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8-12-09   830

역사교과서 수정과 채택 변경 시도 중단하라

교육의 기본철학도 무시한 정부의 우편향된 역사인식이 역사교과서 수정지시와 채택 변경 시도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9일, 역사학계와 교육계, 시민사회단체는 정부의 부당한 역사교과서 개입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학기술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습니다.


[역사학계, 교육계, 시민단체의 항의서한]


정부는 부당한 역사교과서 수정지시와 채택 변경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08년 대한민국의 역사교육은 시대착오적인 이념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역사교과서 좌편향 발언 이후 정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여 소위 ‘역사 바로잡기’에 나선 까닭이다.
 
  일찍이 정부가 이렇게까지 ‘역사 바로잡기’에 몰두한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방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교과서 검정의 주체였던 교과부는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기존의 입장을 바꿔 적극적으로 교과서 수정 논란을 주도하더니 수정 권고와 수정 지시를 남발하며, 교과서 검정제도의 근본정신을 부정하고 있다. 교과서 문장과 낱말까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게 함으로써 사실상 국정교과서로 후퇴시킨 것이다. 일부 시, 도 교육청은 학교장,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과서 연수를 실시하며, 특정 교과서를 학교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노골적인 지시를 하였다. 그들은 교과부와 집필자 간의 수정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단위 학교 운영위원회의 자율적 권한을 부정하였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3억 원의 혈세를 쏟아 부으며, 우편향 역사특강을 강행하여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변칙과 반칙이 횡행하였다. 교과부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수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출판사에 압력을 넣어 집필자의 동의 없이 교과서를 수정하게 하는 폭거까지 자행하였다. 저작권법에 위배됨은 물론 민주사회의 기본 상식에도 맞지 않는 방법을 동원하여 기어이 수정을 강행한 것이다. 또 시, 도 교육청의 압력을 받은 학교장들은 부당한 지시인 줄 알면서도 역사교사들에게 교과서 채택 변경을 강요하는가 하면, 학교운영위원회의 정상적인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교과서를 변경하는 행태를 보였다. 교육자적 자질이 의심스러운 일부 학교장의 망동에 역사교사의 전문성은 질식당했고,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가하는 노력도 무산되었다. 이로 인한 학교 현장의 갈등과 파행은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 당국이 당사자인 집필자, 역사학계, 역사교육계와 대화할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소위 뉴라이트 집단과 경제단체가 제기한 편향시비를 받아들여 수정논란을 일으켜놓고, 정작 역사학계와의 진지한 토론이나 성실한 대화를 시도한 적이 없다. 1300여 명의 역사교사가 시국 선언을 하고, 670여 명의 역사학자, 해외 한국학 연구자까지 선언에 동참하여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이는 애초부터 역사학계가 좌편향 되어 있다고 규정하고, 여론몰이를 통한 이념공세로 사태를 키워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정부의 역사관은 소위 <기적의 역사>라는 학습자료에 극명하게 나타난 바, 4. 19혁명을 ‘4.19 데모’로 폄하하고, 광주민주화운동이나 6월 민주항쟁은 아예 다루지도 않는 편향적인 인식을 보여주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도 나오는 4. 19혁명은 자유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헌법적 가치이며, 민주화운동의 출발점으로서 그 역사적 의의는 국민적 상식에 속한다. 민주화 운동 전반을 부정하는 학습자료를 제작한 부서가 바로 교과서 좌편향 논란을 주도하고 있는 부서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는 교과부 자체가 우편향된 역사인식으로 수정논란을 주도하고 정상적인 교과서를 좌편향으로 몰아 수정지시까지 감행하게 만든 것임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역사교과서와 관련한 정부의 행태는 내용상으로 낡고 편향된 이념공세의 반복임은 물론이거니와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많은 까닭에 우리 사회의 양식 있는 사람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학의 전문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교사의 전문성, 학교의 자율성 등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의 기본적인 철학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추진되는 수정시도에 맞서 우리 역사학계와 교육계는 뜻을 모아 교과부의 부당한 정치적 개입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 역사교육의 당사자이자 현 상황의 피해자로서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다음과 같은 사항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1.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출판사에 대한 부당한 외압을 즉각 중단하라!
1. 교육과학기술부는 교과서 검정제도를 훼손시키는 수정지시를 철회하라!
1. 교과부와 교육청, 학교장들은 부당한 교과서 교체 압력을 즉각 중단하라!
1. 교과부와 교육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역사교육의 전문성을 보장하라!


2008. 12. 9


대구사학회, 부산경남사학회, 역사교육연구회, 호남사학회, 호서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민족운동사학회, 한국사연구회․교과서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준)
(민족문제연구소,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역사문제연구소, 역사학연구소, 한국역사교육학회, 한국역사연구회, 전국가정교사모임, 전국과학교사모임, 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기술교사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국미술교과모임, 전국사회교사모임, 전교조수학교사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전국영어교사모임, 전국음악교과모임, 전국지리교사모임, 전국체육교사모임, 전국한문교사모임,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학교자치연대, 그린훼밀리운동연합, 남부교육시민연대, 건강사회를위한보건교육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서울교육혁신연대, 원탁토론아카데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대학노동조합,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의교육시민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학벌없는사회, 한국생태유아교육학회, 한국YMCA전국연맹,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흥사단교육운동본부, 사월혁명회)
이상 49개 단체 드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