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위원회 아시아 2003-02-11   642

“정책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이 필요

1.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과학기술 혹은 과학기술과 사회와 관련한 쟁점 중에서 시민들이 주목할 만한 것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구체적인 쟁점보다는 포괄적인 주제를 지적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주목할 주요 영역은 “기술적 리스크(technological risk)”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과 생명공학기술들이 새롭게 도입되고 있고 그 중에서 어떤 영역은 우리나라가 가장 앞서가는 분야도 있습니다. 신기술은 새로운 산업영역을 창출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리스크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신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발견하고 대처하는 지식과 경험이 매우 부족합니다. 그동안 외국 기술을 도입하고 모방하는 과정에서 리스크가 어느 정도 검증된 기술을 가져다가 사용하면서 기술적 리스크에 대한 관리 방법을 깊이 있게 학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리스크가 높은 기술을 개발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도 기술적 리스크에 대비해야겠지만 실제로 그 기술의 사용자가 되고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을 때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시민사회의 관심과 문제제기가 요구됩니다.

2.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서,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① 과학기술활동은 도로를 부설하고 공장을 건설하는 활동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과학기술활동이나 기술혁신활동은 불확실성이 높은 활동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도로든 건물이든 확실하게 무엇인가 남기는(?) 사업의 기준을 가지고 기획, 관리,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계가 외국의 것을 모방하는 활동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상태에서 연구나 기술혁신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유형물을 건설하는 사업과 유사한 방식으로 일을 추진해온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우리나라가 수행해야 할 연구와 기술개발 활동의 불확실성은 매우 높아진 상태입니다. 선진국이 기술 이전을 경계하고 또 우리나라가 몇몇 분야에서는 프론티어에 섰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활동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그에 부합되는 기획·추진·평가체제가 필요합니다. 확실한 것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보다는 불확실성을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과 과정들이 필요합니다.

② 과학기술정책의 시야를 좀 더 넓혀 정책을 수립했으면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과학기술을 위한 정책(Policy for Science)”으로서, 어떻게 과학기술진흥을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과학기술은 중요하며 결국에는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는 논리에 입각한 이러한 접근은 전형적인 공급자 중심의 정책입니다. 이런 관점은 과학기술계의 시야를 과학기술분야에만 한정하도록 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과학기술분야에 대한 사회적 자원 배분 비중이 커지고 과학기술이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급속히 증대하면서, 오로지 과학기술 분야에만 초점을 맞추는 관점은 더 이상 정당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과학기술 부문은 사회에 대한 책임(accountability)을 져야하며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지향해야 할 것입니다. 즉 “정책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Science for Policy)”이 필요한 것입니다.

3.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기술사회팀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천착을 하는 유력 기관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기술사회팀이 내년에 주로 주목하려고 하는 연구주제 및 기타 활동은 어떤 것이 있으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① 기술사회팀이 올해 기획 과제로 수행하는 연구는 ‘한국 과학기술자 사회의 특성 분석’입니다. 그 동안 한국 과학기술자 사회에 대한 여러 논의들이 있었지만 제한된 분야에서의 경험적 사실들

을 일반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본 연구는 2년 동안 수행되는 프로젝트로서 올해에는 과학기술자들의 사회의식과 일하는 방식에 대한 사례 연구들을 수행하여 한국 과학기술자사회에 대한 가설들을 도출하고 내년에는 서베이를 통해 이 가설들을 검증해서 한국 과학기술자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상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② 수탁과제로서 추진하는 중요과제는 ‘과학기술문화 창달 기본계획’연구입니다. 올 7월쯤에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을 작성하는 연구입니다.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적 이해를 확대하고 시민과 함께 하는 구체적인 과학기술문화사업들을 개발하는 연구입니다.

③ 기타활동으로서 과학기술과 사회를 다루는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의 저변 확산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과 사회 관련 연구회 활동을 지원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4. 과학기술학 과정들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연구자들이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연구위원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우리나라 과학기술학 분야가 현재 갖고 있는 어려움/문제는 무엇이며 보다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어디입니까?

① 학제성을 자신의 존재 근거로 삼고있는 과학기술학 연구분과들이 실제로는 각개 약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데, 과학사, 과학사회학, 과학기술정책, 기술혁신연구라는 과학기술학의 각 분과들이 타 분야와의 공동연구나 교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자기 분야의 중요성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만의 학제적 연구가 아니라 실제적인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② 한국의 현실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외국 이론의 이해와 그 이론들간의 논쟁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론은 분명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실의 문제를 다루고 대안을 제

시하지 못할 때는 공허해집니다. 미숙한 상태라도 우리나라의 문제들을 다루고 검토하는 연구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③ 한국 과학기술 체제의 역사적 진화와 제도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게 필요합니다. 사회구성주의적인 관점에서의 연구도 중요한 연구 분야이지만 과학기술이 형성되는 제도적 배경들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검토하는 것은 이론적인면, 실천적인 면에서 우선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송위진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기술사회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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