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배달의 민족’ 정률제 개편, 구조개선 안하면 또 반복됩니다

 

지난 10일 수수료 인상 논란에 휩싸였던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요금개편안을 전면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배민’의 요금개편 전면백지화 발표 이후에도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경제력 남용과 일방적인 거래조건 변경 문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만큼, 배민이 관련 중소상인, 배달노동자 등과 거래조건 등을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반복되는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관련 당사자들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나서야 합니다.

 

깃발경쟁 해결하려면 정률제 아닌 별도의 광고정책 개선안 내놔야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된 ‘오픈서비스’는 기존의 프리미엄 노출광고 정액제 수수료인 ‘울트라콜(건당 8.8만원)’을 월 매출  5.8%의 정률제 방식으로 개편한 것으로, 이를 통해 배민 서비스를 이용 중인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이 기존에 비해 전체적으로 가중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배민 측은 기존의 ‘울트라콜’ 방식이 배민 가맹점들의 과도한 광고 경쟁으로 인한 ‘광고 양극화’의 폐해를 발생시키고 오히려 점주들의 부담을 높여왔다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이번 정률제 수수료 개편을 통해 저매출 점포의 수수료 부담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배민이 주장하는대로 가맹점 당 깃발 개수(울트라콜)를 3개로 가정하고 배민의 요금제 개편 전후 수수료 부담을 분석해본 결과, 대부분의 구간에서 수수료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표1 참조) 배민은 월 매출 465만원 이하 구간 점주들의 경우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그에 대한 근거자료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가 월매출 3천만원의 자영업자를 사실상 '영세'로 보고, 0.8%의 카드수수료만 부담하게 하는 것에 비해 배민의 정액제 개편으로 인해 혜택을 보는 점주들의 범위는 너무 협소합니다. 만약 배민이 이러한 영세자영업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했다면 정률제 개편이 아니라 저매출 점포에 대한 수수료 지원 등 별도의 지원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맞습니다. 특히 경쟁에 내몰린 점주들이 10건, 20건의 울트라콜 서비스를 써왔을 가능성을 고려할 때, 이는 과도한 광고 경쟁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을 미미하게 완화해주는 것일 뿐, 수수료 부담 완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배민의 주장처럼 정률제 개편안으로 가장 많은 혜택을 입는 이들은 ‘깃발꽂기’ 경쟁에 내몰려 10건, 20건의 울트라콜 서비스를 써왔던 점주들입니다. 분석결과 [표2]에서 각 매출별 최대 건수를 초과 지출해왔던 점주들의 경우, 실제로 정률제로 개편을 통해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그동안 매출 대비 엄청난 수수료를 내면서도 깃발 수를 줄이면 다시 매출이 줄어드는 악순환에 놓여  울며겨자먹기로 광고를 유지해야 했던 이들이어서 정률제 수수료로 개편되면 수수료 부담도 낮아지지만 이에 따라 매출이 하락될 우려도 매우 큽니다. 즉 정률제로 개편하더라도 부작용을 개선하는 효과는 크지 않고 전체적인 수수료 부담만 늘어나는 셈입니다.

 

배민이 내놓은 정률제 수수료안은 저매출 가맹점, 광고경쟁 점포들을 앞세웠지만 실상은 수수료 인상을 통한 매출 극대화 욕심과 고매출 점포 중심의 광고 노출 정책을 개선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정률제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결국 광고 노출 순위나 빈도는 결국 매출에 연동되어 저매출 가맹점의 경우 광고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배민 가맹점 입장에서는 광고 노출 정책(알고리즘)만 파악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입니다.  배민이 밝힌 것과 같이 ‘깃발꽂기’ 출혈경쟁, 광고 노출 양극화 문제를 진정으로 개선하고자 한다면 정률제가 아니라 최대깃발 개수 제한, 인기 점포나 저매출 점포의 노출 순위 및 빈도 우대 등 별도의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또한 점주들이 배민의 광고 노출 정책에 따라 어떠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공개해야 합니다.

 

면피성 협의체 말고 거래조건 등 상시협의할 수 있는 구조 필요 

또 하나의 문제는 배민이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정률제 개편안을 내면서도 점주들과는 계약조건에 대한 사전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데 있습니다. 물론 배민을 통한 광고서비스는 점주 입장에서 의무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건이 나빠지면 아예 쓰지 않고 다른 형태로 배달을 하거나 배민을 이용하되 추가적인 광고는 하지 않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한번 통용되면 다른 대체수단을 쓰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이미 거대해진 플랫폼 독과점 사업자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피해가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배민의 경우 2·3위 배달앱 사업자와의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어서 배달앱 시장에서 9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예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엄청난 소비자 할인 정책을 통해 배달대행이나 직접배달 시장까지 고사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점주들은 무작정 배민 서비스를 쓰지 않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광고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배민의 일방적인 수수료·광고 정책 변경에 휘둘릴 수 밖에 없습니다. 배민과 소비자의 관계는 선택의 영역이지만, 배민과 점포의 관계는 불공정하게 굴러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러한 불평등한 힘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영역에서는 ‘대규모유통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가맹사업 공정화에 관한 법률’,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등을 통해 계약의 구체성과 공정성, 사전협의 등을 강화해왔지만, 온라인 거래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규정이 거의 없습니다.

 

EU사례 참고해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해야

해외, 특히 유럽에서는 최근 이러한 거대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경제력 남용과 일방적인 거래조건 변경 등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2019년 이사회 규칙」(“온라인 플랫폼 규칙”)을 제정하여 곧 시행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7년 대형 인터넷 오픈마켓들과 입점 중소상공인간 불공정거래가 빈발하자 국회에 「사이버몰판매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되기도 했지만 온라인플랫폼 거래에서의 핵심인 수수료·광고 정책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계약협의 등의 내용이 빠져있어 보완이 필요합니다.

 

‘배민’이 정률제 요금개편을 전면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당장의 논란은 줄어들겠지만,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경제력 남용과 일방적인 거래조건 변경 문제가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배민은 언제든 다시 정률제 개편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배민이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만큼, 국민적인 비난을 피해가기 위한 면피성 협의가 아니라 향후 거래조건 등을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것을 촉구합니다. 또한 정부와 국회는 반복되는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고 플랫폼 기업과 중소상인, 배달노동자 등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에 즉각 나서야 합니다. 이번 논란에서 플랫폼사업자임을 자처한 배민과 점주들 사이에 일방적 거래조건 변경이 주로 문제되었으나 배민의 기업결합 신고가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배달앱 시장의 독점이 공고해질 경우 배달앱 이용 소비자의 편익이 증대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다.  따라서 참여연대는 참여연대는 앞으로 예정된 배민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도 적극 대응하여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공정거래와 중소상인·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표1] 매출 구간 별 수수료 변경 전후 수수료 시뮬레이션

월 매출

변경 전

변경 후

465만원

울트라콜 3건

(건당 8만 8천원)

264,000원

 

오픈서비스 사용

(울트라콜은 쓰지 않음)

269,700원

1천만원

580,000원

3천만원

1,740,000원

5천만원

2,900,000원

                * 카드수수료 및 결제망이용료 : 월매출의 3% 별도

 

           [표2] 정률제 개편안으로 수수료 부담이 줄어드는 점포의 울트라콜 최대 한계 건수

월 매출

변경 전

변경 후

465만원

최대 3건

264,000원

오픈서비스

(울트라콜은 쓰지 않음)

269,700원

1천만원

최대 6건

528,000원

580,000원

3천만원

최대 19건

1,672,000원

1,740,000원

5천만원

최대 32건

2,816,000원

2,900,000원

                * 카드수수료 및 결제망이용료 : 월매출의 3% 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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