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10-05-14   1825

조선일보, 대통령께 칭찬 받으니 행복하십니까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

이명박 대통령이 조선일보의 광우병 촛불 2주년 기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시위와 관련해 국민 반성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청와대가 뒤늦은 해명에 나섰지만, 이번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촛불 시위를 둘러싼 조선일보 비판보도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당시 ‘광우병위험미쇠고기전면수입에대한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으로 현장 상황을 잘 아는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이 조선일보 보도와 청와대 반응에 대한 기고문을 보내왔다. /미디어 오늘 편집자

얼마전 국민 대다수가 호감을 표시하는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서도 ‘나라를 망치는  일’ ‘선거 앞 둔 독버섯’이라고 왜곡하던 조선일보가 한국 언론(조선일보는 정상적인 언론이라고 볼 수 없지만) 역사상 가장 추악한 왜곡 사태를 빚어냈다. 조선일보의 친일반민족행위와 군부독재 찬양의 역사와 편파왜곡거짓날조 보도의 역사야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조선일보는 국민들의 촛불시위에 대한 2년 전의 공격이 성에 안찼던지 5월 10일부터 14일까지 촛불시위에 대한 거짓·왜곡보도에 마치 ‘올 인’한 듯한 보도 행태를 보여줬다.

얼마나 심각하고 많은 왜곡이 있었는지, 조선일보의 지난 5월10일 기사 하나를 먼저 보자. 조선일보는 4일 동안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폄훼하기 위해 수십 개의 기사를 내보냈는데, 단 하나의 기사에서도 틀린 곳이 너무나 많다. 오현석이라는 기자가 쓴 <‘광우병 대책회의’ 언제 그랬냐는 듯 소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만 ‘거짓·왜곡’을 찾아보겠다.

                 

▲ 2008년 5월17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 ⓒ이치열 기자  
 

“‘광우병 대책회의’ 언제 그랬냐는 듯 소멸”
=광우병 대책회의는 소멸하지 않았고, 여전히 미 광우병 쇠고기 문제, 캐나다 산 수입문제에 대해서모니터링도 하고 얼마 전까지도 기자회견도 진행하고 성명도 발표한 바가 있다. 2년 전 주로 활동하던 연대기구가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 외양과 활동의 내용이 축소, 변화되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소멸’했다고 거짓으로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모차 행진과 거리 행진, 종교계 선언, 노동계 총력 투쟁 등의 주요 전술 역시 이 단체가 만들었다.”
=경찰에 따르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유모차 엄마들의 자발적 참여와 가장 자존심이 높다는 종교계의 선언까지 마치 광우병대책회의가 기획한 것처럼 써놓았다. 이는 당사자들에 대한 중대한 모독이자, 철저한 사실관계 왜곡이다.

“대책회의는 2년 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참여연대 건물 1층과 5층을 사무실로 사용했지만 9일 찾아간 이 건물에선 대책회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홈페이지도 사라졌다.”
=사소하지만 주소도 틀렸다. 참여연대는 통의동이 아니라 통인동에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기자가 찾아갔다는 9일은 바로 일요일이었다. 문도 닫혀있고 사람도 없는 것이 당연한 일요일날 찾아가서 ‘비장하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라고 얘기하고 있다. 들어와 보지 않은 이상 진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필자에게도 그 휴일날 전화까지 했다. 조선일보 인터뷰는 이미 10년 전부터 거부해오고 있었는데, 마치 저를 포함해 박상표 수의사, 그리고 당시 광우병 대책회의 실무자들이 이제는 ‘자신 없어서 인터뷰를 회피한 것’처럼 묘사돼 있었다. 홈페이지도 실무적인 실수로 도메인비용납부가 지연돼서 잠깐 닫혀있다 바로 열렸음에도 ‘묻지도 따지지도 확인도’ 않고 사라졌다고 단정적으로 기사를 썼다. 역시 거짓이다. www.antimadcow.org홈페이지를 가보시면 예전 같지는 않지만 꾸준히 운영됐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이다.


  ▲ 광우병위험미국쇠고기반대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2008년 5월, 조선일보 소유의 코리아나호텔 웨딩홀에서 나오는 스테이크가 미국산이 아닌 호주산을 쓰고 있다고 강조한 메모가 테이블마다 놓여있다. ⓒ이치열 기자  

“2년 전 집회 때마다 나와 마이크를 잡았던 오종렬 진보연대 상임고문은”
=오종렬 고문은 당시 집회 때 2∼3번 정도 원로로서 말씀을 해주신 것 외에는 국민들의 아름다운 저항에 자신이 누가 될까봐 출연을 고사한 분임에도 마치 특정 단체가 촛불집회를 주도한 것처럼 왜곡하기 위하여 집회 때마다 마이크를 잡았다고 거짓으로 썼다.

“미 쇠고기 마트에 널렸는데…’촛불’주동자들은 6.2선거운동 중”
=표현부터가 매우 공격적이고 선정적이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야마’를 광우병대책회의 실무자들이 마치 거의 모두가 이번 지방선거에 뛰어든 것처럼 썼다다. 당시 실무자들과 자원활동가들이 100여명이 넘었는데 그 중에서 서너 사람의 활동만을 침소봉대해 사실에 맞지도 않는 기사를 쓴것이다. 또 누구라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참여활동을 하는 것은 국민으로서는 당연한 권리임에도 ‘광우병 난동 세력’들이 선거에도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의도적 왜곡을 저질렀다.

한 기사에서만 찾아낸 거짓과 왜곡, 조선일보의 정치적 편향이 드러난 구절들이 이렇게 많다. 이 기사뿐만 아니라 조선일보가 언급하거나 인터뷰했다는 대부분 이들이 진의가 왜곡됐고, 조선일보에 이용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쯤 되면 조선일보는 바로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하고 문을 닫아야 할 일이다. 이런 황당한 소설쓰기가 주특기인 조선일보를 어찌 언론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진실보도가 언론의 기본 중의 기본인데, 거짓과 왜곡으로 점철된 보도를 하고도 계속 언론이라고 자처한다는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일 것이다.

더 기가 막힌 일은 그런 조선일보를 기다렸다는 듯이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국민들에게 반성을 촉구한 이명박 대통령의 태도다. ‘아무 것도 모르는 국민들이 괴담에 놀아났다’고 꾸짖는 데에 조선일보,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 혼연일체가 되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나아가 대부분의 시민단체와 진보성향의 언론과 인터넷이 괴담을 만들어내고 국민들을 선동했다며 사죄까지 촉구하고 있다.

2년 전 광우병 위험과 논란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사실상 ‘묻지마 수입’해 온 국민을 걱정시키고 실망하게 만들었던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당시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겠다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태도를 돌변해 시민단체들과 국민들에게 반성을 촉구하고, 범국민적인 촛불시위를 폄훼하는 것에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은 체체전복세력이 기획한 것이라고 왜곡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보고서까지 만들라고 흥분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에도 그 많은 촛불은 어디에서 누가 샀냐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그 때나지금이나 개개인이, 삼삼오오 아는 이들끼리, 각종 소규모 모임 등에서 자발적으로 초를 가지고 모여든 시민들의 마음과 진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명박대통령은 지금도 그때의 그 의문, 자신이 두 번이나 너무나 내키지 않은 사과를 하게 만들었던, 수백만 시민들의 촛불을 제공한 배후가 뼈에 사무치도록 궁금한 것이다.


  ▲ 지난 2008년 6월10일 서울 광화문 일대는 촛불을 든 시민으로 가득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그래서 범국민적 촛불시위를 거짓과 왜곡으로 공격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참으로 고마웠던 것이다. 또 기다렸다는 듯이 ‘저 많은 초들의 배후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저 많은 초를 사가지고 모일 수 있었는지’ 보고서를 작성해라고 지시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는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의 배후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 취향과 궁금함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문제는 대통령이, 자신의 것도 아닌 바로 우리 국민들의 것인 공적인 세금과 공적인 권력을 가지고 황당한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선일보와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이 가세해 폄훼에 폄훼를 거듭하고 있는 2년 전 촛불시위는 무엇이었는가. 먼저 촛불시위 벌어지기 전 상황을 잠깐만 회고해보겠다. ‘특권층’의식으로 똘똘 뭉친, 특권층을 위하는데 여념이 없는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참으로 기가 막힌 작태들이 계속 됐고, 국민들은 그런 정부여당에 ‘강부자’정권, ‘고소영’ 정부라고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온 국민을 걱정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륀지’로 대표되는 영어몰입교육, 한반도 대운하, 의료민영화, 언론통제 정책 등과 관련된 파문이 잇따라 터져 나왔고, 대학생·학부모들이 사활을 걸고 기다리던 대통령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부인되고 있었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묻지마 수입’ 사태가 벌어지면서 국민들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하게 된 것이다.

그 사이 국민들은,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네티즌 국민들은 이처럼 한심한 이명박 정권의 태도와 주요 정책들에 대해서 치열한 비판과 토론을 전개하고 있었다.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이명박 정권의 행태와 잘못을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그럼에도 변화할 것 같은 기미가 전혀 안 보이자, 그렇다면 우리 자발적으로 촛불이라도 들어서 항의하자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시민들은 역시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됐다.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난 바로 그 지점에서 자발적으로 우리 헌법상의 국민주권 정신에 의거해 저항과 항의에 나섰던 것이다.(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과정은 세계적인 사회학자들로부터 ‘다중지성’ ‘집단지성’ ‘참여민주주의’의 전형이라고 칭송 받기까지 했다.

그렇게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는 2008년 5월 2일, 자발적으로 모인 네티즌들과 다수 학생들을 포함한 시민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우리 정부가 무엇엔가 쫓겨 졸속협상을 했다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자명한 사실이었다. 결국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항의와 집회에 정부는 수입조건을 두 번이나 바꾸었고, 미국 측 협상단에게 우리 국민들의 촛불시위 사진을 보여주며 그나마 진전된 수입협상 조건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 시위 과정에서 정부의 미숙함과 국민의 정당한 걱정에 대한 외면과 불소통에 대해 두 번이나 국민에게 사과하기도 했다.(비록 거짓이었다는 것이 이제 명백히 밝혀지긴 했지만)

     
  ▲ 최근 조선일보가 보도한 ‘촛불 2년’을 다룬 기획보도.  

또한 이후 헌법재판소에서는 정권이 시민들의 평화로운 의사표현을 불법으로 몰아간 결정적 근거가 됐던 야간옥외집회금지 조항에 대해서는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으며, 정부가 자신의 실정을 뒤집어씌우기 위해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로 지목하며 기소하였던 PD수첩도 재판을 통해 무죄로 판명이 났다.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폭행을 당한 시민평화행동단과 짓밟힌 여대생에 대해서도 국가의 불법행위가 있었고 손해를 배상해라는 판결이 났으며, 기소된 시민들의 상당수는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고 있다. 이것이 지난 2년 전 촛불집회의 가감 없는 진실이다. 우리 국민들에게 죄가 있다면,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걱정하여, 또 민주주의에서는 소통이 제일로 소중하다며 숭고하게 행동한 죄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는 또 2008년 5월 고위당정협의를 통해 ‘주변국보다 협상기준이 낮다면 재협상하겠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이후 일본, 대만, 홍콩,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이명박 정권과 비슷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완화한 나라는 한 군데도 없음이 드러났다. 촛불집회 이후 2년이 지난 현재시점에서도 일본, 대만, 중국, 호주 등 주변국들이 여전히 엄격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조선일보의 말처럼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까다로운 이 나라들의 수입 조건은 ‘미친 짓’나 다름없을 것이다. 예전에 조선일보도 참여정부 때는 광우병 위험 문제의 심각성과 최소한의 위험이라도 철저하게 통제하는 게 맞다는 기사를 여러 차례 쓴 바 있다.) 나아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을 적용하는 국가는 주변국 중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명박 정권은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보다 더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까지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은 비록 2년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이 문제를 끈질기게 모니터링하고 문제제기하며 또 재협상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오고 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정상적인 권력이라면 바로 이런 상황들 전반을 점검하고 성찰하는 게 상식적일 것이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국민을 향해 약속한 것도 지켜지고 있는 않은 상황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당시 일부 참여자들의 주관적인 심정의 변화 등을 교묘히 짜깁기해 당시 촛불집회를 폄훼하고 왜곡한 조선일보의 행태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보도의 가장 기본적인 요건인 사실관계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한 채 거짓과 왜곡만이 가득한 기사를 조선일보가 마치 특종이라도 한 것 마냥 내보낸 것은 지방자치단체장과 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개혁진영에 조금이라도 왜곡된 이미지를 덧 씌워 정권의 선거를 지원하겠다는 정치적 의도라고 밖에 달리 보기 어렵다. “미 쇠고기 마트에 널렸는데…‘촛불’주동자들은 6.2선거운동 중”라고 뽑은 제목에서 그들의 비열한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 있다.

가족들과 이웃들에 대한 안전과 건강에 대한 걱정으로 모여든 수백만 촛불 시민들을, 나라의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이 위태로운 상황에 대해 저항하고 참여했던 수백만 국민들을, ‘괴담’에 휩쓸려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어리석은 존재로 폄훼하고 매도하는 권력과 조선일보의 시각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결코 어리석지도 함부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역사는 이따위의 왜곡과 거짓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역사와 국민들에 의한 엄중한 심판과 단죄가 이명박 정권과 조선일보에 내려질 것이다.

※ 이 기고문은 미디어오늘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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