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1-14   1476

[기획] 부모 소득수준 맞춰 ‘보육비 상한제’ 도입해야

참여연대-한겨레 공동기획 7부-②
민생뉴딜 서민경제살리기 긴급제안

참여연대와 <한겨레>는 여러 민간 연구소 및 사회단체의 도움을 받아 ‘정부가 위기의식을 갖고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민생에 투자해야 한다’는 취지의 ‘민생 뉴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기획 시리즈를 통해 실업·고용 대책, 교육, 의료, 공공요금, 소상공인, 서민금융 분야 등에서 서민들이 실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심층진단하고, 현 시점에서 당장 절실한 대책이 무엇인지 집중탐구 합니다.(자문기관 참여사회연구소, 사회공공연구소, 시민경제사회연구소, 희망제작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에듀머니) 2008. 12.

부모 소득수준 맞춰 ‘보육비 상한제’ 도입해야
보육·유아교육 국가재정 분담률 ‘OECD 절반’ 그쳐
국공립 보육시설 10%도 안되고 교사 처우도 ‘열악’
 
 
» 보육교사 한정미(27)씨가 6일 저녁 서울 은평구 대조동 한 어린이집에서 아직 부모가 데려가지 않은 어린이들과 놀이를 하고 있다. 보육교사들은 아침이나 저녁에 한두 시간씩 초과근무를 하고도 따로 수당을 받지 못하기 일쑤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보육 대상인 취학 전 0~5살 283만명 가운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보육·유아교육 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55%에 그친다. 나머지 45%는 엄마가 직접 키우거나 ‘친정엄마’ ‘입주 이모’처럼 사적인 보육 수단에 기대고 있다. 이는 어린이집·유치원 같은 보육 인프라가 아이 부모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데다, 맞벌이 부부에게 시간 연장형 보육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온다.
이에 따라 중산층·서민의 보육 부담을 진짜로 덜어주려면 보육 시설과 인력 인프라를 양적·질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또 부모 소득 수준에 따른 ‘보육비 부담 상한제’를 도입해 보육료 ‘웃돈’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걸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사 초과근무 지원해야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하고 100만원 남짓 월급을 받는다. 정부가 인건비를 보조하는 국공립 교사는 월 142만원을 받지만, 민간 보육시설은 월 97만원, 흔히 ‘놀이방’이라 하는 소규모 가정 보육시설은 월 83만원에 그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해 말 교사 초과근무 수당으로 월 10만원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 601억원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복지부 지침을 보면, 어린이집 평일 운영시간은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12시간이다. 보육교사의 법정 근무시간은 8시간이니, 탄력적 출퇴근이 이뤄지거나 초과근무 수당이 지급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적절한 보상과는 거리가 멀다. 2006년 복지부 연구용역 자료를 보면, 수당을 제대로 주는 비율은 27.6%에 그쳤다. 이 밖에도 호봉 미승급, 짧은 휴가, 고호봉자 고용 기피 등으로 보육교사 1급처럼 고급 인력일수록 일선에 남는 비율은 줄어든다.

한국보육시설연합회 김창규 사무처장은 “올해 예산은 대체교사 인건비 지원 등에 43억원이 늘었지만, 잦은 이직 풍토 등 문제점을 개선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초과근무 수당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공립 시설 확충해야 지난해 상반기 말 현재 전국의 보육시설은 3만2100여곳이었다. 이들 시설 정원은 138만7600여명이지만, 현원은 109만1300여명으로 이용률이 78.6%였다. 하지만 구립 어린이집처럼 국공립 시설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공립 이용률은 90.3%로, 민간 보육시설 78.2%나 가정 보육시설 74.3%보다 훨씬 높았다. 국공립은 비용도 훨씬 저렴한데다 현장학습비나 특강비 등 ‘웃돈’을 터무니없이 요구하는 일이 드물고, 교사와 시설 수준에 대한 신뢰도도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는 곧 사설 보육시설들은 중산층·서민 학부모들에게 보육비 불신을 키우는 일이 잦고, 시설·인력 수준도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육아정책개발센터의 2007년 조사자료를 보면,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사유는 ‘거리가 멀어서’(42.4%)에 이어 ‘시설 불신’(26%)이 두번째였다. 이에 따라 국공립 시설을 대폭 확충해 적어도 정원의 30% 이상을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국공립 정원은 전체 보육시설이 받을 수 있는 인원의 9.8%인 13만6100여명에 그친다. 대기자가 많다보니, 저소득층 우선 조건 등으로 일반 중산층에게는 기회도 드물게 돌아오는 실정이다. 유치원은 국공립이 아이들의 21.9%를 돌보고 있어 어린이집에 견줘 사정이 나은 편이다.

보육비 부담 상한제 도입 필요 보육·유아교육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국가 재정분담 비율은 2004년 기준으로 스웨덴 88%, 독일 81%, 프랑스 73%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는 2005년 기준 38%에 그친다. 이후 보육 예산이 지속적으로 확대됐지만 이들 국가 수준과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들의 보육시설 인프라는 국공립이 보편적이라면, 우리는 민간 인프라 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 개인이나 가정 보육시설들은 영어 특강 등 각종 사교육을 끌어들여 전체 보육비 규모를 키우는 영리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가정들이 저마다 체감하는 보육비 부담은 법정 보육료 수준을 크게 뛰어넘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영유아 보육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주려면 부모의 소득에 따라 보육비 부담 상한선을 가구 소득의 5% 등 상대적 수준에서 정해놓고, 나머지 비용에 대해 정부가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우리는 국공립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어서 학부모 보육비 부담 통제 등 정부 보육 정책의 목표가 잘 구현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우리 보육비 부담의 핵심인 특기적성비를 통제하려면 국공립 비중을 높이기 위한 특단의 재정 투자나, 평가인증 강화를 통해 민간 인프라에 대한 정부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2012년까지 2조3천억원 투자하면
국공립 보육시설 40%로 확대가능”

민주노총 “고용 창출에도 도움”

민주노총은 국공립 보육·유아교육 시설을 대폭 확충하면 실질 보육비 부담도 줄이고 사회적 돌봄 분야에서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고 제안한다. 사설 어린이집들은 국공립과 달리 정부에서 인건비와 건물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영리 추구로 실질 보육비를 치솟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이명박 정부의 경제위기 대책 비판과 노동자의 요구’ 보고서를 통해, 국공립 어린이집을 3천여곳 더 늘리고, 국공립 유치원도 740여곳 확충하는 안을 제시했다. 80명짜리 시설을 이처럼 확충할 경우 전체 정원의 40%를 국공립에서 차지하게 된다. 국공립 어린이집에 24만여명, 국공립 유치원에 5만9천여명의 추가 정원이 생겨나는 것이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은 1700여곳으로 전체 정원의 10%이고, 국공립 유치원은 4400여곳으로 20%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이를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2012년까지 건물 마련과 인건비에 2조3천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등 적극적 재원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보육과 유아교육 부문에 대한 우리 공적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2%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0.6%에 훨씬 못미치는 최하위권이다.

어린이집은 정부 계획에 잡힌 500여곳 말고도 2500여곳 더 늘릴 것을 제안했다. 연간 1억원씩 들여 건물 1천곳을 임대하고, 10억원씩 들여 건물 1500채를 새로 짓는 데 1조6천여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유치원은 740여곳을 더 늘리는 데 2300여억원이 소요된다. 보육 교사 등 인건비는 월 140만원을 기준으로 어린이집 쪽에서 연간 4100억원, 유치원 쪽에서 연간 700여억원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은 국공립 정원이 늘면, ‘영유아 사교육’의 외피를 쓴 보육료 웃돈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또 보육 부문에 ‘질 좋은 일자리’도 대폭 늘어날 수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2만4천여명, 유치원에서는 3천여명에 이르는 보육 교사 등 관련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10월 현재 보육 교사 자격 소지자는 36만9천여명인데, 실제 일하는 사람은 12만여명으로 32.7%에 그쳤다. 국공립 보육 교사는 월평균 임금이 142만원으로, 100만원을 밑도는 민간 개인·가정 어린이집보다 여건이 훨씬 낫다. 이를 바탕으로 학부모들의 비용 부담은 물론 보육·유아교육 시설에 대한 불신도 완화할 수 있다.

민주노총 이재훈 정책부장은 “2006년 정부 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시민·노동·여성단체가 함께한 연석회의에서 국공립 비중을 30%로 끌어올리자는 사회협약을 맺었지만, 실행되지 못했다”며 “재정 투자를 늘리고 영세한 사설 어린이집을 매입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장애아동 바우처 전국 확대되지만…
재활치료 ‘수년째 대기중’

 
 
 
 
김아무개(39·충남 당진군)씨는 올해 11살인 큰아들이 지적 장애 2급이다. 어릴 때부터 언어·작업 치료를 받아 왔지만, 힘겨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용 부담이 워낙 크고 장기 치료가 여의치 않아서다. 프로그램이 좋거나 복지관처럼 비용 부담이 적은 기관은 대기자가 한없이 많았다. 인천시에 살 땐 병원 치료실에 다녔지만, 1년이 지나니 대기자를 위해 그만둬 달라고 했다. 복지관은 1~2년을 기다려야 차례가 돌아왔다.


치료기관 적고 지역 편중
프로그램 다양성 부족
부모들 “인프라 확충을”

충남 예산군으로 이사를 가니 상황은 더 나빠졌다. 군내 복지관은 1년을 이용한 뒤 그만둬야 했고, 더는 치료를 받을 곳이 없었다. 결국 가까운 홍성군으로 위장 전입을 했다. 그 군에서 운영하는 장애아 통합 보육시설의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당진군으로 이사온 뒤 ‘재활치료 바우처’ 혜택을 받게 됐지만, 여기도 대기자가 밀려 있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7일 저소득층 장애 아이들에게 재활치료 이용권(전자 바우처 카드)을 다달이 18만~22만원어치씩 주는 ‘장애 아동 재활치료 서비스’를 다음달부터 전국에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2007년 지역사회 서비스 혁신 사업의 하나로 출발해, 올해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다. 다만 대상자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 50% 이하 가정(4인 가족 기준 195만6천원)으로 한정된다. 장애인 부모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믿을 만한 재활치료 인프라를 개발하고 확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118개 시·군·구가 이 사업을 시행했지만, 바우처를 쓸 수 있는 치료기관은 226곳에 그쳤다. 시·군·구당 평균 두 곳꼴인 셈이다. 그나마 일부 지역에 몰려 있어 바우처 이용 기관이 당진군처럼 딱 한 곳인 데도 흔하다.

충남 장애인부모연대 회장 박성희(42·충남 홍성군)씨는 “올해부터 저소득층만 지원을 하기 때문에 우리 군은 대상자가 절반 이하인 30명으로 줄어들었다”며 “수지가 맞지 않아 인프라가 무너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바우처 혜택이 없으면 사설 치료기관은 월 20만~30만원이 들어서, 3만원짜리 복지관 대기 줄만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예산군과 보령시처럼 치료사를 구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이처럼 치료 인프라가 양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치료의 다양성 같은 질적 측면은 더욱 떨어진다. 특정 분야를 전공한 치료사가 있어도, 정작 수요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없는 기관도 많다. 장애 종류와 정도에 따라 맞춤형 치료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바우처를 22만원어치 들고 있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나는 이유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는 “전국 시·군·구의 절반이 군 지역인데, 치료사 한 명을 찾기 힘든 곳이 수두룩하다”며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면 치료시설이 늘기는 하겠지만, 지역간 양적·질적 불균형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민생뉴딜> 관련기사 모두보기 >>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