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4-28   1054

전국단위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EIS)의 쟁점과 대응경과

지난해부터 계속 논란이 되어온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NEIS, 이하 NEIS)이 교육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월 11일 시행된다고 한다. 이는 그간 수차례 지적되어 온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심의해서 문제가 된다면 폐기하겠다던 교육부 장관의 약속을 믿고 지켜보던 시민사회단체들로 하여금 분노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스스로 약속을 뒤집어엎은 교육부의 행태는 NEIS에 대한 대응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싸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NEIS는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선정단계와 과정에서의 의혹, 예산낭비, 노동감시 그리고 국민의 기본적인 인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글에서는 NEIS가 안고 있는 인권 침해 및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해서 그간 어떻게 시민사회단체가 문제제기하고 싸움을 진행해왔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1. 발단

교육인적자원부가 2002년 9월 시행하기로 예정했던 NEIS는 간단하게 말하면 기존의 학교단위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C/S)을 인터넷상에서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기존의 학교종합정보시스템이 생활기록부 전산화의 용도로 그 사용이 축소되어 최소한으로 운영되었다고 한다면 NEIS는 학사/교무 영역과 보건, 재정 등 총 27개 영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인터넷상으로 학교행정 등에 관한 모든 정보를 입력, 시도단위 교육청 및 교육청의 서버에서 축적 관리한다는 것이다. 교육행정의 투명성과 업무의 효율성 제고 및 각종 서류발급 등 대국민 민원서비스 강화가 교육부가 내세우는 NEIS시행의 기대효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긍정적인 기대효과에도 불구하고 NEIS가 시행된다면 심각하게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즉. NEIS의 시행대상인 학사/교무분야와 보건분야는 교육부가 제시한대로 시행될 경우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 위험이 있다. 학교 단위에서 교장의 책임하에 목적에 맞게 관리되어야 할 개인정보가 인터넷상에서 입력되고 그대로 교육부의 서버에 집중되며 필요에 따라 다른 부서와 공유될 수 있다(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시행규칙)고까지 하니, 만약 정보가 유출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교육부가 이러한 개인정보에 대한 축적과 관리에 대해 해당 정보 주체인 학생들과 학부모 및 교사들에게 동의조차 구하지 않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는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한 가장 일반적 원칙으로 통용되는 OECD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고 있는 모든 개인정보수집은 정보주체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또한 정확한 목적을 명시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목적명확화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개인정보보호를위한법률”에서도 이점에 대해서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인터넷의 상용화로 인해 인터넷상에서의 각종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요즘에, 그것도 정부기관에서 적법한 절차와 과정을 무시한 채 필요 이상의 정보를 모아서 관리하려는 발상 자체가 정보통제를 통한 국민감시라는 비판도 있다.

NEIS의 문제에 대해서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한 것은 전국교직원노조였다. 전교조는 NEIS가 노동 업무 증가와 교사의 자유로운 교육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을 들어 NEIS 시행에 반대했다. 뿐만 아니라 예산 낭비, 잦은 시스템 교체로 인한 교사들의 혼란과 정책에 대한 불신. 교사의 잡무 증가, 시스템 불안정. 학생, 학부모 및 교사의 프라이버시 침해, 정보 보안의 문제들을 잇달아 제기하였다.

전교조는 조합원을 중심으로 NEIS 인증 거부 투쟁을 전개하면서 NEIS의 문제점에 대한 홍보를 하였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국민 대다수에 해당하는 개인정보의 집중은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의 침해라고 보는 인권 단체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전교조 중심의 NEIS 시행 반대 운동은 시민사회단체 전면적인 문제인식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2. 대응경과

교육부는 전자정부 11대 핵심과제의 일환으로 교육행정정보화사업에 500억여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난 2000년부터 NEISF를 구축해 왔다. 2002년 9월 시도교육청별 시범 개통을 통해 일선 교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20002년 10월 말부터 시스템을 본격 가동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를 위해 여름방학 연수 등을 통한 교사 대상 프로그램 교육을 실시하는 등 시스템 가동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반발해 NEIS 시행 유보를 위한 서명 운동과 인증거부 등의 운동을 벌였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1400억원을 들여 전국 8615개 학교에 도입을 진행해온 기존의 C/S를 3년도 안돼 새 시스템으로 다시 바꾸겠다는 것은 예산낭비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교사들의 연수 거부 투쟁 등을 통해 NEIS의 처음의 수정 보완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면 유보를 주장하고 나섰다. 결국 교육부는 교사들의 강한 반발과 여론에 밀려 2003년 3월로 시행을 유보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문제는 교육부가 교원단체 등의 반발이 단순히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거나 시스템의 불안을 보완한다는 정도면 된다는 식으로 과소평가해서 시스템은 개통하되 교사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계속 수정·개선해 나가겠다는 태도로 일관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교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한 학생인권침해 요소가 현저한 NEIS의 항목 중 일부가 제외되거나 학교 재량에 맡기는 자율성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NEIS는 운영해가면서 수정·보완하면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2003년 3월 시행을 앞둔 NEIS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는 전교조 및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전교조는 2003년 1월 시민사회단체와 프라이버시보호-NEIS연석회의(전교조, 문화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 진보네트워크, 민주노동당 등)를 구성하고 NEIS의 인권 침해 및 프라이버시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기 시작했다.

연석회의는 2월 19일 토론회와 기자회견을 통해 NEIS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교원의 업무증가 및 교원통제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NEIS를 전면 중단하고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즉 시민사회단체 및 교원단체, 학생 등의 교육주체가 함께 교육정보화심의위원회(가칭)를 구성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교육행정정보화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서 전교조, 시민사회단체 등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NEIS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책임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시민사회단체의 일련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NEIS를 예정대로 3월에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다.

한편, 기존 C/S에서 NEIS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의 오류도 수없이 발생했다. 일례로 전남 목포시 교육청 홈페이지 공개자료실에 목포시내 공립 중학교 교원 43명의 인사기록카드 기재내용이 그대로 올라간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이런 NEIS의 시스템적 오류 외에 NEIS 업체 선정에서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NEIS 시스템의 개발·보급 업체인 “삼성SDS”가 교육청과 학교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로비를 했다는 등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참여연대는 NEIS 사업의 전반적인 사항을 알아보기 위해 전자정부특별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이미 전자정부특별위원회는 임기를 다해 해소되어서 NEIS 에 대한 전반적인 경과를 알아볼 방도가 전혀 없었다.

윤덕홍 교육부장관은 부임 직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NEIS에 인권침해적 요소가 있다면 전면 중단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서 그간 NEIS의 인권침해 및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온 교원단체 및 시민 사회단체를 기대에 들뜨게 했다. 그러나 교육부 관료와 언론의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식의 공격에 장관은 입장을 애매하게 바꾸었고 이에 시민사회단체, 정당 대표들은 교육부 장관의 면담을 요청하게 된다.

참여연대, 문화연대, 함께하는 시민행동, 진보넷, 민주노동당, 학생단체 대표들이 교육부 장관과 만나 NEIS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설명하고 NEIS에서 학사·교무 및 보건 영역을 제외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 자리에서 교육부 장관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다룰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며 여기서 NEIS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심의하도록 해서 만약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면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와 민주적인 합의과정을 거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교육부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서 두 차례나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그리고 그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NEIS를 4월 11일 전면 강행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에 면담에 참여했던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반쪽짜리 회의를 강행해서 합의된 사항이라고 발표한 교육부의 행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교육부 장관이 약속한대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재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3. 전망

지난 2월 19일 NEIS 저지 연석회의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이제 4월 8일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교육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NEIS는 전면 시행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달라진 부분이라면,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가 지적한 몇 개의 사항에 따른 수정·보완 및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 사항의 반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국가인권위에서 다루는 주제는 NEIS 입력 항목들의 인권침해 및 프라이버시 침해 여부인데, 교육부가 인권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현 단계 NEIS를 중단하고 인권위 결정이 날 때까지 유보한다는 발표를 하는 것이 도리어 이치에 맞는 말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4월 11일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을 따름이다.

교육부의 이런 앞 뒤 안맞는 발표는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라는 구색을 갖추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어떻게 나든 다만 참고하

겠다는 정도의 생색만 내서 오히려 제입맛대로 NEIS를 시행하기 위한 명분만 챙기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어쨌든 4월8일에 있을 국가인권위의 청문회가 NEIS 관련 싸움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단체 및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대로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결정된다면 교육부가 이를 수용해서 NEIS에서 그 요소들을 제외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보여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NEIS선시행, 후보완이라는 카드를 내밀지는 4월 8일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지은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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