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장’이 뭐냐고 묻거든


‘광장’이 뭐냐고 묻거든


신미지 행정감시센터 간사



사실, 광장을 찾아오기 위한 시민행동의 처음 시작은 서울광장을 둘러싼 경찰차벽을 치우기 위한 동시다발 1인 시위였습니다. 환상적인 주차실력으로 사람 하나 들어가지 못하게 서울광장을 둘러싼 경찰버스를 우선 들어내야 했거든요.



작년 촛불시위 이후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두려운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한 달 가량 경찰을 동원해 서울광장을 닫았습니다. 사람들은 광장에 들어갈 수 없을뿐더러 경찰차벽 때문에 인도에서 쫓겨나 위험천만한 도로를 걸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서울광장은 처음부터 시민들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아니어서 경찰버스만 치운다고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4년 개장된 서울광장은 태생적으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는 시민들의 광장사용을 서울시장의 허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광장의 조성목적’도 명확히 명시하지 않았는데도 조성목적에 어긋나는 사용은 허가하지 않아도 됩니다. 또한 ‘부득이한 사유’에는 허가된 사항도 취소 및 변경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비슷한 조례를 가진 청계광장에서 올해 인권영화제가 하루 전에 ‘부득이한 사유’로 취소될 수 있었던 것도 조례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들 모이라고 만든 광장에 잔디가 아프다며 집회를 막는 것 만큼이나 황당한 서울광장 사용조례,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의원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조차 불가능 합니다. 결국 조례를 바꾸기 위해서는 주민발의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서는 서울시 주민 중 유권자의 1%인 8만 1천명의 서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6월 10일부터 서울시내의 큰 집회에서 서명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집회가 없다면 거리로 뛰어나갑니다. 또한 1천700여명의 수임인(서명도우미)들도 각자의 일터와 지역에서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서명은 녹록치가 않습니다. 경찰차벽이 사라지자 시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해지고, 서명을 해봐야 안 바뀔 것이라는 비관적인 반응들이 돌아옵니다. 적극적으로 서명을 하려던 시민들 중 많은 분들이 서울 주민이 아니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고, 서명을 하면 취직문제 등으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서명을 하지 않는 젊은 친구들도 많습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중요한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명운동이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서명인은 5천500명. 8만 1천명을 모으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아득합니다.



물론 가까스로 8만 1천명을 채워서 서울시의회에 개정안을 부의할 수 있다고 해도 한나라당의원이 대다수인 서울시의회가 개정안의 의결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부결시킬 가능성도 큽니다. 그러나 잘못된 조례를 개정하고자 주민들이 직접 청구인이 되어 발의하는 이 운동자체는 그 과정에 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선거 외에는 구경꾼이 되어야 했던 시민들은 또 다른 참여의 방식으로 문제가 되는 제도들을 직접 바꾸는 경험의 계기가 되겠지요.

특히 국가나 지자체가 전용해온 광장을 공적 공간, 즉 시민들의 공간으로 되찾는 것은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중요한 시작입니다. 또한 저와 같은 활동가들에게도 시민들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 내는 과정은 시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 8월 1일, 광화문 광장이 개장되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의 조례도 서울광장 조례의 문제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뿐더러 더 폐쇄적인 조항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광장조례는 시민들을 구경꾼으로 만들고, 광장을 시민들의 사용보다는 서울시와 국가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광화문 광장은 미국대사관 등이 근처에 있다는 이유로 집회 제로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광장은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수 있어야 진정한 ‘광장’입니다. 비록 서울광장의 조례개정으로 시작되었지만 청계광장, 광화문광장까지 서울의 세 광장이 진짜 주인인 시민들에게 돌아올 때까지 ‘광장’ 찾기는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은 시민사회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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