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기업운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회원참여토론회 열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24일 참여연대 강당에서 지난 15일 규제개혁위원회가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한 `산업교육진흥법개정안(이하 산교법)’에 대해 “산교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회원참여토론회를 열었다.

▲ “산업교육진흥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놓고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회원들이 토론회를 벌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내년 3월부터 대학은 ‘학교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특정 학과 또는 교육과정 등과 연계된 분야, 예를 들어 자동차정비회사(자동차 정비학과), 제빵회사(제빵학과), 디자인용역회사(산업디자인과) 등을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기업운영에 학생들의 등록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대목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산학연 협력사업을 전담할 특수법인인 `산학협력단’을 총장 산하에 설치해 대학과 산업체가 동등한 법인으로서 정식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된다.

산교법은 지난 해 통과한 기술이전촉진법과 특허법 개정안의 후속조치이다. 두 법률은 국·공립대학이 법인격을 갖는 기술이전전담조직을 갖추고 교수들이 연구, 개발한 특허권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정부는 국공립대학특별회계법도 추진중이다. 일반회계(국고지원, 등록금수업료)와 기성회계(등록금 중 기성회비)로 이원화된 현 운용방식을 일원화하여 예산편성권을 대학에 위임하려는 것이다. 대학이 스스로 돈을 벌어 살아남도록 유도하겠다는 말이다. 이를 위해 대학으로서는 수익사업이 불가피하다. 그 제도적 뒷받침이 바로 산교법이다.

이에 대해 이미 교수, 학생, 과학기술노동자 등이 모여 지난달 25일 토론회를 열고 투자 혹은 투기일지 모르는 기업운영 및 연구영역에 등록금을 쓸 수 있도록 한 내용이 사학비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과 무엇보다 대학 고유의 지식연구가 상업화됨으로써 야기될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대학이 기업의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산학협력인가,산학일체인가?

▲ 토론회 발제자인 강신현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
이영희(시민과학센터 소장)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오늘 토론회에서도 참석자들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발제자로 나선 강신현 진보교육연구소 사무국장은 “산교법개정안은 ‘산학협력 촉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국가경쟁력을 위해 기업과 대학이라는 분리된 자원들을 연계하여 ‘산학일체’를 추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이 문제는 단순히 산업교육진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이와 같은 방식의 대학기업화를 근거로 내세웠다. “현재 산학연계에 두드러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대학들에 손길을 뻗치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중국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에 투자를 함으로써 연구결과의 상업화와 독점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대표적 기업이 ‘마이크로소프트’라고 말했다. 학교기업이 공공보다는 대기업, 특히 다국적기업 등에 종속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 사무국장은 정부의 이같은 시도들은 궁극적으로 대학의 민영화라고 단정지었다.

▲ 토론자로 나선 김병윤(시민과학센터회원)씨
산교법이 ‘대학의 기업화’, ‘지식의 상품화’, ‘교육 공공성의 포기’라는 문제점들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김병윤(시민과학센터 회원)씨는 대학병원을 예로 들어 산학협력이 반드시 기업의 주도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박과 함께 법안에 교육목적이 명시되어 있듯이 학교기업을 일반기업과 동일하게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지적했다. 특히 김병윤 씨는 산교법의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공공성의 훼손’이라는 부분에 회의를 나타냈다. 그는 “공공성의 개념이 어떤 이상형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더 구체적인 슬로건의 형태로까지 발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청중으로 참석한 시민과학센터 회원 김명진 씨는 특히 “이·공계열 대학을 과연 교육의 공공성과 관련지어 생각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이들 대학은 기업을 위한 수단적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문제제기의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물론, 산교법 유도하고 있는 대학간 ‘경쟁’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안승혁(서울대)씨는 “경쟁을 통해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등 일부대학만 고유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고화하는 동시에 나머지 대학은 기업화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현재 대학들이 난립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며 “부실한 대학을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참여연대 배태섭 간사)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적인 대학의 기업화 시도에 대해 반발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김주연(한국외대)씨는 “대학의 기업화가 이루어진다면 굳이 대학이 있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대학의 공공성 영역은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악한 한국 대학들의 재정이라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한 김환석(국민대 사회학과)교수는 “산교법 개정안 역시 대학들의 재정을 확충하고자 하는 필요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클 것”이라며 “개정안을 반박하고 문제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의 돈벌이 행보에 이날 역시 많은 의견들이 나왔다. 지식탐구와 공공성 확보라는 대학 본연의 영역을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인 반면에 대학사회에도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팽팽히 맞섰다. 무엇보다 개정안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선례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구체적인 고발 및 비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참석자들 모두가 공감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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