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2-11   582

재생가능에너지 연구 개발을 강화

1.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과학기술 혹은 과학기술과 사회와 관련한 쟁점 중에서 시민들이 주목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에너지대안센터는 노무현 정부에서 에너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작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2005년, 늦으면 2010년에 산유량 감소에 따른 만성적인 석유 수급의 위기가 닥치리라고 봅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도 단기적으로 석유 수급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석유수입 세계 3위, 석유 소비 세계 5위에 이르는 석유 다소비 국가이고,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이탈리아는 물론 독일, 일본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석유의존도를 낮추면서 에너지체제를 화석연료와 원자력 중심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위주로 전환을 시작할지, 기존의 공급 위주 에너지정책을 유지할지 주목됩니다.

그리고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정부, 한전과 환경단체, 주민들이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왔는데 노무현 정부가 핵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강행할지, 환경단체, 주민들과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고 핵드라이브 정책을 수정할지 큰 쟁점입니다. 만약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그대로 계승한다면 정권 초기부터 새만금 매립, 북한산 관통도로 등과 함께 핵폐기물 처분장 문제로 시민단체, 지역주민들과 심각한 갈등과 마찰을 빚을 것입니다.

2.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통령직 인수위 면면을 보면 에너지정책과 기술 특성을 이해하고 에너지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하는 인물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는 간단합니다. 우선 박정희 정

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화석연료, 원자력에 기반한 공급 위주 에너지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 석유 고갈,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등 새로운 에너지 환경에 한국은 전혀 대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 에너지 정책, 선진 기술 베끼기는 있지만 에너지수요를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전략적으로 높이는 선진 에너지 정책 변화의 핵심은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에너지는 정부가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해주어야 하는 공공재라는 신화를 해체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에너지는 환경영향이 매우 큰 하나의 상품이라는 점이 인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환경오염, 기후변화, 에너지원 고갈 등 외부 효과를 에너지 가격에 반영하여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한편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투자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개혁의 방향은 우리와 국토여건과 에너지 수급 구조가 비슷한 유럽의 에너지정책을 모델로 해야 합니다. 만약 변화를 기치로 내건 노무현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시스템을 개혁하면서 박정희 정권부터 이어온 에너지 체제는 그대로 둔다면, 그래서 에너지 수급 위기가 도래한다면, 노무현 정부는 역사적으로 실패한 정부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3. 2003년 귀단체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에너지대안센터는 재생가능에너지 위주의 에너지전환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현 시기 에너지대안센터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재생가능에너지 관련 제도의 개정과 시민들의 에너지대안운동 참여가 핵심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정된 「대체에너지 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법」에는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전력을 높은 가격(생산비가 보장되는 수준)에 우선 구매하는 조항이 삽입되었습니다. 이 조항 자체는 풍력발전, 태양광발전의 확대를 촉진했던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법을 참고하여 도입한 매우 바람직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시민들이 소규모로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수력발전 등을 하여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기에는 행정상의 장애가 많아 이 조항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행정상의 장애를 제거하고 나아가 보다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이 촉진되도록 관련 법규를 개정하는 노력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이 직접 재생가능에너지 생산에 참여하도록 작은 시민발전소를 여러 개 세울 것입니다. 3 kW 정도의 소형 태양광발전소를 서울 시내 건물 지붕이나 마당에 세워 전력 판매를 시작하여 누구나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이익도 없지만) 온실기체를 적게 배출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릴 것입니다. 이 운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시민의 의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북한의 에너지 사정과 대책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데 에너지대안센터는 북한 에너지문제를 원자력발전이나 대용량 화력발전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와 소용량 복합화력으로 풀어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입니다. 에너지 인프라가 빈약하거나 붕괴된 북한 같은 나라에서 재생가능에너지에 기반한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 더 유리할 수 있음을 설득할 것입니다.

4. 귀 단체는 지속가능한 에너지체계를 위해 기술적, 경제적, 정책적 측면에 대해 포괄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적인 측면을 위해서는 개인의 연구자뿐만 아니라 그들이 실제로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는 대학 또는 연구소 “대항진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과학센터도 이런 영역에 대해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현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안에너지 분야는 이러한 대항진지가 미약하나마 존재하는 것같은데, 이런 대항진지를 건설, 확대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노력 및 제도는 어떠한 것들이 있습니까?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에는 에너지기술연구원, 기업, 대학에 관련 연구인력과 설비가 갖추어져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정도로는 재생가능에너지를 신뢰성 있고 경제성 있게 연구, 개발하는 데는 턱없

이 부족하다고 안팎에서 평가합니다. 그래서 연구 개발 투자의 증가와 연구 인력 양성은 절실한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정치권에 재생가능에너지 연구 개발을 강화하라고 계

속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항진지가 있다면 좋겠지만 대항진지 구축이 우리 운동의 우선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인식이, 여론의 수준이 에너지정책과 재생가능에너

지 기술 개발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민의 인식과 여론의 수준을 바꾸는 핵심 운동의 성장과 전파가 가장 중요하며 기술측면의 대항진지 강화는 인식과 여론의 변화가 유발하는

긍정적인 결과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전문가의 발언권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에너지대안운동의 상황에서는 이데올로기 싸움이, 잘못된 상식의 벽을 깨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보여주고 신뢰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에너지대안운동의 지금 시기 전략입니다. 또한 재생가능에너지의 신뢰성, 경제성, 미래전망에 대한 합리적 논거는 국내외에 어느 정도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대항진지 구축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이상훈 |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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