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7-06-05   620

<안국동窓> 폭리 인정하는 대부업법 개정과 서민 경제

지난 5월 말, 법무부는 이자제한법에 따른 이자율 상한을 30%로 하는 대통령령을 입법예고했고, 재경부는 등록 대부업체에 적용되는 이자율 상한을 60%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안대로라면 원칙적으로 30%를 초과하는 이자는 무효가 되지만, 예외적으로 등록 대부업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따블’로 이자를 받아도 된다.

금리에 대한 규율체계가 이처럼 기형적으로 형성된 이유는 이자제한법이 등록 대부업체를 그 규율대상에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뜻 생각하면 등록 대부업체가 이자율을 얼마로 하건 적어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이자제한법이 등록 대부업체에 대해 예외를 인정한 취지를 잘못 이해한 주장에 불과하다. 등록 대부업체에 대해 이자제한법 적용을 면제해 준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미등록 대부업체의 등록을 유도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경부가 등록 대부업체에게 ‘따블’ 수준의 이자율 상한을 허용해 준 것은 이자제한법의 예외 인정 취지를 잘 반영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미등록 대부업체의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5% 내지 10% 정도의 초과 이자율만 인정해 주어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최대 30%의 초과 이자율을 인정해 주겠다는 것은 이자제한법의 취지를 무시한 채 대부업체나 그들에게 뒷돈을 대주는 다른 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많이 고려한 재경부의 ‘월권’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말을 하면 재경부나 금감위는 팔짝 뛰기 마련이다. 이처럼 ‘따블’ 상한을 두는 이유는 자신들이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말인즉 실제로 60% 혹은 그 이상의 고금리에도 돈을 빌리겠다는 서민들이 있는데 이를 막으면 오히려 서민들이 더 슬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교묘한 논리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잘못된 논리다. 우선 서민들이 200%를 넘나드는 고금리로 돈을 빌리는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부터 잘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에 발표된 금감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금융 이용자의 가장 주된 자금용도는 기존 대출금 상환이었다. 돈을 갚기 위해 또 돈을 빌린다는 것이다. 만일 채무자들이 최초 대출금 상환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조기에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산절차의 문턱을 낮추어준다면 이런 수요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보다 어려운 문제는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되는 자금용도인데 그것은 주로 5백만원 정도하는 긴급 가계자금 수요이다. 이런 자금을 사용하는 서민들은 대부분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에는 신용도가 너무 낮은 사람들이라 현재로서는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현재 재경부의 논리는 이들에게 ‘따블’ 금리로 돈을 빌려 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마이크로 크레딧 같은 별도의 장치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적인 상황에서 이런 제도가 과연 손실을 내지 않고 굴러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필자는 오히려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처럼 제도권 금융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을 이런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이 조금 더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어느 정도 손실을 예상하지만 이는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금융기관이 기꺼이 감수할 수도 있는 비용으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다만 감독당국은 금융기관의 합병이나 인허가시에 이런 활동의 규모에 따라 일정한 정도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긴급한 자금수요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서민에게 소액을 대출해 주는 행위가 문화행사를 후원해 주는 행위보다 못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위 글은 경향신문 6월 6일자 <기고> 코너에도 실렸습니다

전성인 교수(홍익대학교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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