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3-02-25   672

“약속한 것들만이라도 먼저 충실히”

시민단체 활동가들, 노무현 정부 출범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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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마이뉴스 남소연

2월 25일 노무현 16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으로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참여정부’를 모토로 내건 노무현 정부는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시해왔다. 노동계에 대해서도 재계와의 힘의 불균형 해소를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및 노동단체 활동가들은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표정으로 노무현 정부의 출범을 맞이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에서는 정권초기의 개혁의지를 초지일관 유지할 수 있을까 에서부터, 현안 및 정책에 대한 기본 인식과 마인드, 구조적인 조건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까지 다양한 톤이 묻어 나왔다. 5년 집권의 첫 업무에 들어간 노무현 신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소망, 비판의 목소리를 우리 사회의 개혁과 진보를 위해 현장에서 뛰어온 활동가들 중심으로 담아 보았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21세기는 환경과 여성과 문화의 세기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과정과 정치 행적에서 환경에 대한 구체적 철학을 찾기 어렵다. 여성과 문화에 대해서도 일면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화된 구상은 없다. 노 대통령이 내세운 국민통합과 개혁도 환경·여성·문화라는 알맹이가 빠진 상태에서는 무의미하다.

모든 바탕에 환경과 생태를 고려한 경제정책, 국토개발정책을 세워달라. 그렇지 않으면 5년 후에 ‘회색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환경정책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새만금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느냐, 그대로 밀고 가느냐가 될 것이다.”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

“우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민주적 절차를 지켜달라. 최근 모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KBS 사장에 대해 ‘바람직한 인물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 밝힌 것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줘 우려된다. 두 번째 모든 일을 다 처리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도덕성만은 지켜달라. 그래야 희망이 남기 때문이다.

언론개혁 관련해서는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고 정치는 정치의 길을, 언론은 언론의 정도를 가야 한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켜달라.”

이주영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국가보안법·사회안전법·보호관찰법 등 정권안보 차원의 인권탄압 기제들을 철폐해달라.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대세인양 말해왔는데 민중생존권, 노동권보다 경제효율성을 우선시하면 실질적인 인권은 빈껍데기만 남는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인간다운 노동조건과 생존권 보장을 위해서는 경제정책 자체의 기조 변화가 필요하다.”

진관 불교 인권위원회 대표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다. 그러므로 인권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국정 수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심수 석방은 물론이고 노동자와 농민의 삶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개혁은 대통령만 바뀐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무엇이 개혁인지를 알고 철학을 가지고 한걸음씩 지도자의 길을 걷길 바란다. 말로만 개혁하지 말고 바른 정책, 바른 정치를 위해 정도의 길을 국민과 함께 걸어라.”

박강우 민주노총 정책국장

“기대반 우려반이다. 대선공약이나 그간의 노동관련 주장과 정책이 빈구호로 끝나지 않고 공약만이라도 잘 실천됐으면 좋겠다. 최근 재벌개혁, 노동관련 정책들이 흔들리는 모습 우려된다. 경제정책의 근간이 DJ정권의 정책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비정규직 차별 철폐, 빈부격차 해소 등에서는 일부 진전된 것들도 있다. 이런 부분들이라도 잘 지켜달라.

현재 노동계의 시급한 과제로 손배·가압류 문제가 있다. 이는 노 정부에 대한 노동계 신뢰회복의 시금석이다. 이밖에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무원 노조 인정 등 DJ정권에서 이월된 관제들도 해결돼야 한다.”

노진귀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노동기본권 인정, 비정규직 보호, 최저임금 현실화 등이 중요하다. 그리고 소수정당의 원내진출을 위한 정치개혁 과제도 주시하고 있다. 정당명부비례대표제의 세부 내용, 선거공영제 확대 강화, 원내교섭단체 인원수 조정 등이 그것들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개혁이 어려울 것이다. 결국 확실한 지지세력을 선택해야지, 막연한 국민을 개혁 지지기반으로 설정한다면 한계가 있을 것이다.”

강내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문화정책과 마인드 모두 우려된다. 인수위 구성이나, 청와대 비서진 구성에서도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사들을 찾기 어렵다. 이는 문화를 여전히 정치나 경제의 하위 개념으로 두는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문화연대는 노 정부의 문화에 대한 시각 교정에 노력하겠다. 경제특구, 교육개방, 문화개방 등 주요 현안에 있어 문화적 가치를 무시하고 있어 우려된다. 이창동 감독이 문화부장관에 기용된다면 일단 환영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각 전반의 문화적 마인드는 극히 우려된다.”

김창수 민화협 정책실장

“북한핵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민간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김대중 정부의 통일정책은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라는 2가지 점이 미숙한 것으로 지적돼왔다. 이들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성인사들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민화협 같은 단체들과의 의사 교환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북한핵 문제와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이중 주한미군 감축 및 재배치 문제는 원래 미국이 해외주둔 병력의 효율화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인데, 우리 사회와 언론이 이를 노 정부의 불안정성과 연결시키며 혼란을 자초해, 이전비용 등의 문제에서 미국의 이해관계가 관철될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

“대한민국 대통령 역사에 있어 노무현 대통령은 일제시대 이후 태어난 첫 대통령이란 의미가 있다. 일제시대에 대한 향수와 부채의식이 없으므로 민족적 이해를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 2005년 해방 60주년을 맞아 민족사에 이정표가 될만한 업적 하나는 남겨달라.

고이즈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청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기대한다.”

박인혜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여성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부의 활성화라고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만들어져서 그 기틀이 갖춰졌지만 아직은 활동이 미흡하다. 여성부 뿐만 아니라 여성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여성 등용이 활발해 지기를 바란다.”

배융호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실장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기간 동안 장애인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대통령에게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저상버스 도입 등 이동권 관련 법률 제정, 장애인차별금지법 도입 등을 반드시 지키길 바란다.

무엇보다 청와대부터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췄으면 좋겠다. 장애인들이 청와대에 갈 때마다 요구했지만 지금까지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주명룡 대한은퇴자협회 회장

“노무현 대통령이 내놓은 노인복지 공약은 대체로 좋다. 그러나 그러나 공약 실현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예산을 5배 늘려야 한다. 따라서 욕심을 버리고 우선순위에 따라 한단계씩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본격적인 노령화 시대가 왔다. 우리 사회의 각종 차별 중 연령차별에 대한 문제가 보이지 않으면서도 심각하다. 일할 수 있는 노인들에게 노동의 기회를 주는 것이 연령차별을 줄이는 길이자 국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다.”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정치적 기반이 약해서 개혁이 어렵다는 우려가 많다. 이럴 때 취임 초기의 개혁방향이 그 어떤 것 보다 중요하다. 노 대통령은 지방 분권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안다. 단지 염려되는 것은 지방 분권과 분산을 오히려 더 많은 권력이 중앙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실장

“참여정부를 표방한 노무현 정부는 철저한 자기혁신을 통해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기 바란다. 초기 개혁의 방향과 원칙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공약이 흔들리고 있는 것 심히 우려된다. 인사 문제와 관련, 최근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경제산업관련 부처 인사가 ‘관료적 안정성’에 치중된 점도 우려된다.

5년은 개혁을 완수하는데 너무 짧고, 부패 유혹을 뿌리치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장흥배, 황지희 컨텐츠팀 기자

장흥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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