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치적 왜곡과 비난 목적의 촛불수사 흑서(黑書) 발간

법원의 잇따른 무죄선고에 당황, 재판에 영향 끼치려는 의도 드러내
국민불화, 국민적대 첨병으로 나선 검찰의 개혁 필요성 환기시킨 보고서



검찰은 오늘 지난 2008년의 촛불운동이 PD수첩과 일부 급진세력이 주도한 불법폭력 시위였다는 내용의 수사백서를 발간했다. 참여연대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섰던 운동을 특정 세력이 주도한 불법 폭력시위로 왜곡하고 폄훼하는 검찰의 이번 백서 발간에 심각한 우려와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백서의 내용은 촛불운동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권력 상층부에 영합하고, 진행 중인 재판들에 대해 영향을 끼치기 위한 의도라고 밖에 달리 해석하기 어려운 대목들로 가득하다. 그런 점에서 참여연대는 검찰이 오늘 제출한 것은 ‘사실의 기록’을 목적으로 하는 ‘백서(白書)’가 아닌, ‘정치적 선전과 비난’을 목적으로 한 ‘흑서’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며,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검찰은 ‘PD수첩이 촛불시위의 촉매가 됐다’는 식의 정권과 보수단체들이 만들고 유포한  단순논리에 편승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도 거리가 멀뿐더러, 국민들이 촛불시위에 나서게 된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에 대한 우려와 경계는 미국 내에서 그리고 세계적으로 보편화 되었던 것으로서, 한국 정부 스스로도 정부공식 문헌에 이를 지적하고 2008년 이전까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 조건에 관한 협약에 반영해왔다.
 
때문에 PD수첩의 프로그램이 새로운 문제제기도 아닐뿐더러, 미국 내의 우려나 국제사회의 경계에서 벗어난 것이 결코 아니다. 더욱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은 국민들이 PD 수첩 프로그램 때문에 촛불시위에 나서게 되었다는 대목이며, 검찰이 PD 수첩에 대한 억지스럽고 무리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전전긍긍 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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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촛불시위에 나선 것은 광우병 위험 미 쇠고기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정보, 이웃나라의 수입조건 등을 종합하고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치열한 토론 끝에, 행동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며, 무엇보다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생명과 건강의 위험을 강요한 이명박 정권의 불통 때문이다. 검찰의 시대착오성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국민을 이토록 단순하게 보는 시각은 실로 놀랍다. 

특정 이념세력의 주도로 불법폭력이 난무하는 시위로 발전했다는 주장도 사실관계가 전혀 다른 과장이다. 촛불운동은 시작부터 끝까지의 청소년과 대학생, 주부 등 보통 사람들이 중심이 되었으며,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의 여론을 존중해 이를 실무적으로 지원하고 동참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시위의 양상 또한 대부분 평화롭고, 합리적으로 전개됐으며, 처음부터 실체도 없는 배후론을 퍼트리고 폭력으로 국민의 여론을 억누르려 한 것은 이 정권의 검찰과 경찰이다.

최근 촛불집회에 참여해 교통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한 시민에 대한 판결에서, ‘먼저 차벽과 컨테이너를 쌓고 교통을 차단한 책임은 경찰에 있기 때문에 교통을 방해했다고 볼 수 없다’며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을 보더라도 이 정권과 검․경의 대응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연인원 수백만명이 참여하고 생방송을 시청했던 촛불운동 과정에서 일부 우발적인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해도, 그것이 촛불운동의 주요한 양태라고 볼 사실적 근거는 없다. 불법폭력시위라는 검찰의 주장은 촛불운동을 불법화한 근거 법조항들이 잇따라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제청 대상이 되고, 촛불집회 참여 시민들에 대한 최근의 무죄판결에서 나타난 정당성의 위기를 돌파해 보겠다는 억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일부 재판부의 위헌심판 제청으로 촛불 재판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검찰의 다소 신경질적인 주장이 그 같은 관측을 뒷받침 한다. 그러나 그 같은 주장은 검찰이 사법부의 권위와 권능을 부정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야간집회금지조항과 일반교통방해 조항은 위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전부터 지적됐던 법조항이며, 촛불운동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계기로 법원에 의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가 헌법과 국민이 부여한 고유권한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제기하고, 기소자들을 보석으로 석방하고, 재판을 추정한 것을 두고 “재판상에 어려움을 초래했다”는 식으로 언급하는 것은 법원에 대해 마치 검찰이 하듯이 ‘정치적인 재판을 왜 하지 않느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며, 반헌법적이고, 권력중심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촛불운동이 가져다 준 직접적 성과로 30개월 이상의 위험한 쇠고기까지 이른 바 ‘묻지마 수입’이 될 뻔 했던 것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감소된, 30개월 이하 쇠고기만 수입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충분히 안전하다 할 수 없다.

미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 가능성에 대한 세계적 우려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실제로 이웃나라 일본은 2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으며, 얼마 전, 뼛조각이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도 해당 작업장에 대해 전면 수입금지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은 아예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금지조치하고 있으며, 대만과 홍콩도 30개월 미만의 뼈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부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만 제외하면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수 있지만, 한시적으로, 또 민간업체 자율에 의해 30개월 미만 쇠고기가 수입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들이 촛불시위에 나서자 이웃나라들의 협상 결과를 보고 재협상을 한다고 수차례 공언해왔는데, 그렇다면 일본, 중국, 대만, 홍콩 등의 기준에 상응하는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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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촛불운동 진행 과정에서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다. 또한 국민의 여론에 밀려 다시 미국으로 간 협상단은 촛불시위 사진을 들이밀며 미국과의 재협상에서 개선된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촛불운동의 정당성을 정권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난 이 시점까지 정권 차원에서 촛불에 대한 탄압과 왜곡, 비방에 몰두하는 것을 보면 국민과 불통하고 나아가 국민을 적대시 하는 이명박 정권의 태도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케 하며, 최근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중도실용’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이라는 회의와 의심을 짙게 한다. 이번 백서는 정권 차원의 ‘국민불화’, ‘국민적대’의 첨병으로 검찰이 나서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백서는 검찰 스스로가 두고두고 오점이 될 기록을 남긴 것이며,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환기시킨 보고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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