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적었던 정기국회 입법 성과

어제(12/10) 있었던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114개의 법률안이 처리되었다. 이 중에는 △이른 바 ‘대장동방지법’ 중 민관합동개발사업의 민간 이윤율을 10% 이내로 제한하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도시개발법과 주택법 △코로나19로 폐업위기에 놓인 임차상인의 계약해지권을 허용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하도급계약 체결 전에 발생하는 기술탈취 행위를 규제하고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제도를 개선하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 △취업 후 학자금대출을 면책제외채권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채무자회생법 등 참여연대를 포함한 여러 중소상인·중소기업·시민사회 단체들이 요구해왔던 민생법안들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다만 대부분의 법안이 민생 단체들의 요구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거나 핵심내용이 빠져 실효성이 없는 것들이 많았다. 대선을 앞두고 저마다 ‘민생정당’을 앞세웠던 것에 비하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적었던 셈이다. 여야 국회는 대선일정을 핑계삼아 이대로 올해 국회 일정을 종료하지 말고 조속히 12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미완의 민생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민생법안도 처리하지 않으면서 대선공약을 운운하는 것은 시급한 민생법안을 볼모로 표 장사를 하겠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적었던 정기국회 입법 성과

반쪽입법에 그친 대장동방지법, 코로나19 상가법, 하도급법

저마다 ‘공정경제’ 외치면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은 무산

공약으로 미루지 말고 가능한 법안은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첫째, 공공택지 민간매각이라는 몸통은 둔 채 민관합동개발의 꼬리만 자른 반쪽짜리 ‘대장동방지법’을 12월 임시국회를 열어 추가개정해야 한다. 대장동방지법 중 민관합동개발시 민간사업자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도시개발법과 주택법 개정은 그동안 미비했던 제도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에 불과하다. 지금과 같이 주택가격과 전월세가 폭등하고 주거취약계층·서민·세입자들의 주거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민간건설사들의 배를 불리는 주택공급방식을 전면개편하고 장기적으로 주거안정에 도움이 되는 공공주택을 대거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에는 택지개발사업 등에서 민간사업자의 개발부담금 부담율을 제도 도입 당시인 50%로 원상복구하는 개발이익환수법, 3기 신도시를 포함한 공공택지개발 시 민간매각 비율을 20%이하로 낮추고 80%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공공주택특별법, 이 중에서도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는 지역의 경우 공영개발지구로 지정해 100%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제출되었으나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진행 중인 3기 신도시 6개 지역에서만 민간사업자들이 10조 6천억원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은 둔 채, 극히 일부인 민관합동개발의 미비점만 보완하는 것으로 제2의 대장동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 코로나19로 폐업위기에 놓인 임차상인의 계약해지권을 허용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은 취지는 바람직하나 해지통고 후 3개월 이후부터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는 ‘사족’이 붙으면서 실효성이 매우 떨어졌다. 해당 법안은 코로나 이전부터 4-5년의 장기계약을 체결했지만 이후 폐업위기에 몰린 상가임차인들에게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최근 상가임대차 계약이 1-2년마다 갱신되는 경우가 통상적인 점, 현재도 묵시적 갱신의 경우 언제든 계약해지를 통고할 수 있고 3개월 후면 그 효력이 발생하는 점, 폐업비용·원상회복자금 등 지원이나 대출상환 유예와 같은 대책이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법안만 가지고는 현재 상가임차인들이 처한 경제위기를 해소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해 9월 코로나19를 사유로 6개월간 임대료를 연체하더라도 계약해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임시특례를 연장하거나, 해당 기간의 임대료를 정부와 건물주가 분담하도록 하는 임대료멈춤법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나아가 국회가 정부를 강력하게 압박해 사적모임 금지나 백신패스 등을 손실보상의 대상에 포함시켜 손실보상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소상공인 이외의 업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를 내놔야 한다. 처음 손실보상법 시행령 개정 당시부터 대상이 너무 협소하다는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는데,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폭증 시기에 두터운 손실보상이 절실하게 되어 더욱 아쉬운 상황에서도 국회는 손을 놓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의 손실보상 예산 50조, 100조 숫자 놀음을 걷어치우고 손실보상 대상부터 늘려라.

셋째, 하도급계약 체결 전에도 기술탈취 행위가 있었을 경우 이를 제재하도록 하고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 제도를 개선한 하도급법 개정안 처리는 상당한 진전이다. 그간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사업검토를 빌미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제출받아 탈취하거나 제3의 업체에게 유출해 하도급계약을 맺는 불공정행위가 횡행했음에도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제재를 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악질적인 기술탈취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 셈이다. 또한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 등으로 납품대금의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도 개별 사업자들이 단가조정 협의를 요청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중소기업중앙회에도 하도급대금 조정협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함으로써 이 제도가 활성화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자칫 잘못하면 제재를 받아야 할 원청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높은 동의의결제도가 도입된 부분은 우려스러우며, 하도급법 적용 대상 업종을 확대나 하도급불공정 조사개시 기한 연장, 영업정지요청권 등이 도입되는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여야 대선후보가 앞다투어 공정경제와 중소기업 육성을 외치는 상황에서 남은 하도급법 과제들도 조속히 합의해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넷째, 카카오·네이버·쿠팡 등의 알고리즘 조작, 일방적인 정책 변경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정부안이 제출된지 1년 동안 부처 간, 상임위 간 주도권 싸움만 벌이다 결국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달 당정협의를 통해 규제 적용 기준을 원안보다 10배 높여 중개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 1조원 이상 거대 플랫폼에 적용하고, 불공정거래행위 역시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금지하는 등 규제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처리되지 못했다. 애초에 국회에 법안 처리 의지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우리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시장은 소위 ‘갑’이 ‘을’을 통제하는 종속적 관계에서 불공정한 경쟁 환경에 놓여 있다.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 등을 규율하고 이용사업자의 협상권을 강화하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마련해야 플랫폼 기업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혁신’도 ‘성장’도 담보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12월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처리할 것을 촉구한다.

다섯째, 참여연대와 대학생단체, 교육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파산시 면책하도록 하는 채무자회생법이 처리된 것은 매우 다행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채무가 ·파산시 면책이 되도록 하고 있으나 유독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의 경우 면책대상에서 제외해 한계채무 상태에 내몰린 대학생과 학부모들을 빚의 굴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도록 했다. 다행히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특별법’이 개정된 데 이어 채무자회생법까지 처리되어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국회는 이에 그치지 말고 법정 최고이자율 인하를 위한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불공정 추심 방지를 위한 채권추심법 등 한계채무자 보호를 위한 입법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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