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1-08-31   1231

고등학생부터 72세 노인까지, 열성 1인시위 참가자들

1인 시위하러 부산, 포항, 광주에서 서울로

이동전화 요금인하 촉구 ‘사오정 정통부 귀뚫기 1인시위’ 12일째 참가자 박유경씨(20. 학생)는 포항에 산다. 시위 당일날 그녀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에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 박씨는 짬을 내 헌혈까지 했다. 오른 팔에 흰 솜을 붙이고 시위 시간 내내 씩씩하게 서 있던 박유경씨. 그녀는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 사람이다.

지난 겨울 ‘국세청 앞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1인 시위. 이는 ‘국회의사당,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 대통령 관저 등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백미터 이내 장소에서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11조를 무력화시켰다. 동시에 1인시위는 10대 고등학생부터 70대까지 시위 참가자의 폭을 넓혔다.

1인 시위 위해 부산에서 서울까지

박유경씨는 “시위 도중 지나가던 한 시민이 30% 요금 인하는 너무 적다며 40%는 인하돼야 한다고 격려하기도 했다”며 “의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호의적이어서 기뻤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1인 시위에 참가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 시위 참가를 신청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런 소박한 마음으로 부산에서, 광주에서, 포항에서 비싼 차비를 감수하면서 서울까지 왔다.

지난 8월 28일 국무회의속기록 작성을 촉구하는 청와대앞 1인 시위에 참가한 정영재(44.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광주전남 지부 사무총장)씨. 그는 오전 10시에 청와대 앞에 서기 위해 오전 7시 비행기를 타고 왔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전경들에게 저지당했을 때 ‘DJ정부 하에도 권위주의가 전혀 사라지지 않았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경호상의 이유로 우리같은 사람들이 1인 시위하는 것도 막으면서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돼 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말로만 개혁을 외치지 말고 이런 작은 부분부터 개혁해야 한다.”

7일째 사오정 정통부 귀뚫기 1인 시위에 참가했던 이민주(20. 대학생)씨도 부산에서 왔다.

1인 시위의 또다른 성과는 시위 참가자의 폭을 크게 넓혔다는 점. 지난 8월 8일에 시작한 이동전화 요금인하를 촉구하는 사오정 정통부 귀뚫기 1인 시위에는 고등학생들이 대거 참여, 시민운동과 시민의 거리를 한층 좁혀가고 있다.

절친한 친구 김진선씨와 함께 지난 21일 1인 시위에 참여한 박효진(18. 인천 인명여고 2)씨. 개학을 하고 만난 친구들은 그가 1인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하자 모두 부러워했다고 한다.

“맨 처음에는 딴 사람이 하겠지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 시민들이 참여해 작은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문구를 읽고 직접 참여해보고 싶어졌어요. 또 내가 직접 참가해 핸드폰 요금이 내린다면 뿌듯하잖아요.”

실제 시위에 참가해본 소감을 물으니 그는 “시위가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무척 재미있었다”고.

사오정 정통부 귀뚫기 1인 시위에는 방학중인 학생들이 대거 신청했다. 이 시위를 담당하고 있는 참여연대 작은권리찾기 운동본부 배신정 간사는 “학생들 집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들이 받았을 때 안 좋게 생각하실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의외로 흔쾌히 승낙하셨다”며 “훌륭한 자녀 뒤에 훌륭한 부모가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올랐다”고 말했다. 효진씨 어머니도 ‘당연히 보내야죠’라며 흔쾌히 응낙하셨다 한다.

앞으로도 계속 1인 시위에 참가하겠다”

1인 시위 참가자들 중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사람들은 두세 번씩 1인 시위에 참가하는 이들. 지난 21일 청와대앞 1인 시위에 참석한 이충녕(22. 대학생)씨는 이번이 두 번째 1인 시위. 지난 겨울 그는 홀로 국세청 앞에 섰다.

“국세청 1인 시위에 참가하고 난 뒤 국세청이 이재용에게 과세하기로 결정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매우 감동했다. 나도 한 몫을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또 다시 1인 시위에 참가하게 된 계기를 묻자 충녕씨는 ‘내가 참여해 세상이 바뀌는 경험’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오정 정통부 귀뚫기 릴레이 1인 시위의 첫 테이프를 끊은 최용수씨, 김영철씨, 3일째 하원상씨, 4일째 김미든씨, 5일째 김진수씨, 9일째 정의엽씨도 지난 겨울 국세청앞 1인 시위에 이어 두 번째로 1인 시위에 참가한 기억해야할 얼굴들이다.

지난 4월 이재용 과세 결정에 대한 축하연 자리에서 참여연대 김창국 전 공동대표는 “1인 시위를 특허라도 낼 것을 그랬다”며 “국세청 앞 1인 시위는 시민운동의 한 장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위문화를 창조했다”고 평가했다. ‘변형된 1인 시위는 위법’이라는 종로경찰서장의 억지, 미이라 복장을 한채 1인 시위를 벌이던 노동자를 경범죄로 처벌한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런 열성 참가자들이 있는 한 1인 시위는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 모여 꿈쩍도 안 할 것 같았던 세상의 변화를 목격한다.

전홍기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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