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1999-09-15   12789

[10호] 특·집·글·② 생명복제의 현황과 그 쟁점들

생명복제의 현황과 그 쟁점들

1. 생명복제연구의 현황과 우리나라의 실정

1.1. 해외 연구 현황

지난 97년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는 99년 미국의 제론사와 환자 이식용 세포복제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연구중에 있으며 현재 체세포를 이용하여 인간 배아를 여러 개 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세포를 자궁에 착상시킨다면 바로 복제인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또 미국의 ACT사는 인간의 세포핵을 채취하여 젖소의 난자에 착상시키는 연구를 시작하였다. 호주에서는 130여년 전에 멸종된 태즈마니아 호랑이의 DNA를 추출하여 비슷한 호랑이의 난자에게 심어 부활시키려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올해 4월에는 일본에서 우유에서 채취한 세포를 이용하여 소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였고 캐나다와 미국에서는 각각 유전자 조작기술로 거미줄 섬유와 인간항응고인자를 지닌 염소를 복제하는 데 성공하였다. 99년 5월에는 하와이 대학 연구팀에서 수컷 생쥐의 체세포복제에 성공하였다. 지금까지는 복제에 사용된 공여핵은 모두 암컷으로부터 얻었으나 이 연구를 통해 성별과 관계없이 체세포복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현재 로슬린 연구소에서는 돼지, 닭 등의 복제를 시도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에서도 각종 동물의 복제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1.2. 국내 연구 현황

99년 2월 서울대 수의대 팀에 의해 체세포복제방법으로 복제젖소 '영롱이'가 태어났으며 4월에는 한우 '진이'가 태어났다. 국내서는 그 이전에 수정란할구 방법으로 쥐(93년), 소(95년), 토끼(96년)가 복제된 바 있다. 국내의 체세포 복제 성공은 영국과 미국 일본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다. 5월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센터팀에 의해 인간의 ‘백혈구 증식 인자(G―CSF)’를 젖에서 분비하는 형질전환흑염소 '메디'가 태어났다. 이 '메디'를 체세포복제기술을 이용해 복제한다면 젖 1ℓ당 9천만원어치의 G―CSF를 분비하는 흑염소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영롱이를 만든 황우석 교수는 서울의대의 서정선 교수와 함께 세포표면항원유전자를 제거하여 인간에게 이식 가능한 장기를 가진 돼지를 생산하는 연구를 97년부터 진행중이며 4-5년 안에 성과가 나오리라 기대된다.

2. 생명복제연구의 이점

2.1. 수의학 및 축산학

1) 우량 동물의 번식과 보전

우리 나라 젖소는 하루에 우유를 평균 20㎏정도 생산한다. 그러나 젖소 가운데는 하루에 70㎏의 우유를 생산하면서 질병에도 강한 것이 있다. 이런 소는 선천적으로 뛰어난 형질을 가진 소인데 국내에서 이런 젖소의 새끼를 받으려면 마리당 1백만원 정도가 든다. 그러나 수정란을 복제한다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새끼를 얻을 수 있다. 젖소뿐 아니라 뛰어난 경주용 말, 우수한 애완견 등도 새끼를 얻으려면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또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자연적인 생식방법으로는 양친(혹은 그 중 하나)과 똑같이 우수한 형질을 지닌 새끼를 얻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수정 과정에서 배우자의 유전인자가 섞여 들어가며 무엇이 어떻게 발현될 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체세포복제방법을 사용하면 어느 모로 보나 똑같은 형질을 가진 새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우량 동물의 대량 번식이라는 면에서 엄청난 이점이 있다.

2) 멸종 종들의 보전

시베리아 호랑이나 중국의 팬더 등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도 많은 동물 종들이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팬더와 같은 어떤 동물들은 동물원에서도 교배를 시키기가 무척 까다롭기 때문에 자칫하면 후손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공수정 방법, 나아가 체세포복제기술을 사용한다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종들을 대량으로 번식시키고 보전할 수가 있다.

3) 특정 영양물질의 생산

우유는 송아지에게는 이상적인 영양물질이지만 인간의 유아에게는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유아에게 제공되는 조제분유는 여러 가지 특수한 처리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된 소는 인간의 모유와 유사한 우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 이런 소를 만든다고 해도 한 번에 단 한 마리밖에 만들 수 없으며 수 없는 시행착오와 실험절차를 되풀이해야 했지만 체세포복제기술을 통해 같은 형질을 가진 소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게 되어 상업적인 대량 생산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정상적인 모유 이외에도 특정 단백질을 소의 우유 단백질과 전환시켜 특별한 소비자에게는 영양성분이 변경된 우유를 공급할 수 있다. 사람들 중에는 우유의 특별한 단백질에 면역반응을 나타내거나 락토오스를 분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을 위해 문제가 되는 성분이 결여되거나 특정성분이 함유된 우유를 분비하는 소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

2.2. 의학

1) 치료용 생체물질의 생산

알부민, 인터페론, 인터류킨 등의 치료용 단백질과 생체활성물질들은 질병의 치료에 유익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그 공급은 부족한 상태이다. 이들 중 일부는 인간의 혈액으로부터 정제하기도 하나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그 원료가 되는 혈액이 AIDS, C형 간염 또는 광우병 등의 감염성 질병에 오염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세포배양기술로 이런 단백질을 생산할 수는 있으나 생산량이 극소량에 불과하며 세균이나 효모를 유전자 조작기술로 변형시켜 대량생산하는 방법도 있으나 그렇게 생성된 단백질은 정제가 쉽지 않다. 이에 비해 형질전환 동물의 유즙에서는 이런 치료용 생체활성물질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생산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치료용 단백질 등은 외래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 젖소에서는 원래 소의 것과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아 이를 분비한다 해도 많은 양을 정제하기가 곤란할 수도 있다. 이는 유전자적중(gene targeting)방법에 의해 소의 동등한 유전자 부위를 인간의 알부민 유전자로 대치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2) 장기이식용 동물 생산

인간의 장기이식술은 불치, 난치의 질환을 치료하는 확실한 수단으로 수십 년 전부터 사용되어 이제는 일반치료술로 인정받고 있으며 생명을 살리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로 장기공급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이를 해결할 만족스런 방법은 없는 형편이다.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의공학적 접근법에 의한 인공장기의 개발과 형질전환 동물의 생산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돼지 등 이종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면 이종항원에 의한 거부반응이 일어나 이식이 실패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이종항원을 유전자조작기법으로 사전에 파괴하거나, 이식 후 인간면역세포와 반응하는 장기 세포의 반응도를 떨어뜨리는 유전자를 주입하거나 해서 인간에게 이식해도 별 문제가 없는 형질전환동물을 만들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이렇게 만든 동물을 체세포복제기법으로 복제한다면 많은 수의 이식가능한 장기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3) 질병모델 동물의 생산

인간을 대상으로 한 질병 연구는 한계가 있으므로 연구자들은 각종 동물 모델을 만들어 그 병을 연구하려는 노력을 오래 전부터 해 왔다. 지금까지는 돌연변이나 우연에 의지해 왔지만 유전자조작기법을 적용하면 우리가 원하는 동물에서 원하는 질병모델동물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특정 암을 가진 쥐나 당뇨병, 파킨슨병을 가진 생쥐 등을 만들어 이를 체세포복제기법으로 대량생산한다면 연구에 쓸 수 있는 질병 모델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으며 이는 해당 질병의 연구와 치료제의 개발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또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때 각 개체간의 다양한 유전형질의 차이로 인해 의미있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근친교배로 순계혈통의 실험동물을 얻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왔지만 체세포복제기술은 한결 쉽고 간단하게 동일한 유전형질을 가진 실험동물을 대량생산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실험과 연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4) 세포, 유전자 치료

현재 백혈병, 파킨슨병, 당뇨병 등에 걸린 환자에게 장애가 생긴 세포를 대신하는 정상 세포를 외부에서 배양, 주입하여 치료하려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면역학적 거부반응의 문제 때문에 주입하는 정상 세포는 배아기간세포(embryonic stem cell)로부터 얻은 것을 사용한다. 이 단계의 세포는 아직 면역 반응을 일으킬 만큼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 세포가 난자 없이도 재프로그래밍 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 환자 자신의 세포를 역분화시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면역학적 거부반응의 문제나 배아 세포를 사용하는 데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이 과정을 더욱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심지어는 손상된 장기나 신체 부분을 세포 하나로부터 재발생 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해볼 수 있다.

2.3. 기초과학

1) 개체발생과정의 이해

개체발생은 하나의 수정란으로부터 개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곧 세포 의 기능 분화 과정이다. 이 기능 분화 과정(differentiation)의 이해는 암, 당뇨병 등 각종 퇴행성 질병, 심지어 노화현상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나아가 이 과정의 이해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도 제공해 줄 수 있다.

지금까지의 분화이론은 세포가 분화하기 시작하면 세포의 핵 내 유전자(DNA)에 어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비가역적인)가 생겨 이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윌머트의 실험 성공은 이 이론을 허물어뜨렸으며 세포의 기능 분화 과정에 관한 이해를 한 단계 더 높였다. 또 이런 실험들을 통해 개별 유전자가 어떻게 생체 내에서 전개되며 발현하는가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는 미래의 생물학의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 될 것이다.

3. 생명복제에 따른 전반적인 문제점

3.1. 전반적인 문제

1) 종교, 윤리적인 문제

동물의 복제는 인간의 복제만큼 광범위하고 진지한 종교,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인간의 복지를 위한 동물의 활용은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절대자의 영역에 속했던 생명의 탄생과 생명에 대한 조작을 인간이 할 수 있게 됨으로 해서 신성한 영역을 침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2) 복제기술 자체의 불완전성

아직까지 체세포를 이용한 복제 기술은 기술적으로 대단히 어렵고 실패율도 높다. 복제 동물 1마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난자 수백 개가 필요하며 수정을 시킨다 해도 제대로 세포 분열을 시작해 배아 단계로 들어가는 것은 수십 개에 불과하다. 자궁에 착상을 시킨다 해도 많은 수가 임신 기간 중에 유산되거나 사산되며 무사히 태어난다 해도 기형이 많다. 복제양 돌리는 똑같은 실험을 거친 난자 277개 중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경우다. 이는 핵의 수정과 리모델링, 재프로그래밍 등의 과정에 있어 우리가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시사한다.

3) 특허 및 산업과 관련된 과학기술의 비민주성

유전자의 특정 염기 서열이나 혹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얻은 동물에 대해 특허를 주장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특허의 한계를 어디까지 볼 수 있느냐의 문제 외에도 만약 특허가 광범위하게 인정된다면 유전자 조작 기술을 가진 일부 선진국이나 대기업에게만 유리하며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국가들에게는 불리하기 짝이 없으므로 경제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또 이런 기술이 거대 기업이나 권력의 의도에 맞게끔 진행되며 일반 시민들은 그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3.2. 동물복제의 문제

1) 유해 돌연변이의 문제

체세포핵을 이식하기 위해서는 그 준비단계로 세포를 저농도 영양 배지에서 배양하여 유전자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정지시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또 전기자극을 통한 핵이식 과정이나 그 후의 활성화 과정에 있어서도 핵과 세포질의 세포주기가 서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염색체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생존이 불가능한 기형종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인간에게 유해한 돌연변이가 나올지도 모르며 세대를 이어 전해질 수도 있다.

2) <동물권>의 문제

일부 동물 보호론자들은 동물에게도 인간과 마찬가지의 고유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마음대로 그들의 유전자를 변형시키고 복제하며 실험할 권리는 없다는 뜻이다. 이런 주장은 아직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낯설지만 모든 생명은 그 나름대로 고유한 가치가 있으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복제된 동물의 자연 수명

최근 96년에 탄생한 복제양 돌리가 다른 양들에 비해 빨리 늙고 노화에 따른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주장에 따르면 현재 돌리는 세 살이지만 6년생 양으로부터 복제되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생리적 나이는 9년생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동물의 염색체에는 텔로메라제라는 부분이 있는데 세포가 나이를 먹을 수록 이 부분의 길이가 짧아진다. 돌리의 염색체의 이 부분은 같은 연령의 다른 양들에 비해 짧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년의 부부가 복제기술을 이용, 아이를 낳는다 해도 태어난 아이와 부모가 신체적으로 비슷하게 늙게 되는 비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4. 인간복제의 몇 가지 고유한 쟁점들

4.1. 인간복제란 무엇인가?

1) 추상적 의미의 인간복제

추상적인 의미에서의 인간복제는 어떤 인간과 모든 면, 즉 유전형질뿐 아니라 외모, 성격, 감정, 취미, 능력, 기억 등이 똑같은 인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즉 우리나라 설화에 나오는 <옹고집>이나 자신의 털을 이용해서 분신을 여럿 만드는 서유기의 손오공이 이에 해당한다. 자기 자신과 똑같은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정체성 위기(identitical crisis)-내가 과연 누구인지 혼란스런 상황-를 일으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복제라는 말에 대해 우선 심정적인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에 기인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간복제는 생물학적인 인간복제, 즉 한 개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또다른 개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개체라고 함은 한 개인, 혹은 배아가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2) 인간개체복제

인간개체복제(human individual cloning)는 한 인간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다른 인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크게 수정란분할과 체세포핵이식의 두 가지 기술이 있다. 수정란분할법은 수정란이 4-8개의 세포로 분열한 상태에서 각각의 할구(세포)들을 여러 물리, 화학, 생물학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분리해 내는 기술이다. 이렇게 갈라진 세포들은 다시 완전한 개체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각각을 자궁에 착상시킨다면 인공적인 일란성다태아(쌍둥이)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체세포핵이식법은 복제양 돌리를 만드는 데 사용된 것과 마찬가지로 성체의 체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즉 성체의 체세포핵을 분리해 내어 여러 가지 처리를 거쳐 재프로그래밍 시킨 후 수핵세포질(사람, 혹은 다른 동물의 난자)과 수정시켜 새로 분화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 수정란을 자궁에 착상시킨다면 핵을 떼어낸 성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새로운 아기가 탄생하게 된다.

3) 인간배아복제(human embryonic cloning)

인간배아복제는 인간개체복제와 기술적으로는 동일하나 그 목적이 개체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분화되기 전의 배아기간세포(embryonic stem cell)를 얻거나 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연구하려는 것이다. 일반적인 발생학의 관점에 의하면 인간의 수정란은 수정 후 대략 14일에 원시선(primitive streak)이 나타나면서 배아단계로 들어간다. 이때부터 8주째까지는 각종 기관이 형성되는데 이 시기를 배아기(embryonic period)라고 부르며 이후로는 이미 형성된 기관과 신체부위가 자라는 태아기(fetal period)로 넘어간다. 이 배아의 형성과정은 임상의학과 기초 생물학의 발전에 매우 커다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여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배아기간세포는 알츠하이머, 당뇨병 등 여러 질환을 치료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4) 장기복제(organ cloning)

한 개의 세포를 이용하여 그 세포가 원래 속해있던 전체 장기를 복제하려는 것은 아직은 꿈에 불과하지만 세포의 역분화 과정이 완전히 이해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근육이나 연골, 피부와 같은 조직을 체외에서 배양하여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이식하려는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다. 최근에 성공한 사람 귀 모양의 연골 세포를 쥐에게서 배양한 실험 등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연구에서는 수정란을 사용하지 않으므로 심각한 윤리적인 문제는 제기되지 않고 있다.

4.2. 인간복제의 목적과 이점

1) 인간개체복제의 이점

인간개체복제술의 이점은 무엇보다도 불임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성세포(정자)에 문제가 있어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수정이 불가능한 부부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들이 강구되어 왔지만 체세포핵이식술을 이용하면 정자가 없이도 수정이 가능하므로 이 문제를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수핵세포질로 어머니의 난자를 이용하고 세포핵으로 어머니, 혹은 아버지의 체세포를 이용한다면 어머니와 꼭 닯은 딸, 혹은 아버지와 꼭 닯은 아들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수정란의 배분리 기술을 이용하면 자궁에 이식하기 전에 수정란을 검사하여 결함이 있는 것을 걸러내거나 혹은 그 유전자만을 교정하여 원하는 건강한 아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현재의 산전진단기술이 착상 전까지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2) 인간배아복제의 이점

현재 백혈병, 파킨슨병, 당뇨병 등에 걸린 환자에게 장애가 생긴 세포를 대신하는 정상 세포를 외부에서 배양, 주입하여 치료하려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면역학적 거부반응의 문제 때문에 주입하는 정상 세포는 배아기간세포(embryonic stem cell)로부터 얻은 것을 사용한다. 이 단계의 세포는 아직 면역 반응을 일으킬 만큼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배아복제 연구를 통하여 인간 세포가 난자 없이도 재프로그래밍 되는 과정을 이해하게 되면 환자 자신의 세포를 역분화시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면역학적 거부반응의 문제나 배아 세포를 사용하는 데 대한 윤리적인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이 과정을 더욱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심지어는 손상된 장기나 신체 부분을 세포 하나로부터 재생시킬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

3) 기타: 장기이식 문제의 해결 등

아직은 SF적인 상상에 불과하지만 복제인간이 가능하게 된다면 신체가 손상을 입거나 병이 들었을 때 스스로의 신체를 복제하여 이식함으로써 다시 완전한 육신을 갖추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영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때문에 특정 종교집단에서는 복제기술의 개발을 옹호하기도 한다. 또 부모가 없고 따라서 사회적으로 열외인 복제인간들을 대량 생산하여 노동자나 군인으로 사용한다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현 인류 사회에서 쉽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4.3. 국내외의 인간복제 현황

93년 미국 조지워싱턴 의대의 제리 홀과 로버트 스틸먼 박사팀은 시험관아기 시술과정에서 인간의 배아가 4개의 세포로 분열됐을 때 이들을 인위적으로 갈라놓아 똑같은 유전정보를 가진 배아들을 수십 개 복제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는 수정란분할법을 사용한 것으로 체세포핵이식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용이한 기술이다. 인간의 체세포는 양의 것과는 달리 핵이식을 통해 복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1998년 12월 경희대학교 불임클리닉에서 세포핵이식법을 사용하여 기증받은 난자를 수정시켜 4세포기까지 배양했다는 발표가 나와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이 실험은 나중에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올해 4월에는 특정 종교집단과 관련된 한 회사가 인간복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신청을 받는다는 광고를 내었고 5월에는 돌리를 만들었던 영국의 로슬린연구소가 미국의 제론사와 인간배아복제연구를 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6월에는 미국의 제론 사가 난치병 치료연구를 목적으로 인간배아를 복제하였다고 발표하였고 또 미국의 고등세포기술연구소 연구진이 성인 남성의 체세포핵과 암소의 난자를 이용하여 인간 배아를 복제하는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아직 인간개체복제기술로 아기가 태어났다는 뉴스는 들리지 않지만 기술적으로는 이전의 장애들이 점차 극복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5. 인간복제에 수반되는 문제들

5.1. 종교, 윤리적 문제

유일신이 인간을 창조하였으며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고 있다고 믿는 기독교(개신교, 천주교)계에서는 생명은 창조주의 고유 영역이라는 교리에 의거하여 인간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를 신에 대한 모욕이자 도전이라고 보고 있다. 불교의 입장에서는 생명복제가 우주의 섭리인 다르마(Dharma)를 파괴하는 행위로 생태계 파괴를 비롯한 엄청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리적으로는 인간복제가 인간의 존엄성을 대단히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인간의 존엄성이 그 생명과 인격은 절대적으로 고유하며 전 우주에서 유일한 것이라는 사실에 기반을 둔다고 한다면 인간복제의 가능성은 이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물론 복제인간이 원래의 개인과 똑같지 않다는 반론도 가능하지만 지금까지 신성한 것으로 여겨왔던 인간의 생명을 인간이 조작한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인간복제 연구 및 시술 과정에서 수많은 수정란이나 배아가 희생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다.

5.2. 법률적 문제

현행 법률상의 가장 큰 문제는 혈연과 가족 공동체에 기반을 둔 법리가 모두 혼란에 빠진다는 것이다. 우선 복제된 인간의 법률적 지위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아버지의 복제인간은 내게 형제인가 작은아버지인가, 혹은 아무 것도 아닌가? 이는 혼인과 가족제도에 기반을 둔 현행 법률로는 해결될 수 없는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산 상속과 보험 등 친족제도와 관련된 모든 법률에까지 미친다. 또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자유와 평등권은 인간 종의 단일성과 균질성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복제된 인간이 등장한다면 이 또한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아울러 모자보건법과 형법상의 낙태죄 등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법규들도 적용이 어려워질 것이다.

5.3. 사회적 문제

인간복제가 가능해 진다면 현재 인류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결혼과 가족 제도가 심각한 위기를 맞을 것이다. 친족관계가 혼란에 빠질 것은 물론이고 반드시 결혼을 하거나 남녀가 결합하지 않아도 아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독신자나 동성애자 커플들도 부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복제기술을 통해 부모가 되려는 이들은 가급적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진 아기를 낳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우생학적 차별과 그에 따른 사회 계급이 생겨날 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은 심각한 사회불안의 요소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인류 사회가 보통 인간과 복제인간의 두 부류로 분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 전통적인 성역할과 남녀 개념 역시 커다란 전환을 겪게 될 것이다.

6. 생명복제에 대한 국내외의 대응

6.1. 종교계의 대응

양의 복제 실험이 성공한 이후 대부분의 기성 종교는 생명, 나아가 인간 복제의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그런 연구와 실험을 금지하도록 촉구하였다. 천주교는 인간의 생식과 관련한 문제들에 관해 가장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특히 1987년 2월 교황청 신앙교리성에서 반포한 훈령 '생명의 선물(Donum Vitae)'는 사람의 생명은 수태된 순간부터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 배아를 가지고 하는 모든 실험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며 부부간의 결합에 의거하지 않은 모든 수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한국 천주교회도 이런 교리에 근거하여 1997년 청와대에 인간복제 실험금지법을 제정하도록 청원하였으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1999년 1월 "인간복제실험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폭행이자 회복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개신교의 입장 역시 교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생명복제에 부정적임은 공통적이다. 특히 스코틀랜드 국교회(Church of Scotland)의 활동이 주목을 끄는데 이곳에서는 '종교 기술 협회(The Society, Religion and Technology Project, SRT)를 만들어 사회적으로 예민한 과학기술 주제에 관한 종교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하고 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로슬린 연구소도 생명윤리 문제에 관해서는 이 곳의 견해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SRT는 1998년 12월에 나온 '복제-사회는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CLONING – HOW SHOULD SOCIETY DECIDE?)'를 비롯한 여러 문건에서 전 세계적인 인간복제의 금지, 과학자에 대한 교육, 그리고 공중의 연구활동에 대한 감시 등을 촉구하였다.

불교계 또한 생명복제에 비판적이다. 이미 서술하였지만 복제기술이 인과의 고리를 왜곡시킨다는 교리적 측면에서, 그리고 환경 및 인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 그러하다. 전체 불교계의 입장이 공식적으로 표명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불교계 단체들이 시민운동단체및 환경운동단체들과 연대하여 이를 비판하는 선언문을 채택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적인 대응은 이렇듯 개별 종파의 차원에서뿐 아니라 범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6.2. 시민단체와 학계의 대응

돌리가 탄생한 1997년 3월 녹색연합은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설치와 생명복제 연구 금지를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경희대 인간배아복제실험이 발표된 1998년 12월에는 환경운동연합이 인간복제실험의 즉각 중지와 사과를 요구하였으며 같은 달 15개의 종교,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에서는 '인간복제 금지 위한 규제장치 마련을 촉구하는 환경·사회·종교단체 공동 성명서' 를 발표하고 집회를 벌였다. 1999년 3월에는 생명공학과 생명윤리학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한국생명윤리학회가 '생명복제에 관한 1999년 생명윤리 선언'을 채택하였는데 여기서는 인간개체복제의 전면금지와 국가생명윤리위원회 및 전문 연구기구의 설치를 촉구하였다. 동년 6월에는 한국철학회가 '생명·의료윤리에 관한 1999년 한국철학회 선언'을 발표하면서 과학기술분야에서의 윤리교육 강화를 주장하였다. 또한 의료계에서는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생명복제연구지침'을 현재 준비중에 있다.

6.3. 정부와 국제기구의 규제

유럽에서는 현재 동물에서는 종의 다양성과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 덴마크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국가들은 거의 모든 인간 배아 연구를 금지시키고 있고 독일은 일절 금하고 있다.독일과 영국을 제외한 유럽회의 19개 회원국은 1998년 1월 12일 파리에서 인간복제를 엄격히 금지하는 유일한 국제협정인 「인간복제금지 의정서」에 서명했다. 이 의정서는 「유럽 인권-생명의학 협약」의 추가문서 형식으로서 다른 사람과 유전적으로 동일한 인간의 창조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어떠한 예외도 배제하고 있다. 1997년 6월에는 서방선진7개국과 러시아 등 8개국 정상회담이 주요 현안 중 하나로 인간복제문제를 취급하였으며 폐막식 공동성명에서 이들 정상들이 인간복제의 전 세계적인 금지를 촉구한 바 있다.그러나 1999년 5월 미국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자문위원회는 인간배아를 이용한 복제실험과 연구를 허용하도록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권고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전까지 미국은 인간배아 연구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왔으며 이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도 금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99년 6월 영국 정부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거부한 채 파장을 고려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모든 의학적 연구활동에 대해 인간배아 복제행위를 금지시킨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생명공학육성법 개정법률안 2건(국민회의안, 한나라당안)이 의원발의 형식으로 국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되어 심사중에 있다. 두 안은 모두 인간복제를 금지하고 있으나 제한의 범위와 형사 처벌 여부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조만간 이런 법률안이 통과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인간복제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