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의 눈

지난 11월 22일로 시민과학센터는 창립 5주년을 맞았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크게 자축하고 또 축하를 받을 만한 일이다. 척박하기 그지없는 한국 시민운동의 한 자락 속에서, 그것도 “과학기술 민주화”라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목표를 내걸고 만만찮은 저항에 맞서 가면서 만 5년을 버텨 왔다는 것만 해도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할 터이다. 그 5년 동안 시민과학센터는 한국 사회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성과를 여럿 거두었고 새로운 운동 영역을 개척해 왔다. 한국 최초의 합의회의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두 차례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생명공학감시운동 영역을 새롭게 부각시키고 이를 본 궤도에 올려놓았으며, 다양한 강좌 개최, 단행본·소식지 발간, 그리고 여러 분과 활동을 통해 과학기술 민주화와 STS의 문제의식을 한국사회에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시민과학센터의 지난 5년은 곧 한국 과학기술 민주화 운동의 역사였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그 운동의 기반을 이룬 초석이 되었다.

약 3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렸던 11월 30일의 5주년 기념 총회는 지난 1년, 길게는 5년을 돌아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앞으로의 1년을 계획하기 위한 다짐의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지난 1년간의 활동 평가와 향후 1년간의 계획이 발표되었고, 소장, 부소장과 운영위원들이 선출·인준되었으며, 지난 5년의 활동을 돌아볼 수 있는 5주년 백서도 선을 보였다. 창립 초기에 비하면 일반 회원들의 참여 열기는 많이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과학기술 민주화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가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이번 호 ≪시민과학≫은 시민과학센터 5주년 행사를 되짚어 보는 것을 커버스토리로 꾸며 보았다. 총회 자리에서 발표되었던 여러 문서들과 조직구조 및 통계의 측면에서 바라본 시민과학센터의 지난 5년에 관한 글들, 시민과학센터가 지난 5년간 벌여온 다양한 활동

목록 등 흥미로운 자료들을 여럿 만나보실 수 있을 것이다.

≪시민과학≫과 관련해서는 이번 총회에서도 지난 여러 차례의 총회를 통해 익숙했던 비판들이 반복되었다. 즉, ≪시민과학≫에 실리는 글들이 내용적으로 어렵고 편집 측면에서 가독성이 떨어지며 이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힘들다는 불만이 그것이었다. 그간 ≪시민과학≫의 제작에 직·간접으로 관여해 온 편집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이런 불만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책임과 자괴감을 느낀다. 물론 변명하자면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나 제작상의 애로사항 등을 들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4년 넘게 제기되어 온 비판에 대해 여전히 마땅한 답변을 내놓을 수도 없고 앞으로도 당분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다는 것이 쉽게 넘길 문제가 아닌 것 또한 분명하다. 그간 주위로부터 비판과 질책보다는 “힘든 여건에서 수고가 많다” “열악한 재정 형편에서 이 정도 내는 것이 어디냐”와 같은 격려를 주로 듣다 보니 편집위원들의 긴장감이 떨어진 것은 아닌지도 반성해 보아야 할 일이다.

당장 눈에 띌 정도의 커다란 개선이나 방향전환을 기하기는 어렵겠지만, 편집위원회에서는 새해부터 ≪시민과학≫의 대중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조금씩이나마 기울여 볼 계획이다. 회원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을 부탁드리며, 어떤 내용이든 좋으니 지면 개선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보내 주시기 바란다.

/ 편집위원 김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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