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환경 2005-01-31   1600

[기고] 지율스님을 살려야 한다

2005년 1월 30일, 지율스님이 모습을 감춘지 아흐레만에 서울의 정토회관에 나타났다. 여전히 지율스님은 단식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율스님은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위해 목숨을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당연한 요구를 외면하고 1957년생의 지순한 지율스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박정희식 사회체계와 정치공학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노무현 대통령이 지율스님을 죽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노무현 대통령은 지율스님의 ‘살인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나라의 불자들에게 천성산과 금정산 터널의 백지화를 서면으로 공약했다. 그러나 그는 이 천금같은 약속을 완전히 뒤집었고, 그 결과 지율스님이 결국 목숨을 던지게 되었다. 이토록 극심하게 불자를 농락하고 스님을 죽음으로까지 몰아넣은 정권은 일찍이 없었다. 지율스님을 살리기 위해 이제 천만 불자가 나서야 한다. 지율스님의 죽음을 방치한다면, 불교는 앞으로 계속 정권의 농락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불자의 손으로, 부처님의 힘으로, 지율스님을 살려야 한다.

2005년 1월 14일, 이해찬 총리는 “경부 고속철 사업은 대표적 정책실패 사례로 사업 전반에 대해 면밀하게 연구·분석하도록 국무조정실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고속철은 이미 공사과정에서 엄청난 부실과 비리가 지적되었으며, 2004년에 운행을 시작하고는 ‘돈 먹는 하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해찬 총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던 이런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정부는 이제라도 고속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행히 고속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호남선은 이제 본격적인 검토단계에 있고, 경부선은 ‘대구-부산’ 구간이 남아 있다. 경부선의 문제가 워낙에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호남선은 아마도 섣불리 시행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고속철의 문제를 이제라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한다면, 당연히 ‘대구-부산’ 구간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고속철 경부선 ‘대구-부산’ 구간의 문제는 지율 스님의 목숨을 건 투쟁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고속철의 본래 기능이나 경제성으로 보자면, ‘대구-부산’ 구간은 대구에서 밀양을 거쳐 부산으로 직진해야 옳다. 그러나 이 구간은 경주를 우회하는 비경제적 노선으로 결정되었다. 이로부터 경제성 문제가 악화된 것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되었다. 천성산의 대대적인 파괴문제와 위험문제가 그것이다.

천성산은 행정구역으로는 경상남도 양산시에 속한다. 경주를 우회하는 고속철 경부선 ‘대구-부산’ 구간은 이 산 속에 무려 13.5㎞에 이르는 ‘원효터널’을 뚫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 터널의 반지름 1㎞ 안에는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무제치늪과 화엄늪을 포함해서 밀밭, 대성, 안적, 정골, 학골 등 22개의 늪이 있고, 법적 보호 양서류 1호인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해서 다양한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 일대는 생태계 보존지역, 습지보호구역, 자연환경 보존지역 등 모두 10종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또한 ‘원효터널’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 철도공단 측은 13.5km에 이르는 국내 최장의 터널을 뚫으면서 지하수의 상태나 변화에 관한 지질조사를 제대로 행하지 않았으며, 국내 최대의 활성단층인 양산단층과 법기단층이 만나는 지점을 통과하게 되는 데도 이 단층을 ‘비활성단층’으로 일방적으로 전제하였다. 저 끔찍한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원효터널’은 대단히 심각한 붕괴사고의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지율스님은 이러한 위험과 파괴를 막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졌다. 그가 목숨을 걸고 나선 결과 세상은 ‘원효터널’의 문제에 대해 비로소 잘 알게 되었다. 그러나 파괴적 개발의 세력은 강경하기만 하다. 그들은 지율 스님을 심지어 ‘미친 중 년’이라고 욕하며, 천성산의 아름다운 자연을 마구잡이로 파괴하고, 수많은 시민들을 끔찍한 위험으로 몰아넣고자 한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혈세를 탕진하고 자신의 배를 불리려 한다. 무간지옥으로 떨어져서 영겁의 고통 속에 신음해야 할 무리들이 천성산을, 그리고 나아가 이 나라 전체를 파괴적 개발의 무간지옥으로 만들고 있다.

지율스님은 자신의 몸을 던져 저 무간지옥으로 떨어져야 할 무리들을 구하고, 그들의 눈먼 탐욕과 무지로부터 천성산을 구하려고 한다. 2003년부터 세차례에 걸쳐 220일이 넘는 단식강법을 행한 지율 스님은 이제 그만 이 세상을 떠나려 한다. 자신의 말대로 그는 ‘시위를 떠난 화살’이 되고자 한다. 정녕 그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없는가? 아니다. 그 길은 있다. 지율 스님은 “저는 천성산 문제를 통해 자연이 병들기 전에 병들어버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병들어버린 우리 사회의 구조’를 고치면 지율 스님은 살아날 수 있다.

그 길은 ‘원효터널’과 천성산에 관한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는 것으로 시작되어, 노무현 대통령이 문서로 약조한 ‘천성산 터널 백지화 공약’을 지키는 것으로 완성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농락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지율스님이라는 지순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지율스님의 죽음은 단지 천성산의 죽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의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사실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무섭게 새겨야 할 것이다.

홍성태(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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