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9-08-04   985

이제 기자회견의 자유마저 박탈하나요?

“정권은 짧고, 광장(국민)은 영원하다”는 진실 깨달아야
 

안진걸 참여연대 사회경제국장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패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과감하고도 빠르게 민주주의와 인권, 서민의 생존권을 파괴하고 남북관계마저 파탄으로 몰고 가는 정권이라는 것은 익히 잘 알고 있고, 충분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도 했지만, ‘기자회견’까지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집요하게 탄압할지는 꿈에도 예상 못했습니다.

‘기자회견’은 지난 20여년간, 기자회견 주체의 의견 표명의 자유와, 이를 알고 싶어하는 국민의 알권리, 그리고 언론사의 취재의 자유(언론의 자유) 차원에서 폭넓게 자리잡아온, 평화적인 의사 표현 방식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러나 서글프게도 대한민국은 이제 기자회견마저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없는 나라가 됐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기자회견 현장을 덮치고, 불법 연행하고, 탄압하는 일이 만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7월 중순에는 ‘등록금 문제 해결하라’는 등록금넷의 기자회견장에 난입해 이원기 한대련 의장을 폭력연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수없이 많은 기자회견장에서 경찰들의 협박과 폭력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예는 8월 3일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시민의 품으로’라는 취지 하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당의 서울시당과 문화연대, 참여연대, 서울시민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최하고, 50여명이 넘는 기자들이 열띤 취재를 진행하고 있던, 기자회견 현장을 ‘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경찰이 이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아가 기자회견장에 난입하여 기자회견을 무산시키고, 참가자들을 강제 연행하는 모습을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입니다.

“정권은 짧고, 광장(국민)은 영원하다”는 피켓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그런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이 이명박-오세훈에게 유리한 행사만 열리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불편한 행사도 열릴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민주주의와 헌법정신이고 광장의 참 의미라는, 평범한 진실을 외치고 싶었던 것이었고, 언론사와 기자들의 경우도, 광화문 광장에 대한 다양한 의견 중에, 이런 의견도 있다는 것을 취재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문화연대, 인권단체연석회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야4당은 3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 광장에 표현의 자유를!’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화 시위가 금지된 광장은 닫힌 공간’이라고 주장하며 광화문 광장 조례안 폐지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가운데 ‘불법집회’로 규정한 경찰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ohmynews)

기자회견은 집시법상의 집회가 아니기 때문에 집회 신고 의무가 전혀 없습니다. 이는 지난 20여년간 합리적으로, 합헌적으로 정착된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사표현 문화이기도 합니다. 기자회견은 기자들이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참가자들이 경찰이 ‘걱정하는’ 어떠한 행동도 전개할 수가 없습니다. 오로지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형식입니다.(법원의 판례들을 봐도 기자회견은 집회가 아닌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물론, 기자회견장을 현저히 이탈하여 집단 행동을 한 특수한 사례에 대해서는 간혹 집시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이 들어서서 검경을 앞세운 강압통치가 본격화되면서, 야외 기자회견에 대한 탄압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법에도 없고, 판례에도 없는 경찰 나름의 독특한 기준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며, 기자회견을 미신고 불법집회로 몰아 가고 있습니다.

“구호를 외치지 않으면 기자회견이고, 구호를 외치면 불법 집회”랍니다. 누가 설정한 기준인가요? 우리 국민들이나 국회에서, 법원에서 동의한 적이 한번도 없는 기준입니다. 대한민국 경찰들은 우리 국민들이 아니거나, 국회나 법원의 판단 밖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인가요? 기자회견을 하면서 구호를 외치든, 피켓팅을 하던, 퍼포먼스를 하던, 그것은 취재하는 기자들과 기자회견 주최 측이 논의하고, 정할 문제이지 권력이, 경찰이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기자회견장에서는 기자들도 기자회견의 한 구성원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한 기자회견 주최자들의 의지를 잘 드러내기 위해(매체를 통해 국민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구호가 필요하다거나, 퍼포먼스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의견을 수시로 전달하기도 하고, 기자회견 주최측은 필요한 범위내에서 기자들의 요청에 응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이제 경찰이 기자회견의 내용과 형식까지도 규정하는 나라가 된 것입니다. 기자회견을 시작하면 경찰들의 조직적 방해가 시작됩니다. 기자회견 참여자는 10여명 정도인데, 경찰은 심지어 수백명까지 출동합니다. 기자회견장의 엠프는 작은 소리밖에 못내는데, 경찰은 엄청난 소리를 내는 스피커로 기자회견을 방해하고, 참가자들을 살벌하게 협박합니다. 그 정도가 하도 심하니까,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경찰들에게 항의하는 일도 종종 발생합니다. 취재를 방해하는 일이 이제는 일상다반사가 되버렸기 때문입니다.

그 수십-수백명의 경찰들과 형사들이, 그 평화롭고 자율적인 기자회견장이 아니라, 민생치안이 위협당하고 있는 현장을 담당한다면 우리나라 강력범죄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국민들의 호소를 경찰들은 아예 무시합니다. 국민들을 일상적으로 무시하고, 때로는 적대시하는 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합니다. 몇몇 뜻있는 경찰들도 ‘이건 정말 아니다’라며 한탄합니다. 대한민국 경찰이 권력의 시녀로 변질돼, 이미 합리적으로 정착한 표현 문화마저도 탄압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자괴감을 표시합니다.

또 백번을 양보해서 어떤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법원의 판례에 근거해봐도 기자회견의 범위를 벗어나는 집단행동이 있어서 단속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고 해도, 공권력을 투입해 참가자들을 현장에서 연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닙니다. 가장 합리적인 경찰력 행사 방안은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국민들의 의사표현을 최대한 보장해주되, 혹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 사후적으로 처리하는 것입니다.

현장에 직접 경찰력을 투입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충돌이 발생하고, 불상사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공권력은 충돌을 야기하고, 불상사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행사되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충돌을 최대한 피하고,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에서는 웬만하면 그냥 경찰력을 투입해서 ‘아수라장’을 만듭니다. 절제되지 못하고 함부로 휘두르는 권력의 전형을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못된 권력은 꼭 스스로든지, 민중의 힘으로든지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2012년까지 무려 100조에 달하는 이른바 ‘부자감세’를, 재벌 건설사에겐 4대강 죽이기로 무려 30조원 넘는 혈세를 낭비하면서도, 서민들에겐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하는 아주 비정상적인 나라에서, 이땅에서 가장 소중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질식되어가고 있는 아주 괴로운 나라에서 국민들은 저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사회에 많은 문제가 생기고, 권력이 국민을 기만하고 억압할 때를 위해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이고, 집회의 권리입니다. 혼자서 이야기하고 싶으면 1인 시위를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외롭기도 하고 또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으니, 국민주권의 대원칙에 입각하여 여러 국민들이 함께 모여 뭔가를 주장하는 것을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이 나라에서는 표현의 자유도, 집회의 권리도 철저히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사회적 비용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이라고 평가받아온 기자회견의 자유마저도 짓밟히고 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한 시인의 시처럼 ‘겨울공화국’같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국민주권이라는 대원칙을 되찾기 위해, 다시는 국민의 기본권이 말살되지 않는 세상을 쟁취하기 위해 치열하게 ‘행동하고 싸울 때’입니다. 참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기자회견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부터 되찾아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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