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2002-08-01   1047

멕시코 옥수수 스캔들*

<번역> 박사로한, 김명진 | 우리모임 회원

환경보호론자들의 관점에서 그 연구는 유전자조작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전이유전자(transgene)는 멕시코에서 자라는 토종 옥수수 종자들에 이미 퍼져 있었다. 이 시점에서 ≪네이처≫지는 그 연구논문에 대한 책임을 부인함으로써 생명공학 산업이 결집시킨 선전 활동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불러왔다. 하지만 그 논문의 저자들을 가장 혹독하게 비판했던 사람들이 바로 [같은 대학에 있는] 그들 자신의 동료들이었던 것은 대체 어찌된 영문일까? 이 글에서는 이번 사건을 다룬 요란한 헤드라인 이면에 숨겨져 있었던 놀랄 만한 사건에 대해 밝힐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2001년 9월로 거슬러올라간다. 당시 멕시코 환경부는 유전자조작(GM) 옥수수의 DNA가 소규모 농장들에서 재배된 토종 종자에서 발견되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GM 작물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의 손에 들어갔고, 11월에 그 결과가 저명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되자 그들은 GM 작물을 공격할 수 있는 더 많은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나 올해 4월,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했다. ≪네이처≫지가 그 논문을 싣기로 했던 애초의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 그 연구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두 개의 글을 나란히 싣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이러한 ≪네이처≫의 입장 선회는 애초의 연구결과보다 훨씬 더 크게 대중적으로 보도되었다. ≪네이처≫가 논문의 저자와 심사위원을 무시하면서 논문에 대한 책임을 부인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어떤 이들은 생명공학 산업의 대리인들이 원 논문을 비판하는 편지와 탄원 공세를 조직했다고 주장하면서 부정 행위가 있었을 거라고 의심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논쟁 양측의 핵심 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는 캘리포니아-버클리 대학의 비판자들에게는 이러한 외부의 선동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 논문의 저자들 ― 대학원생이자 환경과학자인 데이빗 퀴스트와 그의 지도교수인 멕시코인 식물생물학자 이그나치오 차펠라 ― 는 이미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움을 사고 있던 인물들이었다. 1998년에 그들은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학교측이 스위스의 생명공학 회사인 노바티스와 특별한 협력관계를 맺는 것을 막으려는 운동을 조직했다. 학생들의 항의시위와 파이 세례 속에서 체결된 이 계약으로, 노바티스는 5천만 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가장 우수한 식물 연구 결과를 골라 맨 처음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UC 버클리의 식물·미생물학과와 노바티스가 체결한 계약을 둘러싼 논란은 ≪시민과학≫ 2002년 4월호에 실린 [돈으로 살 수 있는 최상의 과학]을 참조할 수 있다 ― 옮긴이]

그러나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이 이를 학문의 자유에 대한 훼손으로 바라본 반면, 식물·미생물학과 소속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연구를 이제 신젠타(Syngenta)로 이름을 바꾼 회사와의 계약에 의존하게 되었다.[거대 농화학 기업인 노바티스와 아스트라제네카가 2000년 가을에 기업을 합병해 생겨난 기업이 신젠타이다 ― 옮긴이]

그로부터 2년 후인 2000년 10월 11일 밤, 버클리 식물·미생물학과 교수인 마이크 프릴링의 지도를 받는 학생들이 재배하고 있던 유전자조작 옥수수밭에 일군의 환경활동가들이 침입해 이를 망쳐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집단은 학생들이 옥수수가 유전적으로 조작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해왔다고 지역신문에 폭로하였다.

분노한 연구자들은 학교 안에 그들과 내통한 사람이 있었을 거라고 의심했고, 처음에는 퀴스트에게 혐의를 돌렸다. ‘파괴행위가 있기 직전에 퀴스트는 우리 학과의 옥수수 유전학자들 중 몇 명에게 프라이머(primer, 긴 DNA 사슬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짧은 RNA 혹은 DNA 가닥 ― 옮긴이)를 요청한 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시험재배장에서 GM 작물을 식별하는 데 쓰였을 수도 있었다.’ 식물·미생물학과의 선임교수인 스티븐 린도우가 ≪뉴사이언티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이 ‘우려를 표명했으며, 파괴행위가 있는 후로는 더 크게 의심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물이 훼손되고 나서 2주 후에, 린도우는 퀴스트의 지도교수인 차펠라를 만나 이런 의심이 존재한다고 얘기해 주었다. 최근 린도우는 당시 퀴스트가 무죄라는 점을 자신이 이내 수긍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퀴스트는 그런 주장이 이후에 더욱 심한 형태로 지속되었고, ‘그 결과 나의 학문적 신뢰성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주었다’고 말한다.

시험장이 파괴되었을 때, 퀴스트는 멕시코 오악사카 주의 농장들에서 옥수수 샘플을 수집하고 있었다. 1년 후 이 샘플에 기반한 연구결과가 신문의 헤드라인을 강타하자, 이는 버클리의 생명공학자들의 경력에 있어 야간의 실험장 파괴를 훨씬 넘어서는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퀴스트와 차펠라는 먼저 미국에서 재배되는 Bt 옥수수에서 유전자조작을 통해 삽입된 DNA 서열을 검출하기 위해 표준적인 DNA 증폭 기술인 PCR을 이용하였다. ‘이것은 유럽과 다른 여러 나라의 규제기구들이 이용하는 표준적인 검출 방법이다’라고 퀴스트는 말하고 있다. 그는 이 방법이 잘못된 양성 반응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두 사람은 자신들의 대조군에서 나온 결과를 통해, 앞서 검출한 DNA 서열이 멕시코 산간 지방에서 얻은 토착 종자들의 몇몇 샘플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심의 여지없이’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난 후 두 사람은 이와 연관된 역(逆)PCR이라는 기법을 써서 전이유전자 서열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려 하였다. 그들의 결론은 첨가된 DNA가 조각난 상태로 옥수수의 게놈 전체에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저자들은 아직까지도 논쟁의 불씨를 이어가고 있다. 퀴스트는 이번 달에 ≪뉴사이언티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전이유전자의 DNA가 게놈의 이곳저곳으로 움직여 예측할 수 없는 일련의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그 영향은 정상적인 기능의 교란, 발현된 산물의 변화를 통한 독성물질의 생산, 새로운 세균이나 바이러스 종의 생성에 이르

기까지 다양하다.’

올 4월에 ≪네이처≫에 실린 두 개의 비판적인 글은 바로 이 두번째 결론을 공격한 것이었다. 그리고 퀴스트와 차펠라는 ≪네이처≫지 같은 호에 실린 답변글에서 ‘우리가 DNA 서열의 식별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판자들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말함으로써 원 논문에 결함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아마 긴장이 좀 덜한 상황이었더라면 원 논문의 부분 철회만으로도 논쟁 양측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네이처≫지는 저자들에게 논문 전체의 철회를 요구했고 저자들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네이처≫는 비판글이 실렸던 같은 호에 논문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공고문을 실었다. 공고문에서는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다양한 조언에 비추어 볼 때 . . . 현재 이용가능한 증거들은 원 논문의 발표를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치 못하다.’

이에 대해 퀴스트와 차펠라는 논문의 발표 이후에 어떤 기술적인 결함이 나타났건 간에 자신들의 논문은 이미 3명의 익명 심사위원들로부터 승인받은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심사위원들이 논문의 게재를 승인했다는 것은 그 논문이 뭔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원 논문과 이에 대한 비판글들을 3명의 다른 심사위원에게 보냈을 때, 이들 중 두 사람은 어떤 논평자도 유전자조작 옥수수가 멕시코에서 자라고 있다는 결론을 논박하지는 못했다는 점을 특별히 언급했다.

‘그 논문의 주된 결론은 논쟁의 여지가 없으며 그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이 제기되지도 않았다’고 퀴스트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논문의 치명적인 결함을 보여주었다고들 하는 ≪네이처≫지의 두 개의 비판글들 중 어느 것도 우리의 주된 발견에 대해서는 문제조차 삼지 않았다.’≪네이처≫지는 왜 저자들의 부분 철회를 받아들이지 않았냐는 ≪뉴사이언티스트≫의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편집 책임자인 필립 캠벨이 할 얘기는 아마 이것이 전부일 것이다.

‘≪네이처≫지는 그 논문의 결론들이 틀렸다고는 결코 말한 적이 없다. 우리는 그 결론들이 논문에 실린 증거들만 가지고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그는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고 저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논문에 대한 책임을 부인한 자신의 결정에 퀴스트와 차펠라에 대한 공세가 영향을 주었다는 점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공세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논문이 철회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그 논문이 발표된 날 이미 인터넷상의 생명공학 포럼에 등장했고, 이후 점점 더 격렬하게 지속되었다. 그러

나 인터넷상에서 가장 끈질지게 비판을 제기했던, 표면상 과학자로 보이는 두 사람인 ‘메리 머피’와 ‘앤두라 스메태섹’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 아닌 듯하다. 영국의 GM 반대 활동가인 노포크 유전정보 네트워크의 조나단 매튜스는 그들의 전자 인적사항을 추적해 본 결과 비빙스 그룹의 사무실 및 컴퓨터 장비와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비빙스 그룹은 워싱턴 DC 소재의 선전활동 회사로 몬산토 사를 고객 중 하나로 두고 있다. 비빙스는 처음에 모든 것을 부인했으나 이후 이메일 중 하나가 비빙스 직원 내지는 고객으로부터 발송되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운 점은 ≪네이처≫지에 실린 두 개의 비판글을 작성한 과학자들의 정체이다. ‘그 비판글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이들은 모두 버클리의 지역 정치 스캔들[1998년의 노바티스-UC 버클리 계약을 둘러싼 논란을 가리킨다 ― 옮긴이]과 직접 관련되었던 사람들이다’라고 차펠라는 말하고 있다.

비판글 중 하나는 마이크 프릴링과 닉 카플린스키에 의해서 작성되었는데, 카플린스키도 버클리 식물·미생물학과의 선임교수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매튜 메츠와 요하네스 푸터러가 쓴 것

인데, 메츠는 예전에 버클리에 있었던 미생물학자로 당시 노바티스와의 협력을 적극 지지했던 인물이고 푸터러는 빌헬름 그뤼셈의 제자인 젊은 스위스 연구자인데 그뤼셈은 4년 전 버클리에 있

을 때 ‘노바티스를 버클리로 끌어들인 사람’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퀴스트와 차펠라는 노바티스와의 계약에 관한 논란이 빚어낸 적대감이 이후의 시험작물 파괴행위에 의해 더욱 격해지면서 자신들의 논문을 둘러싼 의견대립에서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카플린스키는 이를 부인한다. ‘이 문제는 전적으로 과학적인 문제이다. 퀴스트와 차펠라는 나쁜 과학 논문을 발표했으며, 따라서 자신들의 논문을 철회하고 사과하는 명예로운 일을 마땅히 했어야만 했다.’그러나 카플린스키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며, 그래서 우리 학과와 노바티스와의 계약이니, 과거의 일에 대한 복수니, 전지구적 음모니 하는 과학 외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고 있다. 가공

한 데이터를 발표하고 이를 잘못 해석한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이면 무엇이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캠벨은 자신이 비판글들을 받았을 때 과거의 작물 파괴 사건을 둘러싼 비난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설사 자신이 알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비판글들을 싣기로 한 자신의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거라고 했다. ≪네이처≫지도 캠벨도 생명공학 산업의 앞잡이는 아니다. 캠벨 자신은 예전에 버클리-노바티스간의 계약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의 사설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퀴스트는 정치적 압력이 ≪네이처≫지의 조치를 야기시켰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누가 옳건 간에, 이번 논란은 과학에서의 의사소통이 놀라울 정도로 망가진 모습을 드러내 보였다. 캠벨은 이 사건 후 쓰기를, 당혹감을 안겨준 ≪네이처≫지의 논문 철회가 ‘우리 시대에 가장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기술 중 하나와 연관된’ 것은 머피의 법칙이 작용한 결과임이 분명하다고 했다. 반면 다른 이들은 이것이 우발적 사건 이상의 뭔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이 사건이 동료심사 체계를 시험대에 올려놓았고 그것에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사건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행위자들의 망령은 특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이번에 ≪네이처≫는 논문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면서 독자들에게 소동의 배후에 있는 과학에 대해 나름대로 판단을 내릴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네이처≫는 공적인 비판글 뒤에 숨은 사적인 논란에 대해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지는 못했다. 뿐만 아니라 ≪네이처≫는 크게 보아 원 논문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던 다섯 명의 심사위원의 신원과 소속에 대해, 그리고 ≪네이처≫가 논문을 철회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보이는 여섯번째 심사위원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2년 전 프릴링의 시험장을 파괴했던 사람들이나 ‘메리 머피’와 ‘앤두라 스메태섹’라는 이름의 뒤에 숨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토록 요란한 조명을 받았던 대중적 사건이 이리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니, 정말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전: Fred Pearce, ‘The great Mexican maize Scandal,’ New Scientist 174 (15 June 2002), pp.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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