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간 장기이식을 둘러싼 문제들

[기고] “돼지 장기 인간이식,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마치고

생명공학의 발전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혜택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기 생산을 꼽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의 한 연구소는 앞으로 가장 유망한 미래 기술의 하나로 인공 장기 개발을 꼽았고, 정부에서도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 산업으로 이 분야를 포함시켰다. 경제적인 측면이외에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매년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만 1만명 이상이라는 사실만으로 인공 장기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최근 무균 돼지 실험을 비롯해서 이종간 장기이식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기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다른 동물을 이용해서 장기를 이식하는 것은 자동차의 부품을 바꾸어 끼우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안전, 윤리, 사회 등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 2월 20일 참여연대에서는 “돼지 장기 인간이식,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글은 토론회에서 제기되었던 핵심적인 논점을 중심으로 이종간 장기이식의 문제점을 개괄하기로 하겠다.

면역거부의 사슬

사람과 다른 종의 장기를 이용할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면역거부이다. 면역 거부는 우리 몸의 기본적인 방어체계인 면역계가 이식된 장기를 침입자로 간주해서 공격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하루 이내에 나타나는 초급성, 약 10일 이후에 나타나는 급성, 그리고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나타나는 만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돼지의 장기를 이용하는 경우 초급성 거부반응을 극복하기 위해서 형질전환을 시켜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시도되고 있고,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설령 초급성 면역거부 반응을 극복한다 해도 이후 급성, 만성 등 첩첩산중으로 다른 면역거부 반응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면역학자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면역 현상을 생명체의 가장 기본적인 특성인 개체성의 관점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전자 한두개를 제거한다고 해서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인 면역기능을 극복할 수 없으며 “면역 현상은 고정된 시스템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균형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결국 유전자의 부분적 조작을 통해서 생명현상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면역 거부반응을 극복할 수 있다는 발상은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는 셈이다.

신종 질병 발생 가능성

이종간 이식이 실제로 실시될 경우, 그 영향은 장기를 이식받은 개인에게서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에까지 미칠 수 있다. 그것은 동물에게서 비롯된 감염성 질환이 환자를 통해 사회적으로 확산되거나 심지어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전혀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는 신종 질병의 발생 가능성이다.

토론회 발표자였던 연세대 치대의 육종인 교수는 “장기이식이 살아있는 세포, 조직, 기관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인류, 나아가 자연계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류 독감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사람의 독감을 일으키는 병원체와 유전자 교환을 일으킬 경우 인류에게 치명적인 새로운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 육교수는 특히 이종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이 면역 거부 반응을 피하기 위해서 “강력하고 광범위한 면역 억제를 장기간 (또는 평생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점과 감염 경로의 가장 강력한 방어막인 피부-점막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물 감염 인자가 종간 장벽을 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종간 이식에 대한 연구는 이 연구를 통해 개인들이 얻는 혜택과 그로 인해 사회가 처할 수 있는 위험을 모두 고려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토론회 발표자 중 한사람이었던 김명진 서울 시립대 강사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미 이종간 이식 논쟁을 거친 나라들에서는 “사회적 논의 과정에 일반 시민들의 견해를 포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이종간 이식의 불확실성이 과학자, 의사, 또는 환자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잠재적 수혜자이자 동시에 위험 부담자이기 때문이다.

장기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의 필요성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계획에서 비롯된 이종간 장기 이식을 둘러싼 논의는 지금까지 우리가 장기 문제를 얼마나 편협하게 이해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기를 쉽게 바꾸어 끼울 수 있는 기계 부속으로 생각하고, 면역 거부반응을 장기이식을 어렵게 만드는 성가신 부작용 정도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장기의 일반적인 기능의 일부를 알고 있을 뿐, 우리 몸 속에서 폐, 심장, 위와 같은 수많은 장기들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연결망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지 못하고 있다. 또한 면역 작용과 같은 높은 수준의 생체 기능이 개별 장기에 대한 거부를 넘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생명 현상 자체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종간 장기 이식을 위해 면역 작용을 우회하거나 억제제를 통해 면역반응을 약화시키는 것이 궁극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예측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이종간 장기 이식의 문제는 이 글에서 간략하게 언급한 문제들을 포함해서 그외의 숱한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과제이다. 실제로 관련 연구자들도 현실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마치 당장에라도 실현이 가능하고, 면역거부 반응은 쉽게 해결이 가능한 테크니컬한 문제인양 이야기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사회와 그 구성원에 대한 규정력을 날로 높여가고 있는 오늘날 과학적 문제와 사회-윤리적 문제는 구분되기 힘들다. 이종간 장기이식의 경우에도 기술적인 문제와 사회적 문제는 뗄레야 뗄 수 없이 뒤섞여 있다. 적절한 과학지식의 이해를 포함한 사회적 공론화와 학습과정을 거친 폭넓은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대응 방향이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김동광(시민과학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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