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7-07   1868

세녹스, 솔렉스 논란에 부쳐

지난 4월 초에 처음 세녹스와 솔렉스 논란에 대해 성명을 낼 때만 해도 사태의 민감성을 미처 몰랐다. 성명서가 나가자마자 에너지대안센터 홈페이지 게시판은 세녹스 소비자들의 비판과 비방으로 금새 가득 찼다. 합리적인 지적이나 의견 제시도 있었지만 주된 논조는 “에너지대안센터가 산자부의 대변인이냐”, “석유재벌의 뒷돈을 받았냐, 왜 힘없는 중소기업 짓밟는 재벌 편드냐”는 식이었다. 보수적인 정책집단과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 기반한 에너지산업계를 가장 근본적인 시각에서 비판해 온 에너지대안센터가 이런 소리를 듣다니!

작년 늦가을에 세녹스와 슈퍼세녹스(알코올 연료)에 관한 자료를 받았다. 환경연합의 한 활동가가 이 제품들을 판매하는 회사들이 공동사업을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자료를 보니 세녹스의 주성분은 솔벤트, 톨루엔이었고 여기에 메틸알콜을 약간 첨가했다. 업체 관계자들도 통화에서 석유 연산품에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메틸알콜을 첨가했다고 설명했다.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변해 온 에너지대안센터 입장에선 석유 연산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순 없었다. 제조하려던 슈퍼세녹스 역시 천연가스 등 다른 화석연료를 변환시킨 메틸 알콜이라니 얼굴만 바꾼 화석연료에 불과했다. 일부 국가에서 알콜 연료가 석유대체 연료로 인정받고 있는 사례를 들어 교통세를

면세받아 휘발유 대체 시장에 뛰어들 의도로 기획한 상품이 슈퍼세녹스란 인상을 받았다.1)1)

이런 판단을 전해들은 환경연합은 지오에너지와 그 뒤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얼마 뒤 한 잡지사에서 우리 단체에 활동가에게 세녹스 논란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했다. 우리는 화석연료에 불과한 세녹스에 대해 별로 언급할 게 없다고 간주했고 그는 석유대체 연료에 대한 글을 썼다. 물론 세녹스는 바이오디젤, 사탕수수 발효 에탄올, 식물성 기름 등 석유를 대체할 재생가능에너지 연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 잡지사는 세녹스에 대한 글이 아니라고 그 원고를 싣지 않았다.

거리를 두었던 세녹스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은 솔렉스 때문이었다. 세녹스 업체 측에서 남아공 사솔(SASOL)으로부터 들여온 석탄액화유를 「대체에너지 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법」제2조 “대체에너지의 정의”에 따라 대체에너지로 인정, 면세를 요구하자 재정경제부에서는 지난 4월 1일자 보도자료를 통해 교통세를 과세하던 항목에 솔렉스 등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유류를 확대 포함하여 유종간 과세 형평성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해 또 다른 논란이 벌어졌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업체의 주장처럼 솔렉스는 현행 법규에선 대체에너지이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아니다. 석탄액화유는 석탄액화과정과 연소과정에서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식물성유지로 만든 바이오디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화석연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법 조항에 따르면 “석탄을 액화·가스화한 에너지 및 중질잔사유를 가스화한 에너지”도 “대체에너지”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리상 재경부가 재생가능에너지인 바이오디젤과 차별하여 솔렉스에 기존 연료와 같은 식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재경부의 솔렉스에 대한 과세 입장은 정유업계를 의식한 측면이 크고 이에 대한 솔렉스 판매업체의 반발은 정당한 측면이 있다. 솔렉스 논란은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있는 바이오에너지와 석탄액화유가 대체에너지촉진법 상에서 나란히 재생가능에너지로 규정된 것에서 비롯되었다. 대체에너지촉진법은 대체에너지는 석유·석탄·원자력 또는 천연가스가 아닌 에너지원으로 정의를 하고 있음에도, 국내 석탄산업 지원을 이유로 솔렉스처럼 석탄 액화·가스화 제품을 대체에너지로 분류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솔렉스 논란을 계기로 정부는 대체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바꾸고 대체에너지촉진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 먼저 정부와 언론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체에너지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재생가능에너지라는 용어를 공식용어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정의에 따르면 대체에너지 속에는 태양에너지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뿐만 석탄액화연료 같은 재생불가능하고 다량의 온실가스를 내놓는 에너지원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정으로 기후변화를 염려하고 에너지위기를 걱정한다면 대체에너지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정말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원이라는 의미의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가라앉던 세녹스 논란은 재점화되는 듯한 양상이다. 녹색소비자연대(녹소연)가 지난 4월 말 “세녹스에 대한 소비자 검증 실험 결과”란 것을 발표하며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연료에 대해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으로 요구하였기 때문이다. 세녹스 논란이 오래 지속된 가장 큰 이유가 업체 측에서 마치 세녹스가 기존 휘발유에 비해 유해가스가 상당히 저감되는 대체 연료인양 사실상 광고를 했기 때문이다. 업체 측에선 “국립환경연구원 자동차용 연료첨가제 검사성적서”를 근거로 세녹스 40% 첨가할 시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질소산화물 등 유해가스가 25∼34.7%가 저감되어 공해 예방 효과가 있음을 선전하였다. 휘발유와 혼합하여 연료첨가제를 썼을 경우 문제를 없는가를 평가한 검사 결과를 마치 연료의 품질과 환경성을 국립환경연구원에서 인증한 것처럼 소문이 났다. 이런 소문에 현혹된 소비자들은 값싸고 품질좋은 연료(첨가제)의 시장 진입을 거대 정유회사들이 가로막고 있다고 아우성을 쳤고 그 여파가 환경연합과 에너지대안센터 홈페이지까지 미쳤다. 실험 정신이 투철한 일부 소비자는 세녹스만 주입하여 연비 비교 테스트를 감행하기도 하였다. 급기야 녹색소비자연대는 업체측이 선전해 온 것처럼 세녹스가 기존의 휘발유보다 대기오염 물질 방출량이 적으며 또한 자동차 부품의 부식성도 우려할 바가 못된다는 검증 실험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녹소연과 딴지일보는 세녹스처럼 대기오염 저감과 연비향상 효과가 있는 새로운 연료가 자동차 연료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하라고 주장하였다.

업체측과 녹소연의 주장처럼 세녹스가 대기오염 저감 효과가 뚜렷하다면 자동차 연료 시장으로 들어와야 한다. 단, 기존 연료에 40%를 혼합해야 한다면 이것은 연료첨가제가 아니라 연료로 시장에 들어와야 한다2).2) 과거처럼 규정의 미비를 틈타 마치 특소세(교통세)를 피해 연료첨가제의 이름으로 연료 시장에 들어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이다. 그 동안 시판 사례를 보면 주유소에서 40%의 혼합비율을 지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업체측과 녹소연도 40%나 혼합하는 세녹스가 연료첨가제라기 보다는 연료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지적을 인정한다. 이 경우 녹소연의 제안처럼 “대기오염 저감에 효과적인 연료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에너지 세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더라도 에너지 조세의 기본 골격에 따라 과세가 되어야 한다. 세녹스는 솔벤트와 톨루엔을 주성분으로 하는 석유제품이기 때문이다.3) 이럴 경우 동일용도 동일세금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업체측의 제안처럼 환경부와 산자부에서 세녹스의 대기오염 저감과 연비개선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연료질 개선을 목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이런 기본틀 안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세녹스와 솔렉스 파동은 업체 측의 고도로 기획된 틈새전략과 관련 규정의 미비와 모순이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세녹스 시판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보기 드물게 신속하고 강력한 대응은 정부가 거대 정유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건전한 중소기업을 탄압한다는 동정 여론을 유발했다. 지난 5월 22일에도 산자부가 유사휘발유 제조·판매를 근절할 목적으로 관계기관 합동 대책회의를 개최했는데 재경부, 산자부, 환경부, 행자부, 국세청, 경찰청 등이 참여하여 일사불란한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정부가 거대 정유회사의 입김에 놀아난다는 오해를 벗으려면 세녹스 규제에만 그칠 게 아니라 우선 대체에너지촉진법, 교통세법시행령, 석유사업법, 대기환경보전법 등 관련 법·제도의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업체와 소비자들의 주장처럼 이번 기회에 세녹스 같은 제품도 검증을 거친 후 연료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연료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세녹스는 물론 기존 연료에 대한 검증 체계를 마련하여 연료의 품질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론 유럽처럼 종합적인 환경영향에 따라 에너지 과세의 기준을 정하는 생태적 세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세녹스와 솔렉스 파동을 계기로, 대기오염 저감과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이 논란의 소지가 많은 교통세를 폐지하고 에너지 이용의 효율화와 재생가능에너지 확산을 촉진하는 생태세 도입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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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결국 슈퍼세녹스는 시장에 나오지 못했다. 국내에서 메틸 알콜 연료는 “대체에너지” 범위에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2) 석유사업법에는 연료첨가제를 연료성능을 향상시키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소량물질이라고 규정하서 자동차의 연료에 소량을 첨가함으로써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자동차 배출물질을 저감시키는 물질로 규정되어 있다. 업체측은 40%도 소량이라고 보았다. 6월부터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첨가제함량이 1%이하로 제한되었다.

3) 업체측의 주장에 따르면 세녹스의 성상은 용제가 80%, 톨루엔 10%, 알코올류 10%이다. 산자부가 지난 3월 중순 세녹스의 원료인 용제의 공급을 금지하는 “용제수급조정명령”을 발동하여 현재 세녹스와 세녹스 모방 제품들의 생산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상훈 | 에너지대안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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