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센터(종료) 미분류 1999-02-15   654

[04호] 대한의사협회의 인간복제실험 실사 결과에 대한 성명서

대한의사협회의 인간복제실험 실사 결과에 대한 성명서

대한의사협회의 '인간배아복제실험' 실사 결과에 대한 성명

한달 이상 미루어진 실사 결과, 국민의 우려는 뒷전이었다. '생명복제 연구에 관한 지침'에는 생명안전·윤리 전문가와 시민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경희의료원 불임클리닉 이보연 교수팀에 의한 '인간배아복제실험'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과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인간복제와 관련된 인간 존엄성의 문제와 여러 사회적, 윤리적 문제점들이 지적되며, 사회 전반적으로 우생학적 시도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한편에서는 실험결과에 대한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었으며,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의 로슬린연구소는 "이미 동물복제를 통해 인간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왜 인간배아복제실험을 시도했는지 모르겠다"며 영국은 인간배아복제가 법적으로 규제되고 있고, 윤리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보연 교수팀은 자신들의 실험결과가 초래할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여, 국내언론보도와 외신보도가 계속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2월 24일, 대한의사협회는 이보연 교수팀의 '인간배아복제실험'에 대한 실사를 시행하였다. 실사 결과 발표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으나, 인간복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실사결과를 한달이상이나 미루어 이제야 발표했다. 실사결과를 바로 발표하지 않고 이제까지 미루어 온 대한의사협회의 조치는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를 무시한 조치였다.

이보연 교수팀의 '인간배아복제실험'을 실사한 대한의사협회 산하 대한의학회 생명복제 소위원회(서정선, 황우석, 이경광, 문신용)는 "이번 경희의료원 연구팀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결론을 실사단 4인 위원의 전원 합의된 결론임을 보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인간배아복제 등 생명공학적 기술이 인류의 복지 향상에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정하지만, 연구에 따르는 위험성과 비윤리성을 배제하기 위해 '생명복제연구에 관한 지침'을 99년 4월말까지 제정할 것임을 밝히고 있다. 또 이를 위하여 사회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생명공학의 위험성과 비윤리성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경희의료원 연구팀의 실험결과가 성공인가 실패인가에만 관심을 집중시켰고 그로 인한 윤리적·사회적 문제와 연구자의 윤리에 대한 문제는 경시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연구팀의 실험이 실패일지라도 그 실험이 야기한 인간존엄성과 윤리적·사회적 문제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의견을 밝혀야 한다.

또한 '생명복제연구에 관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한 공청회는 각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되어야 하며, 특히 생명안전·윤리 분야의 전문가와 일반시민(시민단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종래의 절차를 되풀이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공청회는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시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몇 번이라도 이루어져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대한의사협회에서 "본 회의 모든 회원에게 지침이 제정될 때까지 인간의 세포를 사용하는 어떠한 생명복제 연구도 당분간 중단할 것"을 요청한 것이다. 아직 국내에는 인간복제와 관련된 어떠한 법적 규제도 없는 상황이므로, 대한의사협회 차원에서의 이러한 결정은 환영할 만하다. 이러한 요청사항이 대외 발표용에 머무르지 않고 연구자들 스스로 대한의사협회 요청에 따르기를 바란다.

1999년 1월 29일

참여연대 과학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