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1차 협상에 대한 민변·참여연대 공동 논평
미국 워싱턴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린 한미 FTA 1차 본협상이 9일 끝났다. 1차 협상을 통해 15개 분과 중 상호 이견이 뚜렷한 농업과 위생검역, 섬유, 무역구제 등 4개 분과를 제외한 11개 분과에서 통합협정문이 작성되었다. 협상에 나섰던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협상의 진전 속도와 결과에 대해 만족해하면서, “첫 단추가 성공적으로 끼워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4대 선결조건에 대한 양보와 공청회 파행, 협상 과정에 대한 비공개 결정 등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한미 FTA 협상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협상 과정과 1차 협상의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첫 단추부터 다시 끼워야 할 것이다.
언론을 통해 제한적으로 공개된 협상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한미 FTA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정부 스스로 한미 FTA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라고 밝혔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섬유ㆍ의류제품의 관세양허 및 관세의 조기 철폐, 반덤핑ㆍ상계관세 부과의 남용방지와 발동요건의 강화 등에 대해서는 미국 측의 완고하지만 강한 반대 입장만을 확인 했을 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대신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자국에 없는 상대국의 파생금융상품인 신금융 서비스와 상대국 현지에 법인이나 지점을 설립하지 않고도 금융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국경간 거래를 허용하였으며, 투자분야에서는 투자 의향 단계부터 외국 투자자에 대한 내국민 대우와 현지인 및 현지 부품을 써야하는 의무이행 부과금지 등에 합의하였다. 또한 국내에서 이미 문제가 제기되었던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에 대해서도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협상 전부터 계속되었다.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나오는 문서들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하였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5월초 정보공개를 요구한 한미 FTA 추진과 관련한 문서에 대해서도 비공개 결정을 내리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국민 생활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한미 FTA 협상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조건 아래 신금융 서비스가 허용되었으며, 일체의 의행의무 부과가 금지된 것인지, 아니면 어떠한 예외 조항을 우리 정부가 마련하였는지, 한-호주 FTA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가 한미 FTA에 포함된 이유는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의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1차 협상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2차 협상도 있을 수 없으며, 협상 일정에 얽매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협상에 대한 비공개는 협상에 나서는 몇몇 관료들의 어깨를 가볍게 할 수는 있지만 협상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오며, 협상의 진전 속도와 체결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상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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