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시민사회일반 2002-11-21   2075

“철저한 과거청산 없이 고문근절 없다!”

고문피해자 제2차 합동기자회견

11월 21일 오전 11시, ‘은폐된 고문사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고문피해자 제2차 합동기자회견’이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국가권력에 의한 고문피해자들의 모임인 ‘전국민주화운동상이자연합'(이하 상이자연합)이 지난 11월 12에 1차로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두 번째로 이루어졌다.

상이자연합은 지난 10월 26일에 벌어진 서울지검 형사피의자 사망 사건 이후 그 동안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되어 온 고문사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공개적인 진상규명을 주장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이자연합은 특히 1차 기자회견 이후 한나라당과 민주당, 검찰청을 방문, 고문사건 철저규명, 책임자 엄중처벌,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 검경에 대한 인권교육, 형사사건 조사시 변호사 입회 보장 등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사회를 맡은 정종열 경기대학교 교수는 “우리의 요구에 대해 국회에서는 대선이 끝나면 어떻게든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약속을 했고, 검찰에서도 적법절차 준수, 인권교육 철저, 관련법 제정 등을 약속했다”며 검찰청에서 보내 온 답변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상이자연합의 요구에 대한 검찰 답변서를 공개하고 있는 정종열 교수

상이자연합은 그러나 이러한 답변이 고문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고 밝힌 뒤, 기자회견문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만이 대안”이라며 “국회와 각 정당은 특별법을 제정해 검찰이 즉각 수사에 임할 수 있도록 입법활동의 소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실제 고문을 당한 피해자들과 그 가족이 참석해 고문사실을 직접 증언했다.

1979년 서울대 학생소요 사건으로 고문당한 우성균씨의 어머니는 “아들 성균이는 지금 장애등급을 받기 위해 순천향병원에 입원 중”이라며 입을 뗐다.

“당시는 연좌제가 있을 때였다. 가족 때문에라도 언제까지 도망 다닐 수는 없었다. 두 달 동안 수배생활을 하던 성균이를 작은아버지가 경찰서로 넘겼다. 그런데 한 달 뒤에 나온 성균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후 오늘까지 입원한 횟수만 24번이다. 정신분열증으로 사회활동도 가정생활도 전혀 못 하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인 김병권씨는 1968년 남조선 해방 전략당 조작사건(이하 전략당 사건)으로 고문을 당한 후 5년의 실형을 살았다. 그는 “전략당 사건은 완전 조작된 것이다. 전략당이란 것 자체가 없었다. 부산에서 체포된 나는 각목과 주먹으로 두들겨 맞았고, 사흘 동안 한숨도 못 자고 고문만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내가 12일만에 서울구치소롤 입감됐을 때, 간수가 ‘어떻게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나’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간수도 처음 봤을 정도로 심한 고문을 당한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상이자연합은 2부 행사로 탑골공원에서 약식집회를 갖고, 종로 YMCA 앞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상이자연합은 앞으로도 3차와 4차 기자회견을 통해 고문피해 사례를 계속 공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도중 상이자연합이 제시한 고문피해자 증거 사진

다음은 상이자연합이 오늘 기자회견문을 통해 밝힌 고문피해 사례들이다. 여기에 소개된 사례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인 정형근 의원도 고문가해자로 포함되어 있다.

■ 91년 대구 지방선거 현수막 철거사건 : 피해자 김정동

○ 사건개요 : 91년 6월 15일 대구 중부경찰서 형사계 옆방으로 연행되어 현수막 제거 배후 추궁. 동 경찰서 수사관 당시 경장 김성록, 김모 형사 등 4명이 수갑을 등 뒤로 채운 후 의자와 함께 묶은 채 양볼 30회 구타, 날개꺾기, 유리컵으로 옆구리 긁어내리기, 오금사이에 방망이 넣어 꿇려 무릎 짓밟기, 머리카락 뽑기, 젖가슴 사타구니(성기) 꼬집기 등의 고문을 했으며, 유치장 담당 정모 순경에게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함. 이에 검찰에 고소하였으나 양정석 검사에 의해 무혐의 처리되었고, 또한 이를 고검에 항고하였으나 기각처리됨.

○ 고문가담자 : 김형식 외 4명

■ 87년 통일 걸개그림 용공조작 사건 : 피해자 이상호, 진정호

○ 사건개요 : 87년 8월 15일 서울 인사동 그림마당과 동년 8월 23일 제주도 신탁은행 2층 등에서 전시한 그림전을 용공으로 조작하기 위하여 서울 시경에 의해 수배 중, 8월 30일 광주 동부 경찰서 형사대에 의해 연행. 서울시 대공분실로 압송되어 10일 정도 온갖 고문을 당하여 이상호는 서울시립 정신병원에 감치된 후 나주 정신병원에서 계속 입원 치료함.

○ 고문가담자 : 미상

■ 86년 울산대 시위 여학생 폭행사건 : 피해자 심정리

○ 사건개요 : 85년부터 울산대 학생운동 활동 중 86년 1월 6일 울산 중부경찰서 형사계 조사실에서 곤봉 등으로 폭행을 당한 후 실신해 요양. 87년 5월 투쟁 준비 중 울산 중부경찰서로 연행, 4일간 구금 이후 울산 소재 큰빛정신과 병원에 8년째 입원 치료 중.

○ 고문가담자 : 김정식

■ 80년 남민전 용공 조작사건 : 피해자 김병권

○ 사건개요 : 학생운동 전국 조직을 남조선민족해방전선으로 조작하여 구속하고 배후 조종으로 몰기 위해 청주감호소에 수감 중인 김병권을 남영동 대공분실과 옥인동 밀실로 압송하여 1, 2차에 걸쳐 20여일간 잠안재우기 각목폭행 등 고문을 당함.

○ 고문가담자 : 정모씨 등 2명

■ 72년 목포 장물알선 조작사건 : 피해자 고의숙

○ 사건개요 : 71년 대통령 선거 이후 반정부 인사로 지목하여 제거하기 위해 72년 11월 4일 전남지구 보안부대 (유달산 공사)로 연행, 각목, 구두발, 등으로 고문 당하여 당시 앞 이빨 5개가 부러짐.

○ 고문가담자 : 최춘

■ 74년 인혁당 제건위 조작사건 : 피해자 전창일

○ 사건개요 : 유신반대투쟁을 사회주의 혁명으로 조작하기 위하여 중앙정보부 9기 6국에서 야전침대 각목으로 전신구타, 잠안재우기 등 무자비한 고문 후 전창일은 무기징역, 8명은 졸속재판으로 사형집행.

□ 고문가담자 : 미상

■ 79년 서울대 학생소요 사건 : 피해자 우성균

○ 사건개요 : 당시 서울대 흥사단 아카데미 제7대 회장, 메아리 제2대 회장으로 있을 때 7∼8월경 학생시위 혐의로 성북경찰서로 연행 30여일 동안 고문조사에 의해 심한 정신 장애를 일으킴. 이후 성북경찰서 노모 형사에 의해 감시를 계속 받아 옴.

○ 고문가담자 : 미상

■ 68년 남조선 해방 전략당 조작사건 : 피해자 김병권

○ 사건개요 : 혁신당 통합사건을 남조선 해방 전략당으로 조작하기 위해 남산 중앙정보부로 연행, 권재혁을 주모자로 지목해 모진 고문 후 조작해 사형 집행. 김병권과 이일재는 모진 고문을 당한 후 5년 실형.

○ 고문가담자 : 미상

■ 78년 남조선 민족해방전선 조작사건 : 피해자 신향식, 김병권, 이재문

○ 사건개요 : 78년 3월 31일 동대문 목동에서 성동경찰서 형사대에 의해 연행되어 시경에서 1차로 10일간, 2차 성동경찰서에서 10일간, 3차 시경에서 10일간 고문 당함. 도합 30일간을 침대각목으로 폭행, 잠안재우기 등으로 고문을 당한 후 청주감호소로 수감.

○ 고문가담자 : 미상

■ 72년 울산 반공법 유인물 조작사건 : 피해자 김형식, 이순자 부부

○ 사건개요 : 유인물 조작사건에 연루되어 도피중인 남편 김형식의 행방을 찾기 위해 부인 이순자를 울산 보안부대로 연행, 발가벗기고 수갑을 채워 물고문, 구타, 전기고문, 성고문(음부에 곤봉을 집어넣음) 등 한계 상황에 이르는 잔인무도한 고문을 가함. 이 소식을 들은 남편 김형식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서울 중앙정보부에 자수해 취조를 받고 풀려난 후, 다시 부산 보안대로 현행되어 전기고문, 각목, 구두발, 주먹 구타 등의 고문을 20여일 동안 당한 상태에서 구속 수감되고, 부인은 고문 후유증으로 자궁암 등이 발병해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임.

○ 고문가담자 : 이동근, 임춘식, 정중화

■ 89년 아폴로 노동자 사건 : 피해자 이성중

○ 사건개요 : 노동조합 파괴 공작으로 1백여명의 구사대에 의해 강제 연행 감금된 채 동래산성, 양산, 언양 등으로 끌려 다니며 주먹과 구두발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죽인다고 협박을 받기도 하고, 야산으로 끌려가 녹끈으로 목을 감아 목졸라 죽인 상태에서 자살로 위장 될 뻔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지나가는 아주머니에 의해 발견되어 미수에 그침. 동년 10월경에 해고된 사실을 알리는 작업을 하던 중 구사대 3명에게 강제연행되어 구타로 고문 당함. ○ 동일 피해자 명단 : 우상태, 이준호, 최성환, 손육원

* 이 고문 피해자 중 애초 신청을 하지 않은 이준호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음.

○ 고문가담자 : 구사대

■ 81년 국보법 용공 조작사건 : 피해자 김○○

○ 사건개요 : 81년 시위 중인 김모씨를 안기부로 연행, 개인을 용공조작 사건으로 조작하기 위해 45일 동안 장소를 옮겨가며 정형근이 직접 고문 및 지휘하여 구타, 허리꺾기, 무릅관절꺾기, 잠안재우기 등 살인적인 고문을 자행하였고, 피해자는 민주화운동명예회복보상심의회에서 민주화운동 관련 상이자로 인정받았으며, 구체적인 진술 내용은 위원회에 소상히 기록되어 있으며, 본인은 고문에 의한 강박관념 및 피해의식으로 익명을 요구하고 있다.

○ 고문 가담 및 지시자 : 현역 국회의원 정형근

이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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