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9-06-10   3186

[시국선언] 인권보장과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인제대학교 교수 일동 (2009.6.10)


인제대 교수 시국선언
인제대 교수들이 10일 대학내 본관 2층 대회의실에서 현 정부에 대해 국민과의 소통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09.6.10 [출처 : 연합포토]

인제대학교 교수 시국선언문

이명박 정부의 독선과 민주주의의 총체적 후퇴를 개탄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통치행태를 목도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가 총체적으로 후퇴한 현 시국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책임을 느낀다. 우리는 바른 말이 민주주의의 보루라는 믿음을 가지고 우리의 입장을 밝힘으로써 현 시국을 비판하는 민의의 흐름에 합류한다. 현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민의를 파악하여 국정운영에 반영하려 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해왔다. 생태계의 젖줄인 강물의 흐름을 막겠다는 것이 민의의 흐름을 차단하는 통치행태의 단적인 사례이다. 조문행렬로 분출한 민의를 외면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사과조차 하지 않는 것은 민의의 흐름에 개의치 않겠다는 상식이하의 아집이다. 신뢰할 만한 통치행위는 간곳없고 일방적 통치행태만 남은 시국에서, 합리적 소통에 등을 돌린 이명박 정부의 교만, 독선, 인권침해,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퇴를 다수의 국민과 함께 개탄한다.


우리가 값진 희생을 치르고 획득한 민주주의가 시대착오적인 제왕적 권력의 부활을 위해 희생되는 상황만큼 황당한 것은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접한 많은 국민이 분노를 느낀 것은 전직 대통령마저 죽음으로 내몬 권력의 횡포를 보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급격하게 후퇴하는 데 대한 분노가 한 개인의 비운에 대한 슬픔과 하나가 되어 들불처럼 번진 것이 조문의 행렬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반하면서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찰과, 확정되지 않은 사실을 악의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행태는 건전한 소통을 위반하는 것으로서 소통을 무시하는 현 정부의 행태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소통을 위해 애를 썼던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것을 무모한 군중심리로 몰아붙이는 몰지각한 인사들의 행태만큼 부자연스러운 것도 없다.


나라의 중차대한 사안에 대하여 국민이 스스로의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요건이다. 집단적인 의사표현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의사표현도 거슬리면 바로 불순한 것으로 보는 전형적인 독재의 심리에 대해서 현 정부는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반성이 관건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과민반응이나 인터넷 공간에 대한 감시와 억압, 그리고 문화와 학문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두고 누가 현 정부를 민주적인 정부라고 하겠는가. 줄을 잇는 조문객에 대한 공권력의 행태라든가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는 작태, 시민단체들의 집회를 원천적으로 불허하는 위헌적인 태도를 보면서 국민을 이토록 불신하는 정부가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겠다는 것인지 아연하다. 낙하산인사로 방송을 장악하고 비판적 성향의 특정 프로그램을 탄압하는 행태나 국민 과반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디어관련법을 무리하게 처리하려는 시도는 권력과 금력을 지닌 특정집단의 사적 이익을 위하여 공적 매체를 이용한다는 여론의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하고 싶은 일이라도 철회할 수 있는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다수의 의사를 무시하고 자신의 의사를 힘으로 관철하고자 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이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백지화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보를 만들어 저수를 하는 것은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물을 썩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갑문을 설치하고 강을 연결하면 바로 운하가 되기 때문에 현 정부의 주장대로 이 사업이 대운하와 무관하다고도 믿기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계층의 민생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 노동운동과 생존권 투쟁에 대한 현 정부의 대응은 강경일변도일 뿐이며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은 곧 기업의 입장일 뿐이다. 부자들의 세금을 삭감하는 대책 없는 정책은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지난 1월의 용산참사는 공권력이 적을 섬멸하는 것 같은 진압을 통해 국민에 대한 폭력을 여실하게 드러낸 사건이다. 게다가 수사기록의 상당부분을 공개하지 않는 검찰은 공권력의 폭력을 은폐하고 있다. 현 정부는 밖으로 북한에 대해서도 대결적인 자세로 일관함으로써 기존의 남북화해 기조를 깨는 가운데 그 실익을 잃고 있다. 금강산관광은 끊긴 지 오래고 개성공단의 운명도 바람 앞의 등불이다. 미국과 공조한다 하더라도 우리 입장에서 모색할 관계가 따로 있는 만큼, 전 정부가 이루어 놓은 것을 부정하고 들어가는 것이 결코 능사일 수 없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와 집권세력이 소통의 단절과 민주주의의 총체적인 후퇴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이제부터라도 다른 견해를 지닌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기를 바라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힌다.  


– 이명박 대통령은 민의를 존중하는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으로 거듭나라!


– 이명박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유족과 국민에게 사과하라!


– 전직 대통령 서거에 책임이 있는 법무부 장관을 포함하여 민주주의의 헌정질서를 파괴해온 이명박 정부의 현 내각은 전원 사퇴하라!


– 시민분향소를 강제철거하면서 시민을 폭행.연행한 서울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


–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미디어관련법안의 강행처리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 서민대중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억압하고 사회양극화를 초래하는 정책과 관련입법안을 즉각 폐기하라!


– 한반도대운하 구상을 은폐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백지화하라!


– 대결적인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살려 남북의 화해 및 평화를 실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



2009년 6월 10일.

인권보장과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인제대학교 교수 일동


강미숙, 강석중, 강성숙, 강신익, 강재규, 강필중, 강한균, 고영남, 김동규, 김미경, 김병수(자연과학대학), 김석태, 김세연, 김정구, 김정락, 김정배, 김진상, 김진홍, 김창룡, 김천규, 김태언, 김형만, 김혜경, 김훈식, 나낙균, 박기현, 박석근, 박은정, 박재현, 박정호, 박지현, 배종석, 백재훈, 성정엽, 손혜숙, 안병규, 양승호, 엄국현, 연명흠, 오세일, 유병태, 윤종성, 이광희(겸임), 이선우, 이영호, 이정우, 이종협, 이찬훈, 이태섭, 이한규, 이홍섭, 전민현, 전채휘, 정우식(일반대학원), 제미경, 조용현, 조욱현, 진희관, 채두병, 최광진, 하상필, 한기욱, 한용재, 허도성, 홍상훈, 홍승철, 홍재우, 황국명, 황보영란.
(총 6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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