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조례, 이번에는 꼭 바꿔주십시오

서울시의회 김기성 의장님께
서울광장 조례개정안 서울시의회에 부의, 서울시의장님께 드리는 편지


의장님, 지난해 서울시민들을 뜨겁게 달궜던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을 기억하시는지요? 제가 일하고 있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과 민주당 등 야 5당은 ‘광장조례개정 서울시민캠페인단’을 구성하고, 작년 6월부터 서울광장의 조례를 개정하는 주민발의 서명운동을 시작했었습니다. 왜냐구요?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정부는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는 것 같았습니다.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집회를 하는 것은 큰일 날 일이었고,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식과 기자회견도 막았습니다. 경찰차벽으로 시민들의 통행을 막고,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사람들은 사지가 붙들려 연행 당했습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시민들은 서울시와 경찰이 시민들의 광장 사용을 막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서울광장사용에관한조례’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장님도 의장님을 선출한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받고 침묵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10명의 찬성의원이 없어 주민발의로 진행

하지만 조례 개정 이전에 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의장님도 알고계시 듯, 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은 10명의 서울시 의원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서울광장 조례의 개정에 동의하는 의원들을 찾아봤지만 6명 이상을 모을 수 없어 의원발의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지방자치법에 따라 서울시민 1%의 서명을 받아 주민발의로 청구안을 제출하는 수밖에요. 6개월 동안 2,000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임인이 되어 서명에 나서 주셨습니다.

물론, 시련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초반과는 달리 다른 사안들에 치여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고 서명운동 중반엔 신종플루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광장의 자유로운 사용을 원하는 시민이 있었기에 서명운동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10만 넘는 서울시민의 서명으로 개정안 서울시의회에 부의

10만이 넘는 시민들이 길거리와 지하철 서명으로, 수임인들을 통해서, 우편으로, 직접 찾아오시는 방법 등을 통해 서명에 참여했고, 지난 12월 29일 그 서명용지들은 각 지역별로 분류하여 서울시에 제출했습니다. 서울시는 심사를 마치고 서울시민 1%를 훌쩍 넘어서는 8만 5천명의 서명을 유효서명으로 인정하여 지난 3월 11일 서울시에 부의하였습니다.

의장님, 기억하시는지요? 지난해 11월 27일 저희는 100명의 서울시의원들께 일일이 전화를 드렸었습니다. 당시 5만이 넘는 서울시민들이 서명을 마친 시점에서 서울시 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혹 이번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다음 회기에서 의원발의를 해줄 수 있는 의원들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겨우 절반 정도인 51명의 의원들만이 답변을 했고, 그 중 8명의 의원만이 찬성을 했습니다. 의원발의는 불가능했습니다. 다음에 대답하겠다며 끊어버린 의원도 있었고, 노원구의 이상용 한나라당 의원은 “불법행위에 벌금을 왕창 물리는 조례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습니다. 한 한나라당 의원은 내용은 공감하지만 회신하긴 어렵다고도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당시는 서명운동의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던 때였고, 많은 의원들도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이미 10만이 넘는 서울시민들이 서명했고, 서울시의회에 주민발의로 개정안이 부의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의원님은 10만 서울시민의 요구에 찬성하십니까?”

이제 공은 다시 서울시에서 서울시의회로 넘어갔습니다. 3월 23일 열릴 임시회에서 서울시의원들이 어떻게 심의·의결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이번 임시회에서 10만 명의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제출된 서울광장조례개정 주민발의안을 서울시 의회가 꼭 통과시켜주실 것을 요청드립니다. 지난주 금요일(3월 12일)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한 질의서를 서울시 의원 모두에게 다시 한번 보내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번주에 다시 한번 전화를 드릴 예정입니다.

“의원님, 이번 회의에 서울시민의 주민발의로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이 부의되었습니다. 의원님은 개정안을 찬성하십니까?”


조례개정안 통과시킬 ‘공익로비단’ 대회개최

의장님, 최소 10만명이 넘는 수많은 서울시민들이 조례개정안을 서울시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6개월을 기다려왔습니다. 자신들의 개인정보를 내놓았고, 주머니를 털어 서명비용을 모았습니다. 자신들의 지인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설득했고, 해외에서 서명용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광장조례개정 서울시민캠페인단은 그 십만 청구인의 염원을 이루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조례개정안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공익로비단’을 구성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예정입니다.

첫째, 이번 임시회의가 시작되면 캠페인단과 시민들은 각자가 사는 동네의 시의원들에게 전화를 할 예정입니다. 개정안이 제출되었음을 알리고, 개정안을 통과시켜주시길 요청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캠페인단은 내일(3/18) 참여연대에서 ‘공익로비단’ 전진대회를 열고 함께 할 시민들을 만날 것입니다. 특히 이것은 다음 선거에서 저희들이 후보자들을 선택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임을 알려드릴 예정입니다.

둘째, 임시회의가 시작되는 23일에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의장님을 직접 뵙고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면담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셋째, 개정안이 논의되는 과정을 시민들과 캠페인단이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와 본회의를 방청 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시민들이 스스로 뽑은 시의원님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지방의회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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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또 다른 광장 사용 규제 기준 만들 예정

의장님, 참으로 기가 막히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겠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조례개정안이 서울시의회에 부의되자마자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사용을 소음이나 과도한 시설물 따위를 이유로 제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의장님,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한국사회가 민주화되고 다양해지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입니다.

또한 광장에서 조차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정치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정부에 반대되는 목소리를 낸다고 집회를 금지하고 1인시위도 강제 연행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진정 건강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일까요? 이렇게 서울시가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도대체 누가 견제하나요? 저는 이 모든 물음의 답을 의장님과 서울시의원들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 의장님. 이제 10만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제출된 서울광장조례개정 주민발의안을 어떻게 처리하실 것입니까?



<광장조례개정 서울시민캠페인단> 사무국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신미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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