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9-06-10   1942

[시국선언] 현 시국을 우려하는 숭실대 교수 63명 (6월9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한다



민주주의는 피뿐 아니라 말없는 다수의 땀과 인내를 요구한다. 묵묵히 각기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민주사회를 위해 우리가 감당해야할 진정한 책무임을 우리는 분명히 인정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향한 긴 장정에서 현저한 퇴보를 거듭하는 현 시국과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국내외 사태에 대해 우리는 그 위기의 심각성과 긴박함에 우려를 금치 못하며 현 정부와 집권층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가깝게는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에서 비롯된 현 사태는 실은 지난 일 년 반 동안 국민의 인내를 볼모로 한 현 정권의 실정이 누적되어 빚어낸 필연적 결과이다. 우리는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동시에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엄격한 사법적 잣대를 적용하여 특권층에 만연한 부패와 비리를 시급히 척결하는 것만이 반목과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일 년 반을 돌이켜보면 국민의 지지와 희망을 바탕으로 집권한 현 정권은 우리의 기대와 희망을 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을 섬기겠다는 초심을 잃은 정부는 촛불시위를 경찰력으로 진압하거나 인터넷 상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억압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더구나 인권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는 권력의 의중을 헤아리며 본연의 책무를 외면했고, 국회는 언론을 바로 세우는 법제 마련은 뒤로 한 채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정쟁만 일삼았다. 또한 우려할 점은 한국의 일부 교회 지도자들이 이러한 총체적 위기의 근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침묵하거나 장로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옹호로 일관함으로써 일반 사회로부터 점차 유리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제반 상황 앞에서 우리는 더 이상 자제와 인내심만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 민주주의의 실현을 원하는 국민의 간곡한 호소를 소수자의 선동으로 치부하는 오만과 독선을 버리고 자성과 실천적 변화를 약속하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정부와 국민 사이에 벽을 쌓고 대화의 광장을 폐쇄하는 정부의 태도는 분노와 증오만 증폭시키고 자칫 누구도 원치 않는 폭력의 빌미가 될 수 있으므로 이에 우리는 심히 우려한다. 화해와 협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1. 현 정부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하는 화합과 포용의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1. 현 정부는 북한과 진정한 대화를 수행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모든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1. 국회는 언론의 중립을 훼손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즉각 중지하고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한 법안을 숙고하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1. 한국 교회는 낮은 곳으로 돌아와 약한 자의 편에 서서 한국 사회의 변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09년 6월 9일


현 시국을 우려하는 숭실대학교 교수 일동



명단 



강기두, 강대승, 고방원, 공상철, 곽신환, 권영국, 김경미, 김대권, 김대욱, 김미연, 김민기, 김선욱, 김용진, 김인섭, 김인중, 김자헌, 김종성, 김지현, 김효숙, 김회권, 나현숙, 박정신, 박종철, 박창수, 백도형, 서상호, 서정연, 송인채, 송창석, 신권수, 양진국, 엄경희, 오경애, 오시영, 오충연, 우춘식, 유서구, 윤진숙, 윤철홍, 이동렬, 이상은, 이승복, 이시준, 이윤재, 이재룡, 이정철, 이주련, 이주은, 임정현, 장경남, 전극수, 정기철, 정선태, 정인섭, 조광휘, 조우현, 조홍식, 최병현, 최정식, 하정식, 한영준, 황민호, 허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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