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4-05-10   619

[기고] 사회적 시장, 생명의 경제: 시장사회를 넘어서

21 세기초 우리는 낡은 동원의 세기에서 새로운 시민의 세기로, 탈냉전의 화해와 평화, 참여와 연대 그리고 생태주의의 새로운 시민공화국으로 가는 긴 역사적 여정의 출발점에 서 있다. 탄핵 대 촛불의 대결은 촛불의 승리로 끝이 났다. 광장의 촛불은 새로운 민주적 시민공동체를 향한 시대 정신의 근본 징표가 되었다. 촛불에서 당신은 어떤 희망을 보는가. 나는 광장의 촛불에서 우리 국민, 우리 이웃들의 분노를 넘어선, 유례없이 새로운 시민적 주체성의 각성과 새로운 공화국을 향한 열망을 본다. 냉소와 탈정치화를 거역하는 이 엄청한 대전환의 물결이야말로 시민 평화 국가로의 대한 민국의 재생을 가져올, 시대 전환의 근본 동력이 아닐까.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녹색 시민공화국의 길은 고삐 풀린 무책임 시장 사회가 강제하는 규제 완화와 유연화의 명령, 효율- 경쟁 -성장 트리오의 지상 명령에서 벗어 날 때 비로소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제 2의 대전환기의 글로벌 신자유주의, ‘세계적 규모의 금융 주도 축적 체제’는 사회의 감시와 문화적 규범에서 이탈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의 감시로부터도 이탈되어, 이중이탈된(double-disembedded ) 극도의 반(反)사회생태적 무책임 경제다. 금융 투기 천국과 불안한 거품의 누적, 그리고 빈발하는 위기만이 문제는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인간과 세계의 전반적인 상품화 경향, 성장과 가치 증식이 자기 목적화하고 돈이 주인 행세를 하는 우리의 삶과 경제사이, 인간과 돈사이의 주객 전도다. 한편에서 과잉 성장- 과잉 소유- 과잉 소비와 다른 한편에서 광범한 배제 – 박탈- 삶의 위기 사이의 심각한 모순, 사물화와 소유 개인주의, 원자주의와 도구주의에 함몰된 인간적 욕구의 소외와 삶의 의미 상실, 자치력과 연대력 상실의 질병, 그리고 범지구적인 생태 위기와 다중 위험 사회의 상황이 문제다.

성장 물신과 시장 물신주의는 인간됨의 발전을 중심에 두고 시장을 사회에 재통합하는 새로운 발전의 사고로 발본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선적으로 노동, 토지 = 자연, 그리고 화폐 및 자본의 탈상품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한 탈상품화 운동은 세계, 국민국가, 그리고 지역의 각 수준에서 시장과 자본 운동의 횡포와 무책임에 대해 민주적 통제력을 확보하면서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나아가는 일, 양과 덩치에 집착하는 거대주의를 벗어나는 일, 농촌과 도시 사이 농도불이(農都不二)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등을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이같은 인간과 세계의 탈상품화 운동의 기반 위에서 더 적극적으로 우리는 인간과 시민으로서의 능력을 신장( empowerment)하는 일, 자치력과 연대력을 신장하고 인간성에 깊숙히 뿌리 박은 생명적, 존재적 욕구와 능력을 개발하는 일, 그리고 이제 그만 속도를 멈추고 느림, 부드러움, 평화로움의 성찰적 감수성을 체득하는 일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욕구와 능력의 생명-문화 경제학은 인간과 자연의 공진화를 추구한다. 그것은 생태계의 한 거주자로서, 우주의 푸른 생명 바다의 영원에 닻을 내리는 ‘우주의 시민‘으로서의 인간의 각성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시장을 만악의 근원으로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다. 문제는 시장에 고삐를 물려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도록 하는 시장의 제도적 구조 또는 시장을 제도화하는 방식, 그 사회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형태다. 시장 사회를 넘어서는, 탈근대적인 사회통합적 시장경제( postmodern reembedded social market ), 임노동 중심 사회를 넘어서는 다중(多重) 활동적인(multi-active) 문화적 사회 구성은 경제의 조절 양식으로서 시장을 필수적 구성 부분으로 포함한다. 또한 도구적 이성의 비판자들이 곧 잘 외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다중 활동적인 자치와 연대의 사회로 가는 길에서 광범한 사회경제적, 정치적 배제 문제의 해결, 노동의 인간화와 참여 경제, 그리고 시간 주권 =자유 시간 혁명은 근본적인 관문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견해는 제로 성장론과는 다르다. 노동의 인간화와 능력의 개발은 노동자의 자발적 에너지가 성장 동력이 되는 새로운 혁신주도의 문화 경제를 가능케 할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 통합적 시장경제는 적정 성장과 동반 성장, 내발적이고 생태적인 균형 발전의 뉴 패러다임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문화일보 5월 10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이병천(강원대 경제학과 교수, 참여사회연구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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