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8-07-26   911

[서울시교육감직선 릴레이기고-1]교육감 선거를 바라보며

김여진

 7월 30일에 서울시의 교육감을 직선제로 선출한다. 중앙정부 임명과 간선제를 거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직선제다. 이는 시민들의 뜻을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감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시민들에게는 낯선 자리를 직선제로 뽑는다니 그 부담은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는 ‘낮은 투표율’이라는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교육감이라는 자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앞서 말한 ‘막강한 권한’이란 쉽게 말해서 서울시의 초등, 중등 교육을 몽땅 책임지는 자리를 말한다. 더 쉽게 말한다면 초등, 중등 교육에 관한 논쟁의 핵심, 이를테면 0교시나 자사고와 같은 항목에 대해 0교시 실시여부 혹은 자사고 설립 허가 등과 같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이다. 게다가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6조원 정도라고 하니 직선제로 뽑는 모습이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교육감 선거전 양상을 보면서 의아하게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교육감 후보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 속에 후보자들의 교육관, 이른바 교육철학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후보들의 공약이나 현재 서울시 교육의 문제점 인식을 보면 누구를 뽑아도 다 잘 될 것 같다. 입시경쟁, 사교육 등 서울시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서 각 후보들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공약? 후보별로 생각하는 서울의 학교에 대한 밑그림에 차이는 있지만 그것이 어떤 하나의 ‘처방’이라는 면에서 성격은 같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교육이 가지고 있는 특징에 대해서 중요한 것은 ‘독립성’과 ‘예측불허’라고 생각한다. 독립성이라는 것은 이번 교육감 선거에 있어서 정당추천제를 하지 않는 이유와 이어져 있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또 하나의 세계’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사회라는 자아의 확장에서 일정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게 된다. 그 거리 사이에서 교육을 받는 사람들은 인격을 도야하고 전인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되고 이를 통해서 일상이 사람들을 삼켜버리는 일 없이 시민들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게 한다. 이것은 교육이 독립적이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목표이자 교육 그 자체이다.

 또한 교육은 교육자나 학습자 혹은 일반 시민들, 누구든 아직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인간 활동이다. 어떤 훌륭하고 멋진 교수법이라고 하더라도 학생에 따라서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렇게 우리 사회에서 강조하고 있는 외국어에도 결코 왕도가 없다. 어학연수(이것도 노출만으로 성과를 가늠하기는 어렵다)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교육철학자이자 남미의 문맹퇴치운동가인 프레이리의 문해교육 성과를 생각해보면 외국어에 대한 문제제기식 교육이 주는 시사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외국어교육과 프레이리의 문해교육을 기계적으로 비교하는 것에는 분명 맞지 않는 부분이 있겠지만 언어라는 큰 틀에서 교육을 바라보았을 때에도 매우 다양한 방법과 이론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것이 모두 교육이 가지고 있는 다양하고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는 색깔을 의미하는 한 조각이다.

 간단하게 두 성격으로 짚어보았듯이 교육이라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인간 활동이고 교육감은 그 활동을 총괄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지금의 교육감 선거는 다분히 문제인식과 그 처방에 한정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처방의 경우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고 또 학교, 학생들마다 그 양상은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 결정한 처방은 후보자의 어떤 교육철학이 있고 그 잣대를 통해 서울시 교육을 진단했을 것이다. 이것을 한데 묶고 또 순기능이 더욱 잘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후보의 행정적 역량이 아닌 철학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어떤 학교, 어떤 제도 도입과 같은 이야기뿐이다. 때문에 지금 교육감 선거전의 모습은 마치 투기와 같다. 연결고리가 하나 빠져있다고 느껴지지 않는가?

 교육을 어떻게 독립시킬 것인지도 후보자들의 철학이 담겨 있다. 각 후보들은 저마다의 이상적인 교육의 밑그림이 있다. 그 밑그림이 우리의 사회와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는지 파악한다면 그 후보의 교육철학은 자연히 수면 위로 떠오른다.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 결코 동떨어졌다거나 방관한다는 것이 아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너무나 당연한 것, 사람들을 매몰시키는 일상과 거리를 둔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자유 의지는 거기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다. 그 과정을 교육감은 어떻게 독립적으로 표현하고 있는가? 사회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거리를 두어 학교에 옮겨다 놓은 후보는 없고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각 후보는 무엇을 선택한 것일까? 그 기준을 바꾸어 말해 교육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보가 그 후보 같은 시민이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다면 그 후보들이 가지고 있는 교육철학, 만약 이 말이 조금 낯설다면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교육관을 따져보기 바란다. 그것이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각 공약들의 성공여부, 도입배경 그리고 정당과의 유착설, 교원단체와의 유사성 등의 이슈들을 하나로 꿰뚫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점이 시민 개개인의 교육철학과 연관된다면 주저 없이 그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 바란다. 철학 없는 투기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히틀러의 예만 보고도 알 수 있다. 결과는 뽑은 사람이나 뽑힌 사람 모두에게 불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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