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대 한미FTA 2007-05-21   641

한미FTA 협정문 공개 왜 미루나?

미국 의회검토 후 재협상 요구하는 마당에 한국 국회는 무슨 합의가 있었는지도 몰라

협정문 비공개 한 채 미국 요구에 따른 ‘양보일변도의 재협상’ 의혹

타결된 지 한 달 반을 넘긴 5월 중순에야 뒤늦게 협정문을 공개하겠다던 정부는 20일, 21일로 공개시일을 미루더니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협상 개시부터 타결, 협정문 공개까지 미국 일정에 맞추어 온 한국 정부는 또 다시 미국과의 협의를 핑계로 공개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체없이 협정문을 공개하여 협상 결과에 대한 국민의 검증과 심판에 당당히 임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 권오규 부총리, 김현종 본부장, 김종훈 수석대표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5월 중순 혹은 더 빨리 협정문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장담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자구수정과 한글본에 대한 미국 측 검토가 끝나지 않았고 미국과 공개 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스스로 밝힌 공개시한인 5월 21일 시한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협정문 공개를 미루는 근거는 도무지 합리적이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 반이 지났는데 자구수정과 한글본 검토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한글과 영어는 협상 공식 언어이다. 영어본은 애초에 나왔는데 한글본이 나오지 않았고 아직까지 미국 측이 이에 대한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다. 자구수정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자구수정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하루 빨리 초안을 공개하여 최종 타결 전에 국회와 전문가들이 치밀한 검토를 통해 잘못된 것이 없는지를 꼼꼼히 살피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미국과 동시에 공개하자는 합의는 구두합의일 뿐 협정을 위반하는, 혹은 위태롭게 할만한 구속력을 갖는 합의라 할 수 없다. 정부가 국회와 국민에게 공개할지 말지는 정부 행위의 민주적 원칙에 충실할지 말지에 관한 문제이지 다른 장애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협정문 공개는 정부가 고무줄 늘이듯 지연시킬 만큼 한가한 문제가 아니다. 일분일초가 급하다. 정부는 아무 예고도 없이 한미FTA를 시작했고 독단적으로 양측 협상용 제출 자료(협정문 초안)을 3년간 비공개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협상 내용을 검증하고 평가해야 할 국회와 국민의 권리는 1년여의 협상기간 동안 유보되어 왔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자 완성된 협정문안 만큼은 최대한 빨리 공개하겠다고 약속해왔다. 그러나 이 또한 약 50일이나 지나도록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시작 당시부터 표준 협정문안이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었고, 협상 과정과 협상 타결 이후 700여명에 이르는 각계 전문가 자문위원들에게 모든 내용이 공개되어왔다. 이 자문위원에는 찬성하는 이들 외에 강력히 반대하는 단체대표자들도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미국이 협정문 공개일자를 미루자고 말하는 것은 자신들은 이미 모든 검토와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조차 협정문을 보지 못하는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결국 공개가 미루어질수록 한미(의회)간의 정보격차는 더욱 심해지고 한국은 불리한 협상을 강요당할 위험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정부는 국회 특위에 대해서는 이미 협정문이 공개되어 있다고 주장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 실태로 말하면 정부가 국회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4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협정문을 공개하겠다고 호언장담해 놓고, 한미FTA특위와 통외통위 의원에 한해, 영문 협정문만을, 이조차도 상품 양허안과 서비스 유보안, 각종 사이드 레터 등은 뺀 채,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열람’만 허용하였을 뿐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조차도 아무 근거도 없이 독단적으로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해당 국회의원과 각 1인의 보좌관 외에 이의 메모나 인용을 불가능하게 했다. 결국 ‘면피용 공개’라는 지탄을 받았다. 국회가 협정문 공개를 요구한 목적은 국민을 대표하여 한미FTA 협상의 결과를 분석하기 위함이다.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비교 분석하여 협상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할 시기에 국회의원들이 영문 협정문 번역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이제 대통령 비준이 40일 남았고, 곧 6월 임시국회이다. 지난 4월 임시회에서 농해수위, 통외통위, 보건복지위, 문광위 등 4개 상임위가 한미FTA 청문회를 개최를 의결하였지만 자료 공개가 되지 않아 6월 임시국회로 그 시기를 늦췄다. 농해수위는 5월 2~3일 청문회를 잡았으나 협정문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공개 이후로 청문회를 미뤄야 했다.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행정부 독단의 결정이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국민의 요구로 추진했던 청문회를 수포로 만든 것이다. 의회견제의 부재는 결국 한미간 협상력의 현격한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국은 의회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 의회와 각계전문가들은 정부가 도대체 무슨 합의를 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문제의 심각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만에 하나 정부가 미국의 신통상정책에 따른 재협상 요구로 인해 협정문 공개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국민이 협상 타결은 내주기 협상이요, 월권적 합의라고 주장하며 타결을 미루라고 할 때 정부는 귀를 막았다. 4월 임시국회에서 일부 알려진 협상결과가 치명적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에도 정부는 재협상이건, 추가협상이건, 협정문에 추가하는 형식이건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며 외면했었다. 그런데 미국의 요구에 따라 협정문도 공개하지 않은 채로 자구수정을 빙자한 사실상의 재협상을 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국민기만행위이다.

정부는 즉각 협정문을 공개해야 한다. 미국과의 밀실재협상을 중단하고 먼저 협상결과에 대한 국민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SDe2007052100-.hwp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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