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광장, 시민들이 스스로 찾지 않으면 쫓겨날 수 밖에…


서울광장 조례개정, 4만명의 서울 시민이 더 필요



행정감시팀 신미지 간사


(사진: 오마이뉴스)



확실히 2009년의 서울광장은 서울시의 홍보공간이었다.

지난 8일,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유정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 7월 말까지 서울광장 사용 신청 건수 403건 중 357건의 행사가 열렸다. 357건의 행사 가운데 38.7%에 달하는 187건이 ‘하이서울 페스티벌’, ‘한강르네상스 야외 사진전’, ‘하이서울 자전거 대행진’ 등 서울시의 홍보 행사였고, 정부와 지방정부의 홍보 행사도 36건으로 10%를 차지했다. 이런 관변행사가 지난 3년간 전체 사용건수의 48.7%에 달했고, 특히 올해는 7월까지 집계만으로도 59.6%에 이른다.

이 숫자는 2007년 통계 45.3%를 이미 추월한 숫자로 작년 촛불집회 이후 정부와 서울시가 광장을 얼마나 독점하려고 노력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조성할 때부터 광장의 주인은 시민인가 잔디인가로 의견이 분분했던 서울광장이 결국엔 서울시의 홍보용 앞마당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열린 ‘광장’에서 정부나 지방정부가 행사를 기획할 수도 있고, 중요한 정책을 홍보할 수도 있다. 또한 잔디와 꽃을 심고 수준 있는 문화행사를 마련해 부담 없이 시민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오히려 주체적으로 광장사용을 이끌어야 할 시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막고 단순히 정부나 시가 마련해주는 행사의 구경꾼으로 전락시키거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광장운영이 순수하게 시민들의 문화생활과 여가선용 그리고 휴식을 보호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대부분의 시민들도 잘 알고 있다.



사실, 작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와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거치면서 우리는 ‘광장’이 시민들에게 뿐만 아니라 정권에게도 얼마나 중요한 공간인지를 시각적, 육체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광장공포증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광장’을 시민들로부터 ‘보호’했다. 실소를 자아낸 경찰의 버스차벽을 비롯해 관광을 위해 명동에 들른 외국인까지 부상을 입혔던 강제연행과 폭력진압, 집회는 허가의 대상이 아니라는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 ‘6월 항쟁 계승 민주회복 범국민문화제’ 등 올해만 14건의 행사를 ‘불허’하는 위법행위까지.

특히 작년 ‘명박산성’ 이후 급하게 준비해 올해 문을 연 광화문광장에서는 기자회견마저도 불가능하다. 강력범죄 소탕이나 치안 업무에 올인 해도 부족한 경찰들이 수십 명씩 배치되어 광장을 ‘감시’하고, 적잖은 유지비용이 드는 꽃밭과 분수, 심지어 운동장에 일렬로 줄 선 듯 우스꽝스런 구조로 이순신 동상 뒤에 자리 잡은 세종대왕 동상까지 사실상 모두 ‘광장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사진: 오마이뉴스)


그래서였다. 지난 6월 야5당과 시민단체들은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서울광장이 정부와 서울시 홍보공간으로 활용되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집회가 허/불허될 수 있도록 하는 조례 자체를 개정하기 위한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을 시작했다. 서울시 유권자의 1%인 8만 1천여명의 서명이 필요한 이 운동은 이제 겨우 70일 남짓 남았고, 현재 4만 1천명이 서명을 하여 약 4만명의 서명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처음과 달리 사뭇 냉랭하다. 어떤 시민들은 이제 더 이상 경찰차벽이 보이지 않고, 매일 밤 열리는 문화행사에 만족하는 듯 보이고, 몇몇의 시민들은 광장에서 아예 시끄러운 집회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시민들의 반응은 겉으로 평온한 듯 보이는 광장 주변에 또 다른 바리케이트를 세우는 것처럼 보인다. 시민들 스스로가 광장을 주체적으로 이용하기 보다는 그저 극장이나 가족공원처럼 이용하는데 만족하고, 광장이 정치적․사회적 의미의 공간이 되는 것을 정권이 두려워하는 만큼이나 싫어하는 경계의 눈빛들로 세워지는 바리케이트. 경찰버스보다 훨씬 강력한 이것은 광장에서 용산참사의 희생자들과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몰아내고 종국엔 언젠가 어쩔 수 없이 광장에 설 수도 있는 시민들 스스로를 몰아내게 될 것 같아 두렵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광장을 찾으려는 이 어려운 노력을 그만둘수가 없다.



비록 서명운동이 성공을 하더라도 한나라당 의원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울시의회가 개정안을 통과시켜야만 조례가 개정될 수 있지만, 시민들이 현재의 광장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가 진정한 주인이 되고자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경찰차벽 뿐만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가 세운 또 다른 바리케이트를 치우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은 대한민국 전국의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광장의 조례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서울시민들 뿐이다. 아직 서울 시민의 1%가 되지 않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서명만이 서울광장을 정부와 서울시의 홍보공간이 아닌, 전국의 시민들이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되찾아 올 수 있다.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광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리는 노력들이 시민들이 스스로를 광장에서 몰아내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서울광장 조례개정 서명하러 가기 www.openseou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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