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연대 항소심 판결을 보고

서울고법 형사 제10부는 작년 12월 26일, 16대 국회의원선거에서 낙선운동을 주도한 총선연대의 간부들에 대하여 각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이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것에 비하면 양형이 대폭 감경된 것이기는 하나, 여전히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이 위법한 것이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다. 재판부는 선고를 함에 있어 ‘유무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원심을 뒤집기 위해서는 만장일치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정치인들은 아니지만 정치인으로 보면 의원직을 유지하거나 피선거권을 유지하는데 아무런 제한이 없는 벌금 50만원으로 형량을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하였다.’, ‘원심의 벌금 500만원의 형은 너무나 과도한 것으로서 대법원판결도 고려하여야 하고 각 지역 총선연대에 대한 유죄판결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했다.’라고 판결이유를 설명하였다.

시민단체의 공익적 활동으로 평가

4.13총선에서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한 평가는 위법성 여부를 떠나 각자 처해 있는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평가를 하였다. 낙선운동의 대상자들은 총선연대의 활동을 극단적으로 중국의 문화혁명기의 “홍위병 활동”에 비유하기도 하였고, 낙선운동이 현행 선거법에 위반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을 우리사회의 후진적이고 부패한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공익적 활동으로, 국민들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운동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그 결과 낙선운동의 대상자들 중 대다수가 지난 선거에서 낙선을 하였다.

소극적 판결이라는 비판 면키 어려워

이번 항소심 판결은 총선연대의 활동에 대한 사법적인 평가가 이미 대법원에서 유죄판결로 확정된 상태에서 선고된 것으로서 항소심 재판부가 기존의 대법원의 판결과는 달리 무죄판결을 내리리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법원의 현재의 관행에 비추어 보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항소심 판결을 보면서 아쉬움을 느끼는 점은 법원이 아직도 사회의 일반적인 법의식과 헌법의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들 대다수는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하여 지지를 표명하였고, 그러한 지지와 성원은 총선연대의 활동이 비록 현행 선거법상 위법행위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비록 대법원이 이번 총선연대의 간부가 아닌 다른 지역의 총선연대 간부의 활동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고 해도 당해사건의 재판부는 당해사건에 대하여 다른 견해를 표명할 수 있고 이에 대하여는 다시 한번 대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항소심 재판부의 입장에서는 법적용의 통일성, 안정성과 형평성을 고려하여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할 입장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가 재판부내에 이견이 있었음을 토로하면서도 대법원 판결에 전적으로 기속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판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더구나 대법원 판결은 해당 선거법 조항에 대하여 합헌 판단을 한 헌법재판소 결정과는 별도로 지나치게 문리해석에 편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낙선운동과 당선운동은 차원이 달라

실질적 민주주의는 국민의 헌법상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때 가능하며, 그 중 정치적 민주주의는 국민 참정권의 철저한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록 각 나라의 정치현실과 국민들의 정치의식에 따라 국민들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방법이 다를 수는 있어도 근본적으로 유권자인 국민들이 선거권을 적정하게 행사하기 위해서는 입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자료를 제한 없이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하며, 그러한 정보와 자료를 기초로 하여 특정 후보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의견표명의 방법에는 집회, 가두행진, 유인물배포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법원은 선거법상의 “선거운동”의 개념에 낙선운동을 포함시키고 있고, 총선연대가 벌인 낙선운동의 방법인 집회, 가두행진, 유인물배포 등을 선거법상 위법한 행위로 판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조직인 총선연대는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하여, 또는 특정 이익집단이나 특정 지역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하여 낙선운동을 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비록 낙선운동이 특정 후보의 당선에 반사적인 효과가 있었을 지라도 당선운동과는 차원을 달리하여 평가되어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한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대하여 후보자의 선거운동과 같은 차원에서 평가를 하고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그대로 따라 총선연대 간부들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다만 위와 같은 고민의 일단으로 양형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항소심 재판부가 1심 재판부보다 진일보한 판결을 내린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총선연대의 활동을 위법한 행위라고 본다는 점에서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차이가 없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총선연대의 활동에 대한 평가, 즉 헌법상의 참정권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1심 재판부와 달리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총선연대의 활동은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선거법의 위헌성을 드러내고 이의 개정을 위해 벌인 시민불복종운동으로 평가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참정권의 주체인 국민의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은 국민의 참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야 하는 법원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제 대법원의 판단에 기대를 걸어 본다.

윤기원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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