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교육 2008-02-06   1599

[대학등록금 1000만원 시대 4-2] 외국대학 부모 소득따라 차등…최저 12만원


-호주 ‘후불제’ 취업못하면 상환부담 없어
-美 아이비리그 대학들 자발적 인하 확산


이상인씨(가명·여·23)는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대학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고 있다. 그가 유학 결정을 내린 것은 국내 예체능계 대학의 비싼 등록금이 부담스러워서였다. 외국으로 눈을 돌린 그는 2003년 이탈리아로 향했다. 어학연수를 한 뒤 2005년에 현 대학에 입학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 앞 광장 분수대에서 두 학생이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 등록금은 연간 100~230유로(약 12만~27만6000원)로, 등록금 때문에 학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씨가 그때 낸 등록금은 입학금을 포함해 700유로. 당시 환율로 쳐서 85만원이었다. 부모의 소득이 많고 적음에 따라 등록금이 달랐다. 부모의 연봉을 합쳐 4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등록금이 가장 낮은 1단계로 분류돼 12만4000원만 내면 된다. 외국 유학생이라고 예외를 두지는 않는다. 대부분 학생은 3단계로, 한 학기 등록금이 52만원이다. 사립대에 맞먹는 한국의 국립대 등록금을 보면 유학하기를 잘했다고 이씨는 생각한다.

◇외국의 등록금 = 많은 선진국들은 대학 교육을 인재를 길러내는 ‘투자’ 개념으로 본다. 교육을 통해 더 나은 인적 자원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때문에 등록금과 관련, 학생들이 큰 부담 없이 공부를 마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씨가 학업 중인 이탈리아처럼 가계 소득수준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학부를 기준으로 등록금이 네덜란드는 대략 1200유로(약 144만원), 포르투갈은 약 300유로(약 36만원)이다.


호주에서는 무이자로 대학 학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 일종의 등록금 후불제로, 정부가 등록금을 대신 내주고, 학생이 졸업한 뒤 취업해서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는 많이 받고, 적은 사람에게는 적게 상환받는다.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에게는 등록금 상환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정확한 소득파악이 돼야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 앞서 국립대 법인화를 도입한 일본은 이로 인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2003년 정부가 직접 나섰다.
 
 ▲ ⓒ경향신문

국립대학에 표준금액을 제시하고 일정 범위를 초과하지 않도록 정했다. 학과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본 국립대의 연간 등록금은 500만원선이다.


미국은 국가가 대학 등록금에 대해 직접적으로 규제하지 않는다. 명문 사립대의 경우 연간 학비 및 생활비가 4500만원선이다. 이에 따라 중산층 가정조차 학비를 부담하기 힘들다는 비판적인 여론이 가열되면서 아이비리그 대학들부터 등록금을 자발적으로 인하하고 있다. 한 예로, 하버드대학은 올해부터 연수입 18만달러(1억6500만원) 미만인 가구 출신 학부생에 대해서 등록금을 연간 가계수입의 10% 이하로 내릴 계획이라고 지난해 발표했다. 중산층의 등록금 부담이 3분의 1 내지 2분의 1로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싼 등록금의 대안은 = 호주가 실시하는 ‘등록금 후불제’가 유력하게 대두된다. 재학시 등록금을 내지 않고 사회 진출 후 소득이 발생하는 시점부터 상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소득연계 학자금 대출제도(등록금 후불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대학원(MBA)·법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생이 우선 대상이다. 등록금대책위원회 박정원 상임대표는 “전문대학원은 상류층 자녀들이 주로 가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후불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후불제 도입에 앞서 전제조건을 제시한다. 첫째가 정확한 소득 파악이다. 등록금 인상 상한제, 대학 재단 적립금 상한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등록금 상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일정 상한선 범위내에서 물가상승률과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 증가율을 고려해 등록금을 결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학교의 경우, 교육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면 과도한 인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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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매년 인상 당연시 알바 내모는 학교 아쉽다” 



ㆍ일본인 유학생 나가시마 에리씨


7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 유학생 나가시마 에리(37·한국외대 석사 1년 과정·사진)는 최근 고향 후배의 고민을 상담해 주다가 대학 등록금 인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마다 오르는 등록금을 감당하기가 벅차 잠시 휴학을 하고 학비가 없는 동유럽으로 다시 유학을 떠나겠다는 후배의 말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지난달 31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나가시마는 “학비를 무조건 올리고 많이 낸다고 좋은 게 아니다”라며 “1년에 1000만원 가까이 등록금을 내도 졸업 후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곳에서 어떻게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겠느냐”고 침착하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은 등록금이 소폭 인상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액수에 큰 차이가 없는데 한국은 매년 5% 이상씩 등록금을 올리는 게 당연시된 것 같다”며 “대학 교육의 질은 비용에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한·일문화협회를 통해 매년 장학금으로 350만원씩 지원을 받으며 공부했던 그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등록금 인상에 따라 장학금도 400만원으로 올려 받았다고 했다.


2000년에는 부산에서 잠시 생활했는데, 대학원 과정에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등록금을 면제하고, 학비의 50%를 장학금으로 주는 학교들도 많았다. 하지만 학부생은 성적 장학금 외에 혜택이 별로 없었다.


“현재 일본과 한국 대학 학비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 일본은 학생들이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통해 돈을 벌면서 대학을 다닌다. 일반 아르바이트도 시급 1000엔(약 9000원) 정도 받아 편하게 일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데 한국은 과외 아니면 학비 마련이 힘들어 학업을 포기하고 시간에 쫓기는 것을 많이 봤다.”


나가시마는 “일본은 등록금 인상에 예민한 편이고 대학에 비해 학생수가 적어서 대학이 학생의 눈치를 보는데 한국은 상황이 다른 것 같다”며 “부모께 의존하는 경우도 많고, 학생들 스스로가 학비가 비싼 만큼 이유가 있다고 믿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가시마가 한국 대학 생활을 통해 가장 안타깝게 느꼈던 부분은 “전공을 살리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게 아니라 취직을 위해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전공에 상관없이 모두들 영어에 올인하는 모습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가시마는 “등록금 인상에 대한 무감각은 한국 대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라며 “등록금 투명화를 통해 학생들이 전공에 필요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960년대 후반부터 등록금 투명화와 대학 교육시설 개선이 사회의 큰 이슈가 됐고, 학자금 대출도 무이자 또는 낮은 이자를 적용하며, 기업 취업 조건부 등록금 지원제도 등 한국보다 더 다양한 방법으로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 경향신문 · 참여연대 공동기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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