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14-11-18   907

[판결비평] 도박중독자는 스스로 책임져라?

 

한 도박중독자가 규정상 1회 1천만원이라는 베팅 한도액을 초과하여 도박을 했습니다. 카지노 사업자는 이 사실을 알고서도 묵인했습니다. 그 결과, 도박중독자는 200 여억원의 재산을 날려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전적으로 도박중독자의 책임일까요? 카지노 사업자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일까요?

대법원은 1, 2심과 달리 ‘자기책임의 원칙’을 들며 자신의 의사로 카지노를 이용한 이상, 지나친 손실을 입지 않도록 카지노 사업자가 보호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나라 도박중독유병률은 선진 외국에 비해 3-4배나 높다고 합니다. 도박중독의 폐해에 대해 모두 자기책임의 원칙으로 돌리고, 사업자나 감독기관 등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판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도박중독자는 스스로 책임져라?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0다925438 전원합의체 판결

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김소영 대법관

 

이헌욱 변호사

이헌욱 변호사

 

 

    이헌욱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본부장 (변호사)

 

 

대법원은 지난 8. 21. 카지노 이용에 있어서 카지노 사업자가 이용자의 도박중독 및 그로 인한 재산 손실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민사적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였다. 

사안은 강원도 정선에 있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서 운영하는 회원영업장에 출입하면서 2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탕진한 원고가 카지노를 상대로 카지노의 법령위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었으므로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관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카지노 사업자의 법령위반행위를 일부 인정하고 이로 인한 피고의 손해 중 15%를 배상할 것을 명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피고 쌍방이 상고를 제기하였는데 대법원은 카지노 사업자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원고는 카지노 사업자의 법령위반행위로 카지노 직원이 대리베팅을 조장함으로써 법령상의 베팅한도액(1회 1천만원)을 위반하고 또한 원고의 아들인 정모씨가 원고는 도박중독자이므로 카지노 출입을 제한시켜 달라고 요구하였는데 카지노 사업자가 아들의 적법한 출입제한요청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계속 출입시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게 하였다는 주장을 폈다. 

 

대법원은 3년 6개월이 넘는 장기간의 심리를 거쳐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카지노사업자가 카지노 운영과 관련하여 카지노 이용자가 게임으로 지나친 손실을 입지 아니하도록 보호할 의무가 없다는 법리 아래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원고가 주장한 카지노 사업자의 법령위반행위 중 카지노 직원이 베팅한도액 초과 베팅을 조장하였다는 부분에 대하여는 카지노 사업자의 베팅한도액 준수의무는 법령상의 의무이기는 하지만 단속규정 위반으로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뿐 손해배상책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하고, 출입제한규정 위반에 대하여는 ‘카지노 이용자가 자신의 의지로는 카지노 이용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도박 중독 상태에 있었고 카지노사업자도 이를 인식하고 있었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인식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카지노 이용자나 그 가족이 카지노 이용자의 재산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하여 법령이나 카지노사업자에 의하여 마련된 절차에 따른 요청을 하였음에도 그에 따른 조처를 하지 아니하고 나아가 영업제한규정을 위반하여 카지노 영업을 하는 등 카지노 이용자의 재산상실에 관한 주된 책임이 카지노사업자에게 있을 뿐만 아니라 카지노 이용자의 손실이 카지노사업자의 영업이익으로 귀속되는 것이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카지노사업자의 카지노 이용자에 대한 보호의무 내지 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지만, 원고의 경우에는 아들의 출입제한요청서를 카지노 사업자가 접수하여 출입제한자로 등록하기 전에 아들이 전화로 출입제한 요청을 철회하고 출입제한요청서의 반송을 요구하였으므로 적법한 출입제한 요청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카지노사업자가 원고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할 의무가 없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대법원의 다수의견에 대하여 베팅한도액 제한규정 위반과 관련하여서는 대법원 2인의 반대의견이 있고, 출입제한행위와 관련하여서는 대법관 6인의 반대의견이 있다.

반대의견(대법관 김용덕, 조희대)은 베팅한도액 제한규정은 단순히 일반 공중의 사행심 유발을 방지하고 단속하기 위한 규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카지노사업자가 카지노 이용자와 카지노 게임을 하면서 합리적인 판단력과 자제력을 상실한 카지노 이용자의 사행심에 편승하여 이용자의 과도한 베팅금액으로 인한 과다한 손실을 밑천으로 사업자의 이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을 베팅한도액을 정한 중요한 이유로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베팅한도액 제한규정은 카지노의 사회적 폐해를 억제하기 위한 공익보호규정인 동시에, 구체적인 카지노 게임에서 카지노 이용자의 과도한 재산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카지노 이용자 개인의 재산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도 반드시 지켜져야만 할 규정이라고 보았다.

 

출입제한행위에 관한 반대의견(대법관 김용덕,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 조희대)은 카지노 이용자의 가족이 출입제한요청을 한 경우 카지노사업자 소속 직원들이 고의 또는 과실로 출입제한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카지노 이용자가 카지노를 이용함으로써 재산상 손실을 입은 경우에는 그러한 손해는 출입제한 조치 위반행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이므로 사용자인 카지노 사업자는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카지노출입관리지침이 카지노출입제한 요청을 문서로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그 철회 역시 문서로서 하여야 하고, 따라서 원고의 아들이 단지 전화로 출입제한요청을 철회하겠다고 한 것은 그 시기와 상관없이 효력이 없으므로 카지노 사업자가 원고에 대한 출입제한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에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한 것은 카지노 이용자인 원고에 대한 보호위무를 위반한 것이어서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자기책임원칙을 들어 카지노 이용자도 자신의 의사로 카지노를 이용한 이상 카지노 이용에 따른 손실을 자신이 부담하여야 하고 이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카지노 사업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한다. 자기책임원칙에서 말하는 ‘책임’이 어떠한 유형의 계약에서도 자발적으로 계약을 했으니 아무리 가혹한 결과가 나와도 계약에 따른 책임은 각자 개인이 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에 대하여도 자기책임원칙이 적용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은 대등한 당사자 사이에서 인정되는 일반적인 자기책임원칙과는 매우 다른 내용일 수 밖에 없다. 대법원은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이용계약에서의 자기책임원칙이 어떠한 내용이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깊은 통찰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추세나 사회 변화에 매우 둔감한 것처럼 보인다. 

 

도박은 생리적 흥분을 유발하는 몰입형 놀이이다. 모든 놀이가 다 몰입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도박은 특히 몰입의 정도가 심하다. 전 재산을 잃거나, 이혼을 하거나, 자살에 이르게 될 정도로 도박은 매우 강렬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30세 이전에 도박에 대한 자기통제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도박에 손을 대면 안 된다고 한다. 도박에 대한 자기통제능력이 없는 사람이 도박에 손을 대면 매우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 

도박의 부작용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도박중독 문제이다. 도박중독은 도박으로 인한 여러 가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하고자 하는 충동을 자제하지 못하여 개인, 가족 및 직업생활에 심각한 손상을 받는 상태를 말하고, 도박중독은 개인과 가정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2012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조사 발표한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유병률은 CPGI로 7.2%(중위험 도박자 5.9%, 문제성 도박자 1.3%)로 2010년의 6.1%(중위험 도박자 4.4%, 문제성 도박자 1.7%)에 비하여 1.1%포인트 높아졌다. CPGI로 측정한 외국의 도박중독유병률을 보면, 영국이 2.5%(2010년), 프랑스가 1.3%(2010년), 호주가 2.4%(2010년), 뉴질랜드가 1.7%(2009년) 등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유병률이 선진 외국에 비하여 3~4배 높아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과도한 도박은 개인에게 스트레스, 우울증, 분노, 건강 악화, 자살 등의 문제를 야기함은 물론이고 가족 간의 대화 단절, 가족의 무시, 가정폭력, 재정적 어려움, 파산, 실직 등을 초래하여 가족관계를 파탄시킨다.

도박 중독자 확산은 가정파괴, 자살, 도박자금 마련을 위한 절도, 강도 등 사회 범죄를 증가시킨다. 도박은 그것이 합법적인 사행산업이라도 단기적으로는 사행산업 내 고용이 증대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반면, 주변의 생산적 사업에서는 고용이 감소하는 효과를 유발한다. 특히, 도박중독자는 도박중독으로 인하여 직업의 변화를 겪거나 실업자가 되는 경우가 많고 도박은 사회적 비용도 증가시킨다. 도박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한 도박중독자 치료 비용, 사행사업자 관리․감독 비용, 범죄예방 시스템 구축비용, 범죄자 증가에 따른 교정비용 등의 비용을 증가시킨다. 도박중독은 실직과 가정파괴의 원인이 되므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보장비용을 증가시킨다. 도박은 사행심을 조장하여 경제 생산성을 하락시킬 수 있고 근로의욕 감퇴와 실업을 초래하여 인적 자본을 사장시키며, 결국, 성장잠재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주 이용층인 서민경제를 파탄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의 ‘도박문제의 사회․경제적 비용 추계’ 연구보고서(2010. 12.)에 의하면, 도박중독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2009년 현재 도박중독 유병률 [CPGI 기준으로 중위험도박(4.4%) + 문제성 도박(1.7%)]인 6.1%를 기준으로 총 78조원에 이르러, 우리나라GDP 대비 약 7.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2000년 48조 대비 약 62%의 증가율을 보였고, 지난 10년 간 사회·경제적 비용 평균 증가율은 6%로 나타났다. 도박중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시대로 접어들어 인구는 정체되어 있고 노동인구는 감소하는 현 사회현상을 감안할 때, 이는 상대적으로 더욱 큰 사회적 비용으로 자리매김하고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 자명하다. 또한 시나리오 분석에 의하면 2050년에는 우리나라 GDP의 약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에 이처럼 도박이 만연하고 도박중독유병률이 매우 높으며 도박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수십조를 넘는 것을 고려할 때, 카지노 이용에 있어서 도박중독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실, 카지노라는 것이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라 불법도박과 도박중독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설계된 것이다. 형식적으로 허가만 받았다고 합법 카지노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박중독을 예방하는 안전장치를 구비하여야 비로소 내용적으로 적법한 카지노가 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도박의 확산과 그에 따른 도박문제의 심각성이 증가함에 따라 책임도박 정책이 광범위하게 도입되고 있다. 사행산업의 합법화 추세 속에서 정부와 사행사업자는 도박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으며 이용자 역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도박의 위험에서 이용자 보호 책임의 형태를 개념화한 것이 바로 책임도박이다. 

 

책임도박은 사행산업 이용자가 책임있는 도박행위를 할 수 있도록 사업자에게 적절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구한다. 대법원이 카지노 사업자가 거래의 상대방인 카지노 이용자에게 손실이 발생하지 아니하도록 하는 등 상대방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배려할 일반적인 의무는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본 것과는 달리, 책임도박에서 책임은 이용자 뿐 아니라 사행산업 감독기관 및 주관부처(정부), 사업자,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도박행위에 있어서 도박의 위험성에 대한 정보제공, 규제 정책 시행 등을 통해 미리 이용자가 도박중독으로부터 예방될 수 있도록 실시하는 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이러한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여 이용자가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것을 요구한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지만 도박중독이 이미 발생한 이후에 치유하는 것보다 병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보건적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책임도박 정책이 전 세계적인 정책 방향이 되고 있는 것은 합법적인 도박이라도 그로 인한 도박중독 등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며 도박중독을 예방하지 않고서는 사행산업이 유지되기 어렵고 도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개인의 노력뿐 아니라 사업자와 정부, 감독기관이 모두 이용자가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이용자 보호 책임을 나누어져야 함을 뜻한다. 따라서 카지노 이용계약에서 자기책임원칙은 카지노 이용자가 도박중독에 빠져도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카지노 이용자가 도박중독에 빠지지 않고 자기책임으로 도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용자 보호장치를 완비하여 감독기관, 정부, 사업자가 모두 각자 자기의 책임을 다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카지노 사업자가 카지노 이용자의 도박중독 위험을 예방할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다면 카지노 사업자는 도박중독자를 상대로 하여서도 돈만 벌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카지노 허가권이 카지노 이용자를 도박중독자로 만들고 도박중독자를 상대로 도박판을 벌여서 돈을 버는 행위까지도 인정하는 허가라는 것인가? 문명국가에서 도저히 그런 법해석을 할 수는 없다.

 

 

* CPGI : Canadian Problem Gambling Index (4점 척도로 된 9개 문항에 대해서 중위험성 도박 3-7, 문제성 도박 ≥8),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도박중독유병률 척도로 최신 유사 연구가 많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