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14-05-20   931

[공동성명] KBS와 MBC 내부의 개혁 노력을 지지하며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다! 

 

– KBS와 MBC 내부의 개혁 노력을 지지하며 –

 

 

지금 공영방송 KBS와 MBC가 시끄럽습니다. KBS는 길환영 사장의 사퇴를 주장하는 내외부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길환영은 ‘정치적 목적’ 운운하며 버티기에 나섰습니다. MBC는 기자들의 자성과 참회의 기수별 성명이 올라오고 노조위원장이 삭발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안광한 사장은 꿈쩍도 않고 오히려 양심적 언론인을 향한 부당 인사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방송장악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불가능하며, 국민 앞에 약속드릴 수 있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이 모든 파행을 진두지휘한 청와대는 마치 제 일이 아니라는 듯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이 정권에 장악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 KBS와 MBC에 내려와서 방송 전반, 특히 보도와 시사기능을 완전히 망가뜨렸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국민은 방송을 통해서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점, 노동 착취와 온갖 ‘갑질’로부터 고통당하는 우리 이웃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공영방송의 뉴스는 대통령 동정과 날씨, 먹을거리, 유행하는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고, 시사프로그램도 범죄나 사건사고, 가벼운 수준의 고발 내용들이 넘쳐났습니다. 국민이 정말 알아야 할 경제 민주화, 생태, 환경, 인권, 노동, 복지 등 수많은 사안들은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간단하게 언급되었고, 광장의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는 묵살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영방송의 문제는 단순히 세월호 참사 보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그 공론장이 되어주어야 할 공영방송이 정권에 장악되면서, 국민은 눈과 귀를 빼앗기고 입까지도 막혀버린 셈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에도 KBS와 MBC는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정부 감싸는 관급기사를 방송하는데 급급했습니다. KBS는 명백한 오보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았고, MBC는 사고 첫날부터 보상금 운운하더니, 급기야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조급증이 잠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고, ‘왜 중국인처럼 애국구호를 외치지 않고,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으로 삭이지 않느냐’며 희생자 가족들을 몰아세우는 패륜방송을 버젓이 내보냈습니다. KBS와 MBC 인사들은 막말 경쟁을 하는 수준으로 몰상식한 발언을 내놓기까지 했습니다. 

 

막말 발언으로 보직 해임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폭로를 들으면 KBS에 대한 청와대의 간섭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KBS 길환영 사장은 김 국장에게 “해경을 너무 비판하지 말라. 청와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KBS와 MBC는 세월호 사고 초기 구조과정의 문제점을 보도하지 않은 채 구조가 잘 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리는 “배가 침몰되는 그 당일 날부터 해서 조금만 더 사실적이고 조금만 비판적인 보도를 언론들이 내보내 줬다면 생존해서 만날 수 있었던 아이들이 있었을 것”이라던 고 이승현군 아버지의 말을 생각하면서 청와대와 공영방송사의 행태에 대한 분노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공영방송을 청와대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박근혜 대통령은 일언반구의 사과나 재발방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대국민담화에서도 청와대의 보도통제에 대한 언급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권력과 언론의 유착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왔는지 똑똑히 목격했습니다.  

 

다행히 19일 KBS의 건강한 언론인들이 방송뉴스 제작거부와 길환영 퇴진을 위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MBC도 노조위원장의 삭발과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구성원들이 대국민 사과와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싸움을 다시금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들의 싸움을 적극 지지합니다. 또 내부 구성원들의 싸움이 한 번의 행동에 그치지 않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할 것입니다.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정권의 낙하산 사장 퇴진과 청와대의 ‘보도통제’를 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함께 할 것입니다. 

 

더불어 KBS 길환영, MBC 안광한 사장을 퇴진시킨다고 해서 ‘보도통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방송장악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방송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히 문책해야 합니다. 국회도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진상을 규명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입니다. 이런 조건이 선결되지 않고서는 언제든지 공영방송에 대한 ‘보도통제’가 가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입니다. 주인이 제대로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공영방송은 국민을 배신하고 권력의 품에 영원히 안길 것입니다. 지난 2012년 언론대파업의 효과가 실질적 방송의 변화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시민여러분 이들을 끝까지 믿고 지지하고 엄호해 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2014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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