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갈등 해소의 가장 큰 걸림돌”

과학기술ㆍ환경 갈등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

새만금 간척사업,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경부고속철도, 북한산 순환도로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적극적으로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가 11일 개최한 “과학기술ㆍ환경 갈등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시민참여를 통한 갈등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새만금과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 김두환씨는 일반 국민들과 이행당사자들이 함께 새만금 해법을 모색하는 ‘시민회의’를 제안했다.

새만금 “시민참여를 통해 갈등 해결 모색해야”

새만금 간척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새만금 사업 신구상을 위한 시민회의’를 제안한 김두환씨(서울대 환경대학원 박사과정)는 “정부가 갈등 해결 과정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현 시점은 오히려 시민사회의 갈등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라면서 “제3의 대안이 절실히 요구되는 새만금 간척사업의 경우, 시민참여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두환씨가 제안한 ‘시민회의’는 일반 국민과 전북도민, 지역 주민, 시민단체, 정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새만금 대안을 구상하기 위한 일종의 시민참여 기구이다.

16인의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시민패널들은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주민ㆍ시민단체ㆍ정부ㆍ전문가들로 구성된 4개 부문에서 제출한 부문별, 부문간 합의 내용을 검토하고, 전체 회의에서 부문 위원들과 함께 새만금 대안을 위한 최종 구상을 내놓게 된다.

김두환씨는 “‘시민회의’ 결과가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 위해서 ‘시민회의’ 운영이 국무회의에서 인준을 받는 것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현재 운용중인 신구상기획단을 발전적으로 재구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핵폐기장 “다단계 시민참여형 입지 선정 방식 고려해 볼 만”

미국에서 전문중재인으로 활동중인 언론인 출신의 강영진씨(조지메이슨대 분쟁해결학 박사과정)는 환경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미국의 동향을 소개하면서, “부안 사태처럼 심각한 사회 갈등을 낳는 핵폐기물처리장을 선정할 때 ‘다단계 시민참여형 입지 선정 방식’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 미국에서 전문중재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영진씨는 핵폐기물처리장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6단계 시민참여형 입지 선정 방식’을 제안했다.

강영진씨는 “분쟁을 해결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라면서 “국내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분쟁은 정부의 일방주의적 행정관행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방향 행정’ 또는 ‘상호작용적 정책결정’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위도 핵폐기물처리장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6단계 시민참여형 입지 선정 방식’을 제안했다.

강영진씨가 제안한 방식에 따르면, 핵폐기물처리장 부지를 선정하기 전에 우선 “핵폐기장을 별도로 건설할 필요가 있는지”, “시설규모나 기준은 어떠해야 하는지”, “안전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한 정부, 업체, 환경단체, 전문가 등의 원론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다. 또 국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이런 합의가 전제된 후, 정부와 업체는 환경단체 및 중립적 학자들과 주민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면서 후보ㆍ최종 부지 선정 작업과 보상원칙 합의 등을 이끌어낸다. 단계별로 진행되는 이 과정에서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주민들의 검증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강영진씨는 “이런 과정들을 통해 핵폐기장 부지가 선정된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설혹 못마땅하더라도 큰 반발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갈등 해결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

한편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를 질타했다. “갈등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갈등 해결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의 핵폐기장 부지 선정 과정’을 발표한 시민과학센터 김명진 운영위원은 “정부나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장과는 달리, 선진국들도 최근까지 핵폐기물처리장을 둘러싼 사회 갈등을 겪고 있다”고 지적하고, “선진국의 사례에서 가장 크게 배워야 할 점은 정부나 업체가 한번 신뢰를 잃을 경우, 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도 “현재 상당수 국책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정부 부처간 갈등이 사회로 확산된 꼴”이라면서 “정부가 갈등을 해결할 자신이 없다면, 의회 등이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간사는 “정부나 업체가 핵폐기장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핵폐기장을 건설하는 것은 매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비민주적이고 밀실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고질적인 관행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 관행’을 비판했던 강영진씨도 “미국에서 공부한 분쟁해결학을 한국에 적용시킬 때, 갈등 해결의 장으로 나와 대화할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권위적인 정부가 가장 큰 문제로 생각되었다”면서 “정부가 변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갈등 해결 문화가 한국 사회에서는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의 김병수 간사는 “그 동안 국내에 다양한 시민참여 제도들이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갈등에 적용해 본 적은 아직 없었다”면서 “앞으로 과학기술 환경 갈등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민참여 제도들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

* 이 기사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에 실린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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