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4-28   1545

인간배아에 관한 일본의 법률 및 정책 현황

<번역> 홍현수 | 일본 (주) 과학기술문명연구소 연구원

<편집자 주>

생식보조의료술이 진보함에 따라 이제는 인간배아를 체외에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생명과학영역에 아주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불임부부에게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려, 생명의 발생과정에 관한 연구, 재생의료연구, 착상전 유전자 진단까지도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나 배아는 생명의 시작이기에 인간배아 취급에 관한 논의가 세계적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그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듣고 있다. 본고에서는 일본의 배아에 관한 논의 및 그 관련 법률과 정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국의 논의에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간배아등에 관하여

현재 일본의 배아에 관한 법률은 ‘인간에 관한 복제기술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뿐이고, 이것은 2001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은 1997년의 복제양 돌리의 탄생 뉴스를 계기로 복제 인간의 탄생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감안하여 제정되었으며, 그 골자는 다음과 같다. ① 인간의 체세포 핵을 인간의 핵이 제거된 난자(除核卵)에 이식하여 만들어진 ‘복제배아’, ② 인간과 동물의 잡종 배아인 ‘인간동물교잡 배아’, ③ 인간의 체세포를 핵이 제거

된 동물의 난자에 이식하여 만들어진 복제배아인 ‘인간성 융합배아’, ④인간의 배아와 동물의 배아 또는 세포를 혼합하여 만들어진 인간과 동물의 키메라 배아인 ‘인간성 집합배아’를 ‘인간 또는 동물의 태내에 이식하는 것’을 금지(제3조)하고 있으며, 위반자에게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1000만엔 이하의 벌금을 과징한다(제 16조). 금지 이유는 ‘인간존엄의 보유와 유지, 인간의 생명 및 신체안전의 확보와 더불어 사회질서의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제 1조).

위에서 보듯이 본 법률에서는 복제인간 등의 개체출산에 대해서는 금지하고 있으나, 복제배아 등의 작성 및 이용 등의 취급에 관해서는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 상술한 4종류의 배아 이외에도, ① 인간배아의 핵을 제거한 다른 미수정란에 이식한 ‘인간핵이식배아’, ② 인간의 배아를 분할시켜서 만든 ‘인간분할배아’, ③ 동물의 체세포 핵을 핵이제거 된 인간의 난자에 이식시킨 ‘동물성융합배아’, ④ 인간의 체세포와 인간의 배아를 융합시킨 ‘인간집합배아’, ⑤ 인간의 체세포와 동물의 배아를 혼합시킨 ‘동물성 집합배아’를 추가한 9종류의 배아 (이러한 배아들을 ‘특정 배아’라고 한다)의 작성, 양도수리, 수입, 이용에 관해서는 문부과학성이 지침의 책정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마련하여 행정부에 위임했다(제 4장 1조).

이 조항에 의하여 문부과학성은 ‘특정배아의 취급에 관한 지침’을 책정했고, 그것은 2001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본 지침에서는 상술한 9종류의 배아 중 작성할 수 있는 배아를 당분간 ‘동물성 집합배아’만으로 제한하고, 그 작성 목적은 인간에게 이식 가능한 인간유래의 장기의 작성에 관한 연구에 한한다(제 2조 1항). 또한 당분간 특정배아의 수입도 금지하고 있다(제 6조). 따라서 일본에서는 인간복제배아를 포함한 ‘동물성집합배아’이외의 특정 배아는 현시점으로서는 연구 등에 이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특히 ‘당분간’이란 단어를 제시함으로써 장래의 변경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참고로 상술한 이외의 특정배아에 관한 본 법률 및 본 지침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특정 배아를 작성, 양도수리 및 취급하고자 하는 자는 기관내 윤리심사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한 다음 일정 사항을 문부과학대신에게 제출해야만 한다(본법 제 6조, 본 지침 제 10조).

제출한 자는 해당 특정배아의 작성에 사용되는 배아 및 세포제공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본 법 제 13조).

특정배아 작성자는 해당 특정배아의 작성에 필요한 세포의 제공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본 지침 제 3조).

세포의 제공은 수송비, 기타 필요한 경비를 제외하고 무상으로 한다(본 지침 제 4조).

인간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확립을 위한 인간배아에 관하여

배아의 파괴가 필수적인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확립 및 사용에 관해서는 문부과학성이 2001년 9월부터 ‘인간배아줄기세포의 확립 및 사용에 관한 지침’을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에서는 불임치료 후 폐기될 잔여배아만을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확립에 사용할 수 있으며(제 6조 1항), 확립된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이용은 인간의 발생, 분화 및 재생기능의 해명, 또는 새로운 진단법, 예방법이나 치료법의 개발, 의약품 등의 개발에 도움이 되는 기초 연구에만 한정하고 있다(제 2조, 26조 1항). 각 규정의 기준에 준하는 기관에서만 배아의 제공, 확립 및 사용이 가능하다(제 9조, 20조, 30조). 또한 확립 및 사용에 있어서는 각각 사용기관장의 양해를 필요로 하나(제 14조, 34조), 사용기관장은 기관내 윤리위원회에서 의견을 구하고(제 15조, 35조), 그와 더불어 본 지침의

적합성에 대해 문부과학대신의 확인을 받아야만 하는(제 16조, 36조) 이중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신중한 심사 체계는 인간생명의 맹아(萌芽)인 배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배아줄기세포의 확립에 성공한 사례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서 수입한 배아줄기 세포를 사용한 연구는 이루어지고 있다. 이상이 일본의 배아에 관한 법률 및 지침요지이다. 요점은 다음과 같다: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확립에 사용되어지는 인간배아는 필요한 경비를 제외하고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한다(제 4조).

제공 의료시설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확립에 사용되는 인간배아의 제공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

(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한다( 제 6조 1항).

확립에 사용되어지는 인간배아는 수정 후 14일 이내의 것이어야 한다(제 6조 1항).

확립기관 및 사용기관은 확립 또는 사용에 대한 충분한 시설, 인원, 기술적 능력을 보유하고, 준수해야할 기술적·윤리적 사항

에 관한 규칙이 정해져 있어야 하며,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만 한다(제 9조, 30조).

문부과학대신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확립 및 사용이 본 지침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자가 있을 경우, 그 취지를 공표한다(제 40조).

생식보조의료에 관하여

현재 일본에서 가장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생명윤리에 관한 토픽은 정부의 심의가 종반에 접어든 생식보조의료이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비배우자간의 인공수정이 이루어진 것은 1949년, 체외수정이 이루어진 것은 1983년이었다. 일본산과부인과학회의 조사보고에 의하면, 1999년에는 AID가 221명, 배우자간 체외수정으로 11,929명의 아기가 태어났다. 총 출생아 100명 중 한 명이 배우자간 체외수정으로 태어난 셈이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는 생식

보조의료의 역사가 길고, 시술 건수도 많지만, 생식보조의료에 관한 법률이나 행정지침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일본산과부인과학회의 「체외수정·배아이식에 관한 견해(1983년)」, 「비배우자간 인공수정과 정자제공에 관한 견해(1996년)」의 지침서가 있을 뿐이다. 이러한 지침서는 체외수정 또는 비배우자간 인공수정 외의 의료행위로는 임신성립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법률혼 부부에게 부부간의 생식세포를 사용한 배우자간 체외수정이나 배아이식, 또는 익명제공자의 정자를 사용하는 비배우자간 인공수정만을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일본산과부인과학회는 임의가입의 사단법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당학회에의 가입·비가입은 의료업을 행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지침서의 구속력이 회원 외에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1998년에는 일본산과부인과학회 회원인 의사 스스로가 비배우자간 체외수정의 실시를 밝힘으로써 본 학회의 지침서가 갖고 있는 효력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노출시키고 말았다. 또한 같은 시기에 AID로 태어난 아이의 법적 친자관계가 쟁점이 되는 민사사건이 처음으로 제소되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정자·난자·배아 등을 이용하는 생식보조의술에 관한 규제방향등을 검토하기 위하여 의학·간호학·생명윤리학·법학 전문가의 생식보조의료기술에 관한 전문위원회(이하 ‘위원회’라고 한다)가 1998년 10월 후생노동성의 주관으로 설치되었고, 일본에 있어서 생식보조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2000년 12월에 공표되었다.

이 보고서를 토대로 구체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후생노동성에 ‘생식보조의료부회’가 마련되었다. 본부회의 심의결과는 4월 중에 나올 예정이다. 2003년 3월말까지의 논의로 볼 때, 주요 논점은 다음과 같을 것으로 예상된다.

① 비배우자간 인공수정으로 제공된 정자·난자·잔여배아를 사용하는 체외수정·이식은 인정하나, 대리모출산(Surrogate mother, Host mother)은 금지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벌에 처한다.

② 정자·난자·잔여배아의 제공에 대한 금전 등의 수수를 일체 금한다.

③ 제공된 정자·난자·잔여배아를 사용하는 생식보조의료의 대상은 이러한 제공을 받지 않고서는 임신할 수 없는 불임증의 법률혼 부부에 한한다. 다만 난자를 제공받지 못하면 임신할 수 없는 부부가 난자제공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만 예외로 잉여배아의 제공을 받을 수가 있다.

④ 제공자와 피제공자는 익명으로 하고, 형제 자매 등의 제공은 당분간 인정하지 않는다.

⑤ 본 의료에 의해 태어난 아이는 일정연령에 달하면 제공자에 관한 정보공개(information disclosure)를 청구할 수 있다.

⑥ 본 의료는 후생노동대신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정하는 의료시설에서만 행할 수 있다.

또한 상술한 전문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해, 법적 친자관계를 정비하기 위해 법무대신의 자문기관인 법제심의회하에서 ‘생식보조의료관련친자법제부회’도 설치되었다. 여기서는 전문위원회 보고서 내용 및 생식보조의료부회의 결론을 바탕으로 태어날 아이의 법적 친자관계, 아이를 출산한 여성을 어머니로, 그 배우자를 아버지로 규정하기 위한 법정비가 특별히 검토되고 있다.

한편 배아의 경우, 상기한 바와 같이 제공된 잔여배아를 사용하는 생식보조의료도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난자제공을 필요로 하는 불임여성에게 상당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잔여배아를 대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것에 대해서는 아동복지의 관점에서 반대론이 강하다. 또한 전문위원회의 보고서에서 제공자의 정자와 난자로 작성하는 것까지는 인정했으나,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확립 및 사용에 관한 지침’에서는 확립을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배아를 잔여배아로 한정하고 있는 것과의 정합성 때문에 생식보조의료부회에서

부인된 경위가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은 일본에서 현존하거나 앞으로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간배아에 관한 법률 및 지침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의 배아에 관한 법률과 지침은 포괄적인 내용의 것이 아니라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일본 법률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공통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단지 서구유럽사회에서 쟁점이 되었던 ‘인간배아의 지위’ 문제가 일본사회에서는 거의 문제시되지 않았던 것도 상기한 개별법과 지침작성을 순조롭게 한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복제배아의 연구 이용과 배아줄기세포 확립을 위한 배아의

이용 등의 ‘배아의 지위’가 문제시되는 경우에 있어서 사회적 논의는 거의 없었다. 또한 전술한 제공정자와 제공난자로 배아를 작성할 수 있다고 하는 생식보조의료전문위원회의 발상은 ‘배아의 지위’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일본의 생명과학 및 생명윤리에 관한 정책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필자는 늘 생명과학에 관한 법률과 정책화에 있어서의 의제

(agenda) 설정의 중요성을 느낀다. 일본처럼 의제를 극히 한정적이고 세밀하게 설정하면 비교적 신속하게 법률과 지침을 제정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그러나 급속하게 진보해 나가는 생명과학의 개개의 문제점들에 일일이 대응하기란 불가능하다. 만약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과 정책에 모순이 생길 우려가 있다. 생명과학의 진보에 맞춰나갈 수 있는 법률과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선견을 갖고 의제를 넓게 책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본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배아를 어떤 존재로서 다루느냐 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논의를 통하여 튼튼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아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새로운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 기본방침으로 되돌아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비유하자면 한 그루의 나무기둥에서 작은 가지들이 분화되어 가는 형태의 법률과 정책이 특히 생명과학의 분야에서는 필요하다.

토고로 아야꼬 | 일본 (주) 과학기술문명연구소·호세이 대학 법학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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