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1998-10-15   568

[창간호] [시민과학] 을 발간하며

이제 11월 22일이 되면 우리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과민모)'이 참여연대 안에서 출범한 지 어느덧 일년이 됩니다. "과학기술에서의 참여민주주의 실현을 통해 보다 인간적이고 생태친화적인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 위에서 궁극적으로 보다 평등한 대안적 사회질서를 촉진하는 시민운동"을 추구한다고 출범사에 밝혔는데, 지난 일년간의 활동이 이에 얼마나 부합하였고 성과를 거두었는지 두려운 마음이 앞섭니다.

그동안 우리 모임의 회원들은 월례토론회와 각 분과 모임, 운영위원회 및 회원MT같은 행사를 통하여 직접 만나보는 기회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일상적으로는 '참세상' 통신망의 게시판을 통하여 의사소통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참세상'을 이용하지 않는 많은 회원들은 우리 모임이 전체적으로 어떤 상황이며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는지 꾸준히 알 수 있는 통로가 없어서 아쉬움을 느껴온 것이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임에 관심을 가진 외부 인사들도 우리 모임의 구체적인 활동의 모습을 접하고 이에 바탕하여 후원 내지 연대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진작부터 우리 모임의 독자적인 소식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증해왔던 것입니다.

오랫 동안의 산고 끝에 드디어 이제 우리의 소식지가 세상에 얼굴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그 이름을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이라고 짓게 된 것은 그것이 우리 모임의 성격과 지향점을 함축적으로 잘 드러내준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민'과 '과학'은 현재 우리의 사회구조에서는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먼 세상에 있는 것으로 느껴지는 두 낱말입니다. 그건 과학을 한편에선 진리를 수호하는 과학자사회의 성역쯤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상아탑과학'의 신화가, 또 한편에선 기술혁신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에 봉사하는 도구로만 여기는 '기업과학'의 신화가 아직 우리 사회에 팽배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시민과학'이란 말은 어느 회원이 얘기했듯이 "뜨거운 아이스크림"이란 농담처럼 형용모순으로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환경파괴와 안전사고 및 감시통제로 얼룩진 '복합적 위험사회'가 된 원인은 바로 시민사회가 약해서이고 과학기술에서 시민이 소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참여를 통한 과학기술의 민주화는 따라서 그 어느 곳보다도 우리 사회에서 더 절실히, 시급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과학기술에 지배받거나 무력한 시민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과학"으로, 더 나아가서 시민사회에 의해 과학기술의 방향이 선택되는 "시민에 의한 과학"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형용모순처럼 보이는 '시민과학'을 우리는 현실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미 서구에서는 합의회의, 과학상점, 참여설계, 신기술협약 등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하여 '시민과학'이란 단비가 '위험사회'란 우리의 멍에를 다 쓸어 내려가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소식지 [시민과학]은 여러분께 이런 단비의 소식을 널리 알리는 입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단비를 원하는 여러분들의 다양한 생각들이 마주치며 만나는 광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회원뿐 아니라 우리 모임을 지켜보는 비회원들도 참여하여 의견을 토로하는 열린 광장을 만들기를 원합니다. 부디 우리 소식지가 과학기술 민주화를 앞당기는 기관차의 역할을 훌륭히 해낼 것을 다 함께 빌며 기대해봅시다.

김환석 우리 모임 대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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