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빼앗긴 기본권을 되찾아야 한다

지난 6월, 제주도민 7만 7367명은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처음 김태환 제주지사를 주민의 이름으로 소환했다. 결과는 씁쓸했다. 11%라는 저조한 투표율 때문에 김태환 제주지사의 극적인 부활로 끝난 것이다.


이는 유권자 1/10의 서명으로 주민소환 청구가 성공해야만 주민소환 투표실시가 가능하고, 유권자의 1/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이 중 과반이 넘는 수가 이를 찬성해야만 단체장직 박탈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는 시행요건 자체가 까다로운 탓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참정권 포기를 선동한 김 지사 측의 겁 없는 ‘투표불참’ 전략과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한 일부 공무원 및 지자체의 노골적인 투표방해·선거개입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들은 투표하러 나온 주민들의 신상을 파악했고 버젓이 투표소 입구에서 투표불참을 강요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철저하게 침묵과 축소보도로 일관했다.



주민들의 움직임은 울산에서도 있었다. 지난 11월26일 울산광역시 북구의회는 ‘울산광역시 북구 작은도서관 지원에 관한 조례’를 부결시켰다. 이 조례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아파트문화공간과 마을문고를 지원해 달라는 내용으로 북구주민회를 주축으로 한 주민들이 주민간담회, 토론회를 거쳐 서명운동을 진행해 15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이를 토대로 이은영 북구의원(민주노동당)이 지원조례안을 발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집행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조례안을 반대해 결국 부결시켰다.



그리고 지금, 서울에서는 또 하나의 주민발의 서명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유정 의원(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서울광장은 60%가 서울시와 정부의 관제행사에 이용됐다. 이처럼 시민들의 세금으로 조성된 광장이 정부와 서울시의 행사에는 시민들의 의사나 상관없이 이용되는 반면, 시민들은 서울시장의 허가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서울광장이 가진 조례 때문이다. 더구나 서울시의회는 현행 서울광장 조례에 대한 시민들의 문제제기와 비판에도 광화문광장 조례를 만들면서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의 이중허가를 받도록 했다.



한나라당의원이 94%를 차지하는 서울시의회에서 개정안의 의원발의는 애초부터 불가능 한 일, 서울 유권자 1%(8만 1000명) 서명이 필요한 주민발의가 시작됐고, 6개월로 규정된 법적 마감일은 12월19일로 며칠 남지 않았다.



제주도, 울산의 경우만큼이나 서울광장 조례개정도 서명운동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대표자를 도와 서명을 받는 수임인 등록에만 2주일은 기본이었고, 서울시가 공표한 합법적인 서명운동임에도 서울광장에서는 서명운동을 진행할 수 없었다. 심지어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4대강 반대 집회 때는 경찰이 광장으로 진입하려는 활동가들의 가방을 뒤져 유인물과 서명용지를 압수했다. 지하철에서의 서명운동은 공익요원에게 내몰리고, 지난 주말 2009 서울스노우잼(Seoul Snow Jam)을 개최한 광화문광장에서는 경비용역과 경찰들의 방해로 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주민직접참여제도의 현실은 이렇게 초라하다. 시행요건이 까다롭기도 하지만 지자체의 비협조적인 태도, 지역의회의의 주민무시 태도는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정부는 경찰 공권력을 앞세워 시민들의 합법적인 서명운동을 방해하고 협박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 운동을 포기할 수가 없다. 앞으로 서명운동 마감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1만 여명의 서울시민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비록 앞으로 가야할 길이 험난할지라도. 왜냐하면 이번 서울광장 조례개정운동이 광장에서 빼앗긴 기본권을 찾고, 주민들의 직접적인 정치참여의 권리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신미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


* 이 글은 미디어오늘 ‘미디어 바로미터‘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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