동이기에,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에서 서울광장이 훤히 보이는 대한문 앞으로 향했다.



오늘은 몇 장의 서명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어지러운 마음을 안고 차에서 내려 대한문 앞길에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 순찰을 돌던 경찰 두 명이 우리를 주시하며 다가왔다.

“무얼 하시려고 하는 거죠?”

다짜고짜 묻는 경찰에게 우리가 하려는 것을 대략적으로 설명하는 동안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금세 여덟 명 정도의 경찰들이 바싹 다가와 있었다. 서울시에서 허가를 받은 정당한 서명운동이라며 위임 신고증을 당당히 내밀었으나, 무전으로 통신하던 경찰들은 “상부의 지시 때문에 어쩔 수가 없으니 자리를 옮겨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들은 왜 우리가 납득할만한 이유를 제시할 수도 없으면서 그토록 당당하고 권위적인 것일까.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불필요한 충돌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 하에 결국 시청역 앞 구석으로 쫓겨 갔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얻은 권리의 이용조차 이렇게 제재를 받는데, 하물며 명문화되지 않은 일상의 사회적 권리들은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을지, 우중충한 날씨만큼이나 눅눅한 회의감이 몰려왔다. 

자리 목이 좋지 않아서였을까, 서울 광장을 자주 지나치는 사람들은 광장문제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너무나도 무관심했다. 그날따라 사람들은 더욱 바빠 보였다. 그렇게 “네가 누구든,” 하는 일이 무엇이든 일말의 관심도 없다는 표정을 한 사람들의 틈새에서 지쳐가고 있을 무렵, 누군가 한마디 던졌다. 지금 서울광장에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모여 놀고 있는데, 광장을 열자고 외치는 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제법 일리가 있는, 하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있는 말이었다.

서울 광장은 항상 열려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나는 똑똑히 보았다. 사회의 지배논리에서 조금 벗어난 생각을 가진 어느 누군가에게는 종종 닫혀 버리는, 높다란 차벽으로 가로막힌 광장을.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마땅한 서울 광장이 정치적인 이유로 시민들을 차별하고 있음을.

앞서나가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정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사람들, 또는 권리를 찾고자 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고민과 생각들은 현재 닫힌 광장 앞에서 갈 곳을 잃었다. 특히나 언론사를 돈으로 사거나 연구소를 세울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은 유일한 소통의 창구여야 할 광장을 잃게 되면서 사회적 목소리를 낼 기회와 그 말의 힘을 잃었다.


또한 사람들이 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시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제도(서울광장 사용 허가제)는 표현의 자유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다양한 의견의 교환이 우리나라에서는 쌍방향이 아니라 일방향으로, 국가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광장의 본질은 자유로운 소통에 있는 데 말이다.

모든 개인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있어 같은 방식을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고 나의 의견을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하는 피곤한 민주적 절차 따위야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다르다. 이러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출발점이고 광장은 그 개인 각자의 다양한 삶들이 만나는 민주주의의 결정판이다.


나는 이러한 광장을 온전히 지켜내고 싶다. 나와는 다른, 혹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 광장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지금은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조금은 부자유한 서울광장이용을 자유롭게 만들고 싶다. ‘진짜 열린’ 광장을 되찾고 싶다.

서울시민 8만 천명 서명에 조금이라도 다가서기 위해 대학로, 홍대거리를 거쳐 잠실구장, 시청역 앞에서 4주간 벌인 거리 서명운동은 고단했지만 즐거웠다, 서명운동의 과정 속에서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확산될 것이란 믿음이 있었기에.
조례개정의 성공을 담보할 순 없다.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를 하는 일은 많은 비용과 시간,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닿는 데까지 해 볼 작정이다.
힘내라 민주주의! 열려라 광장!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서울광장 조례개정 인턴 조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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