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세월호참사 2014-06-16   990

[칼럼-세월호 참사 두 달, 이것만은 바꾸자](1) 규제 완화 아닌 규제 강화가 우선

규제 완화 아닌 규제 강화가 우선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는 1차적으로 선박 안전 점검과 안전 운항 관리에 대한 감독행정이 무너진 점에 기인한다. 결항하면 받은 요금을 반환해야 하니 선박회사는 안개가 자욱해 위험한 상태에서도 운항을 하려고 한다. 여객이 부족하면 과적을 해서라도 돈을 더 벌어야 하니 고박장치 없이 컨테이너와 화물자동차를 마구 싣는다. 여객의 생명·안전을 생각하면 출항, 과적, 설비에 대한 철저한 선박 운항 관리 행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박 운항 관리 행정은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선박회사들의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이 맡고 있다. 선박 구조안전 점검행정은 민간단체인 한국선급이 담당하는데, 선박회사에서 수수료를 받고 점검업무를 하다 보니 선박의 불법 개조나 구명설비 작동 여부 등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기 어렵다. 지적이 있을 때마다 해양수산부가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을 엄격히 감독하면 된다고 했지만,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이사장이 전직 해양수산부의 선배 관료이니 후배 관료들이 엄격한 감독행정을 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행정권한을 민간단체에 위탁해 대신 행사하게 하는 것을 행정법에서는 ‘공무수탁사인’이라고 하는데 재개발조합, 금융감독원, 공제조합 등도 이런 예에 속한다. 매년 2000명 이상이 사망과 재난을 입는 산재사업장의 안전점검 행정도 고용노동부가 아니라 산업안전공단이나 대한안전관리협회 등 민간단체가 행정권한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점검 대상인 기업에서 점검업무 수수료를 받아야 하니 철저한 안전점검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위탁행정기관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팔짱행정, 무책임 행정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역대 정권의 국정 운영기조가 ‘작은 정부. 시장(민간)자율’에 맞춰지다보니 이러한 ‘행정의 외주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원인에는 무책임한 규제 완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선박회사들의 민원에 화답해 20년이   던 노후선박 연령의 규제를 30년으로 완화하고, 엔진 가동       7000시간마다 하던 여객선 엔진검사를 9000시간마다 하는 것으로 완화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 조치에 힘입어 일본에서 퇴역의 운명에 있던 선박이 한국에서 ‘세월호’로 새로이 출발할 수 있었다. 

김남근 변호사,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현재 국내 내항화물선 2083척의 37%인 773척이 25년 이상   의 노후선박이다. 부착판에 고박하지 않고 컨테이너를 적재할   경우 징역형에 처할 수 있던 규정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벌로 완화하고 제한된 차량만 선적할 수 있던 여객선에 대형   화물차량을 선적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다. 이 모든 규제 완화가 세월호 침몰의 하나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규제 완화의 사례는 선박 안전뿐만이 아니다. 2009년 지하철과 철도의 수명은 25년에서 40년까지 연장됐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아예 수명제한이 없어졌다.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면 낙수효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식 규제 완화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 경제적 약자의 보호 등 공익적 목적은 쉽게 무시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경기활성화 전략으로 추진하는 아파트 수직증축 리모델링 규제 완화에도 심각한 안전문제의 이슈가 도사리고 있다. 20여년 전 수백여명의 인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바로 무리한 수직증축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차례나 시도하다 안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추진하지 못했다. 1차 안전진단에서는 도면만을 보고 진단하고, 주민들이 이주한 후 시행되는 2차 안전진단에서 철근상태 등 실제 상황을 보고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리모델링을 중단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안전문제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규제는 암이다”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활성화 전략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이 되고 있다.

 

문제의 해결은 ‘해경 해체’나 ‘국가안전처’ 신설이 아니다. 국정의 기조를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의 이익 증대만을 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근로자·중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 보호와 같은 규제의 공익적 측면을 보지 않는 국정 운용기조가 계속 남아 있는 한 제2, 제3의 세월호 참사를 피하기는 어렵다. ‘기업활동 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 규제 완화만을 추진 목표로 하는 법과 제도를 안전이나 경제적 약자 보호와 균형을 맞추도록 개정해야 한다. 기업의 사외이사나 공무원 위주로 구성돼 있는 규제개혁위원회에 안전과 재난담당자, 노동자·중소상인·소비자 등 경제적 약자의 대표가 참여하도록 하고 규제개혁위원회의 목적이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의 공정한 관리가 되도록 ‘행정규제기본법’을 개정하고, 규제개혁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 ‘규제 완화,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이나 경제적 약자의 생존만은 행정이 기본적으로 책임진다’는 책임행정이 국가개조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 이글은 2014년 6월 16일, 경향신문 오피니언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기사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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