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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희망본부    서민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민생대안을 제시합니다

  • 주거
  • 2022.01.21
  • 210

대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주거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거와 부동산 정책은 집을 소유하거나 구입할 여력이 되는 계층에 집중돼 있다. 청년 등 세입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대책은 도드라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주거 대책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5회에 걸쳐 싣는다. 집걱정을 끝내고, 주거권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80여개 단체로 구성된 ‘집걱정끝장 대선주거권네트워크'가 연쇄 기고에 참여했다. ―편집자

 

집 아닌 곳에 버려져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④ 쪽방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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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사진전’에 출품한 거리 홈리스 박 아무개님의 사진·글. 2012년 10월 16일, ‘서울역강제퇴거공대위’와 몇몇 홈리스들은 서울역 강제퇴거 조치의 부당함을 드러내기 위해 서울역의 의미를 드러내는 사진전을 진행했다.

 

내일도 숨 쉴 수 있으려나

 

올해 첫 일요일, 서울역 우체국 지하도 입구 첫 번째 텐트에서 생활하던 김아무개님이 돌아가셨습니다. 평소 한쪽 다리를 절었다고 합니다. 그의 텐트 맞은편 계단에서 사는 한 거리 홈리스는 “잘 걷지 못해 종종 밥을 타다 줬다. 잘 때 보면 텐트 밖으로 다리가 삐져나와 그때마다 밀어 넣어주곤 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올해 서울 지역 최저기온을 찍었던 12일 아침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살던 조 아무개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근처에서 생활하는 한 거리 홈리스는 무너져 내린 그의 텐트를 여미며, “여기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됐고 텐트 밖으로 통 나오지 않아 얼굴도 못 봤다”고 말했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 보름도 채 안 돼 서울역 거리 홈리스 두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얼마 전, 서울역 광장에 계신 몇 분과 서울역 한 귀퉁이에서 두 분을 추모하는 작은 자리를 가졌습니다. 비유도 할 것 없이 집이 없어 생긴 죽음입니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홈리스에게 주거를 제공하는 일은 너무도 더딥니다. ‘주거’를 요구하면 ‘시설’로 답합니다. 주요 언론들도 ‘공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규칙을 꺼려서’ 따위를 이야기하며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기본값 취급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유행)으로 노숙인 일시보호시설, 생활시설에서 집단 감염이 빈발했는데도 정부는 노숙인 생활시설 폐지 계획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작년 12월24일, 정부는 국무총리 주재 제26차 사회보장위원회를 열어 ‘제2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 역시 “시설의 안전하고 건강한 거주환경 제공”을 목표의 하나로 제시할 뿐, 시설의 단계적 폐지 계획조차 담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시설에서 살다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2021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보면, 생활시설 입소자의 31.1%가 20년 이상을 시설에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의 계획과 설명과 달리, 시설은 더 나은 주거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이 아니었던 겁니다. 얼마나 대단한 집을 주려고 사람을 20년 이상 시설에 두고 준비를 시킵니까? 시설이 존속하는 한 이렇게 시설에 담보 잡힌 삶들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고하게 구축된 ▶이런 변태 생태계는 ‘주거 우선 제공’ 정책을 통해 해체해야 합니다. 하지만 거리 홈리스에게 직접 주거를 제공하는 정책은 빈약하기만 합니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노숙인 생활시설이 없는 곳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중 거리 홈리스에게 쪽방, 고시원과 같은 저렴 주거를 제공하는 ‘임시주거비 지원사업’을 실시하는 곳은 8개 시·도(일부 기초자치단체 시행 시·도 포함)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거리 홈리스는 줄지 않고 있음에도, 임시주거를 제공받는 인원은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홈리스에 대한 주거지원의 중요성이 강조된 2020년 이후에도 이런 감소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 여러분, 오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나온 그곳은 어디였나요? 시설에 살아도 좋을, 시설이 아니면 거리를 택해도 좋을 사람은 없습니다. ‘시설’을 버리고 ‘집’을 택하십시오.

 

쪽방. 참혹한 현실, 불안한 미래

한 평 남짓한 크기, 목조 건물 43.2%, 부엌 없음 68.8%, 샤워실 없음 69.8%, 평균 거주기간 12년…. ‘2020년 서울시 쪽방 실태조사’에서 나타나는 쪽방의 단면입니다. 이 첨단의 시대에 쪽방 주민의 절반 가까이가 나무로 지은 집 아니, 방에서 삽니다. 부엌 없이 밥을 해 먹고, 샤워실 없이 위생을 지키는 요술 같은 삶을 평균 12년에 걸쳐 살아냅니다. 전국의 세입자 평균 거주기간보다 세 배나 긴 기간입니다. 방 세 개 중 하나는 창문이 없고, 도시가스 난방이 되는 건물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전기장판, 연탄으로 버텨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단위 면적당 임대료는 서울 강남의 고가 아파트보다도 높습니다. 그런 높은 임대료는 대개 쪽방 관리자를 거쳐, 부재 건물주에게 들어갑니다.

 

“방을 세 번 옮겼는데 세 번 다 물이 새어 나와 옮겼어요. 보증금도 없으니까 어디 이사도 못 가고 할 수 없이 이 동네를 도는 거예요. 주인한테 얘기해 달라고 관리자한테 말했더니 싫으면 이사 가면 되지 왜 여기에 있냐고 해요. 그 사람하고 싸워 봐야 필요도 없어요. 주인은 딴 데에 가 있으니까요. 항상 주인은 없어요.”

 

작년 5월12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열린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참여한 주민 백아무개님의 이야기입니다. 쪽방 주민들에게 건물주는 항상 이런 존재였습니다. 이런 건물주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임대수익이 더 큰 게스트하우스나 상가로 쪽방을 용도 변경하기 위해 주민들을 퇴거시키거나, 건물주들끼리 연대해 재개발을 추진하려 주민들을 내몰 때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수백 명의 쪽방 주민들이 대책 없이 내몰렸고, 월세가 오른 길 건너 쪽방,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겨야 했습니다.

 

이런 수평 이동에 실패하는 이들은 거리로 내몰리거나, 독립 주거를 포기하고 요양병원·요양시설로 때 이른 마무리 채비를 해야 했습니다. 쪽방의 고급화, 재개발은 주민들에게 곧 ‘퇴거’였습니다. ‘쪽방’과 ‘쪽방 주민’이 정책대상으로 포함된 2000년 이래 이는 절대적인 공식이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1월20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영등포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영등포 쪽방을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영등포구·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시행자가 돼 주민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공사 기간 동안 내몰림이 없게 쪽방주민들이 임시 이주할 ‘선(先)이주단지’도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이날은 다섯 명의 세입자가 개발 세력과 그에 조응한 공권력에 의해 죽임당한 용산 참사 11주기였습니다. 영등포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참사에 대한 정책적 속죄이고, 세입자 축출의 개발 잔혹사와 단절하겠다는 의지인 듯했습니다. 실제,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의 쪽방촌 대책은 2020년 부산, 대전 쪽방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2021년 2월5일에는 국내 최대 쪽방 밀집 지역인 용산구 동자동 쪽방 지역을 포함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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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사랑방’ 게시판에 붙은 글. 한 쪽방 주민이 공공개발을 신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글을 손글씨로 써 붙였다.

 

 

그러나 최근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 사업이 위태롭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주택사업을 위한 필수절차인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2021년까지 확정하기로 했으나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토부는 소유주 쪽에 민간 개발 계획안 제출을 요청하고, 서울시에 소유주 의견을 청취하라는 공문까지 발송했습니다. 국토부는 소유주를 상대로 한 민주적이고 중립적인 절차인 양 변명하지만, 지구 지정을 미룸으로써 공공주택사업과 민간개발사업이 경합하는 듯한 혼란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현재 건물주들은 민간개발계획안을 국토부에 제출하고, 쪽방촌 공공주택 사업 철회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건물주와 보수야당, 보수경제지들은 합세해서 “강제수용”, “재산권 침해” 운운하며 공공주택사업이 건물주들의 재산을 몰수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부 계획을 보면, 건물·토지 소유자에게 현 거래시세를 고려한 감정평가 가격으로 정당 보상하며, 사업지구 내 거주자나 비거주자 구분 없이 무주택자에게 분양주택의 공급권을 줄 예정인데도 말입니다. 사실 건물주들이 고대하는 민간 개발 기회는 약 40년간 열려 있었습니다. 동자동 등지 일대는 1978년에 최초 재개발지역으로 지정된 이래 계속해서 개발 완화조처가 이뤄졌습니다. 2015년에는 개발하기 쉽도록 구역을 3개로 분할함과 동시에 건축 가능한 건물의 높이도 기존 5층에서 최고 18층 이하로 완화시켰습니다. 그럼에도 소유주들이 세부 정비계획을 기한(2020년 5월)까지 제출하지 않아 일몰된 것입니다. 본인들이 놓아버린 민간 개발의 기회를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볼모로 행사하겠다는 것은 인면수심의 극치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 사업은 흔들림 없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나아가 모든 쪽방 주민의 주거권이 보장되도록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의 쪽방 공공주택사업은 전국의 모든 쪽방 지역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과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업무처리지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법률도 시행령도 시행규칙도 아닌, 국토부의 ‘훈령’에 불과하지만 이 지침은 다양한 ‘주거취약계층’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어 소중합니다. 지침은 ‘주거취약계층’을 직접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임대주택 입주대상자를 열거하고 있습니다. 입주대상자는 최초 쪽방, 비닐하우스 거주자에서 점차 확대되어 현재는 고시원, 여인숙, 노숙인 시설, 컨테이너, 움막, 피시(PC)방, 만화방, 가정폭력 피해자와 출산 예정인 미혼모, 지하층 거주자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집답지 못한 곳에 사는 많은 이들을 최대한 아우르는 제도, 이들을 재빨리 구출해 주기 위한 제도인 것입니다.

 

문제는 입주대상에 비해 공급물량이 많이 부족하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유행하자 국토부는 2020년 지침을 개정하여 “침수피해 우려가 있는 반지하(지하층) 거주자”를 지원대상에 포함했습니다. 지하 거주가구는 약 36만 가구(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에 이릅니다. 그런데 2020년 공급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통한 임대주택은 총 5502호로, 2019년에 견줘 1597호 느는 데 그쳐, 전년 대비 2267호가 증가한 2019년 증가분에도 못 미쳤습니다. 지침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공급물량을 ‘기존주택 매입임대·전세임대주택 공급물량의 15% 범위’로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는 채 10%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공급되는 주택 대부분에 해당하는 약 80%가 전세임대로 채워지고 있어 더 우려스럽습니다. 전세임대주택은 민간의 주택을 공공이 임차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점유의 안정성과 적정한 질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전세임대주택’은 임대보증금 지원 프로그램에 불과합니다. 이를 매입임대주택, 건설임대주택과 같이 건조물을 제공하는 유형과 동일 선상에 놓고 카운트하는 것은 오히려 눈속임에 가깝습니다.

 

공급되는 매입임대 주택 중 도시형생활주택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걱정거리입니다. 2021년 11월 말 기준으로 보면, 주거취약계층 용으로 공급된 매입임대주택 중 엘에이치(LH) 공사는 47%, 에스에이치(SH)공사는 62.4%를 도시형생활주택으로 공급했는데, 이들 주택은 임대료 외에 8~9만원 선의 공용관리비를 부담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초 수급자의 주거급여는 임대료만 지원해 주기 때문에, 사실상 수급자들은 이들 주택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공급되는 주택들이 일부 자치구에 편중된다는 것 역시 입주자들의 기존 생활권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쪽방 주민, 거리 홈리스가 밀집한 용산구·종로구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11월 기준)까지 주거취약계층 용 매입임대주택은 단 한 호도 공급되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문제는 다양합니다. 다른 임대주택 제도와 달리 입주신청자의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고, 입주자선정위원회를 거치도록 하며, 시설의 한 유형인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원리를 차용하여 운영기관을 통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등 입주신청자의 자율성과 접근성을 약화시키는 다양한 문제들이 신속히 개선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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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님이 거주하던 고시원. 나 아무개님은 여러 고시원을 전전하다 작년 여름,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했다. 그러나 선택 가능한 주택이 도시형생활주택밖에 없어 입주를 포기해야 했다. 기초수급자로서 8~9만원의 공용관리비를 부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너무 소소한 문제라 생각해서일까요? 대선 후보들이 발표한 주거 관련 공약 속에 집이 없거나, 집답지 못한 곳에 사는 이들을 중심에 둔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간의 많은 선거들도 홈리스 상태에 처한 이들을 생략하거나, 후보자들의 선행을 드러내는 배경으로 소비하는 데 그쳤습니다. 주택 시장, 부동산 시장을 중심에 둔 공약 속을 아무리 헤매도 권리로서의 주거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경영자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의 늪에 빠진 주거권을 실질화할 공약을 내놓아야 합니다. 비교적 소수라 하더라도, 극도의 주거권 배제상태에 처한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안정 대책을 놓고 가서는 안 됩니다. 시설이 아닌 주거 우선 정책으로의 홈리스 정책 재편, 쪽방 주민의 재정착을 목표로 한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전면 확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 개선을 통한 적정 주거로의 이동. 생소할지 모르지만 정책적 시술이 시급하다는 점 꼭 기억해 주십시오.

 

작성 홈리스행동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 

2회 서울에 사는 청년 월세 세입자 

3회 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안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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