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3-17   3816

복제양 돌리 “생명의 희생양”

안락사로 죽음에 이른 6년 7개월의 생애, 상품의 전형적 경로 따라

지난 2월 14일, 영국 로슬린 연구소는 세계 최초의 복제 포유류인 암양 돌리를 ‘안락사’시켰다고 발표했다. 로슬린 연구소는 지난 96년에 돌리를 탄생시킨 곳이다. 연구소측의 성명에 따르면 안락사를 결정한 이유는 돌리에게서 진행성 폐질환이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돌리는 지난 1996년 7월 5일 로슬린 연구소의 윌머트 박사를 비롯한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생식세포가 아닌 어미의 체세포를 통해 복제되었고, 태어난지 여러 달이 지난 1997년 2월 23일에야 탄생 사실이 발표되었다. 돌리는 6년 7개월 남짓한 짧은 삶을 살았지만 지금까지 어떤 동물도 누리지 못한 전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아마도 돌리에 필적할만한 유일한 동물이라면 지난 1957년에 소련이 발사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2호에 사람보다 먼저 탑승했던 최초의 포유동물이었던 라이카 품종의 개 쿠드랴프카 정도일 것이다.

돌리의 조로현상…사인을 둘러싼 논쟁

세계의 언론은 돌리가 탄생했다는 소식을 전할 때의 요란스러움과는 사뭇 다른 태도로 간단하게 부고 기사를 다루었다. 돌리의 사망 원인을 놓고 평소 생명복제를 옹호했던 생명공학자 진영과 복제의 윤리와 안전성 문제를 우려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영국의 BBC를 제외하고는 그에 관한 상세한 해설이나 논평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돌리의 죽음에 대한 유일한 관심은 과연 이 암양의 사인이 복제라는 탄생방법의 원죄와 결부되어 있는지 여부에 쏠려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인간을 대신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 지독한 유명세를 치르다 천수를 누리지도 못하고 먼저 간 돌리의 죽음을 대하는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돌리의 자연사 결정이 발표된 직후 BBC는 돌리의 죽음이 복제와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는 추정을 토대로 인간의 개체 복제와 배아복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돌리가 살았던 6년 남짓한 기간은 양의 평균수명인 11년이나 12년에 훨씬 못미치며, 이러한 단명(短命)은 돌리가 6살짜리 암양의 유방 세포에서 탄생하는 과정의 불완전한 복제기술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돌리의 경우 세포 분열 회수를 지정해준다는 DNA의 일부인 텔러미어의 길이가 태어날 때부터 6살 정도로 짧아서 돌리가 이미 조로한 상태에서 태어났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밖에도 돌리는 지난해에 훨씬 나이든 양에게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 관절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번에 안락사에 이르게 된 결정적인 계기인 진행성 폐질환도 늙은 양에게서 나타나는 종류라고 한다.

그러나 복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돌리의 죽음을 복제라는 탄생방법과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한다. 우선 돌리의 상태를 비교할만한 양들의 생태에 대한 자료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양은 9달이 지나기 전에 고기를 얻기 위해 도축되기 때문에 돌리와 비교할 대조군이 충분하지 않다. 또한 돌리의 부검결과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복제가 치명적인 원인일 가능성은 지극히 우연한 사인에서부터 질병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원인들 중에서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더구나 설령 그 죽음이 복제와 연관된다 하더라도, 단 한 마리를 놓고 복제기술 전체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극히 비과학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설령 부검 결과가 나온다해도 돌리의 사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지기는 힘들 것이다. 거기에는 정치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어떤 발표가 나오든 한차례 논쟁이 벌어지다가 흐지부지되고 스코틀랜드 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으로 끝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돌리는 이미 그 효용성을 다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돌리를 애도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일부가 주장하듯 그녀가 최초의 복제동물의 성공작이었기 때문이 아니며, 또는 일부가 주장하듯 실패작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돌리가 희생양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생명의 희생양이었다. 돌리는 이 시대에 모든 생명이 처해있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앞으로 우리 자신이 겪게 될 고통을 미리 거쳤다. 돌리는 철저히 설계된 복제와 선별이라는 인위적인 방법에 의해 생산되었다. 돌리는 유성생식에 의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생산된 것이다. 한 마리의 돌리가 태어나기까지 수백차례의 실험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백마리의 돌리들은 실패작으로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그중 많은 숫자는 기형으로 태어났다가 폐기되었을 것이다.

인간의 손에 태어나 죽임당했다

이처럼 힘겹게 세상빛을 본 그녀의 탄생 발표는 곧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7개월 동안의 과학적 관찰과 정치적 고려를 거쳐 신중하게 선택된 시기에 행해졌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포유류 복제동물의 탄생이 불러올 윤리적, 사회적 파장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우선권과 경제적 이득이 숱하게 저울질되었을 것이다. 탄생 이후 돌리는 철저히 관리된 삶을 살았다. 모두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지만, 이 생식도 ‘복제양이 정상적인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이루어진 실험의 일부였다. 그밖에도 돌리를 대상으로 많은 실험과 관찰이 이루어졌다. 진행성 폐질환은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동물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질환이며, 로슬린 연구소는 돌리의 사인이 인위적인 환경에서 생활한 것과 무관치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돌리는 죽는 순간에도 자연사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심각한 폐질환이 나타나자 로슬린 연구소는 돌리를 안락사시키기로 결정했고, 그녀는 태어날 때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판단에 의해 인간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돌리의 삶은 ‘생산-관리-폐기’라는 상품의 전형적인 경로를 거쳤다. 우리는 공교롭게도 양의 해에 짧은 생애를 마감한 돌리를 애도하면서 돌리의 삶이 우리 자신을 포함한 우리 시대의 모든 생명의 운명을 시사하고 있음을 함께 슬퍼한다. 서양에서 양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을 대신한 번제물이 되었다. 그렇다면 돌리는 어떤 제사의 번제가 된 것일까? 더구나 돌리가 암양으로 선택되어 희생되었다는 사실은 불임치료와 난자 매매로 고통받고 있는 전세계의 여성들에게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

<한겨레21> 제449호(2003. 3. 13)

김동광 | 《시민과학》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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