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희망본부 칼럼(cc) 2008-07-28   669

[서울시교육감직선 릴레이기고-2] ‘고3’, 한국교육에 바란다!

 

안녕하세요. 저는 곧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이번 7월 30일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생의 입장에서 한국 교육에 바라는 것에 대하여 논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온 저는 현재 유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학을 준비하기로 결심한 데엔 물론 여러 가지가 작용하였지만 가장 크게 제게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한국 교육의 현실입니다. 이에 대하여 특히 선생님과 입시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써 내려가 보려 합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공교육을 믿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의 선생님들은 인도적이기보다는 비합리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셨고, 폭력적인 언어와 체벌로 아이들에게 진정한 인성교육보다는 반감을 심어주셨습니다. 저는 신발을 제대로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발로 학생들의 얼굴과 몸을 구타하시고, 찜질방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학생에게 ‘창녀’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등의 심각한 사례들을 직접 목격했었습니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례가 아닐지라도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러한 선생님들의 행동을 지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몇몇 분들은, 특히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이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저는 아이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대하시며 또한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님들을 수없이 지켜봐 왔습니다. 그 분들은 회초리 없이도 감정이 아닌 논리로써 아이들을 설득하셨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임용고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를 채용하는 방법 중의 하나인 임용고사는 주어진 시험 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출제됩니다. 그들의 인격을 평가할 수 있는 면접 등의 제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수업을 평가하는 어떠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이러한 비인격적이며 무능력한 선생님들께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폭력입니까? 저는 임용고사의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교사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한을 학생들에게 부여함으로써 학생들의 인권을 지키고 한국 교육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저는 대한민국의 입시 현실에 대해 논하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와 관련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하나의 시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고등학교 3년도 모자라 이젠 중학교 때부터 수능을 준비하며 학생 시절 대부분을 수능에 매달립니다. 12시까지 진행되는 야간 자습, 새벽 3시, 4시까지의 학원 수업 등에 시달린 학생들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학교에서의 오전 수업은 수업이 아닌 취침 시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십 대는 한창 꿈이 많을 나이이며, 그러한 이유로 학교, 학원에 갇혀 문제만 풀고 있을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보아야 할 나이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대학은 어떻습니까? 물론 미국의 대학 입시에도 미국 대학의 수능이라 불리는 SAT라는 시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학은 이 시험의 점수만을 기준으로 하여 학생을 뽑지 않습니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학생의 인격을 가장 중요시 여겨 학생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무엇을 했는지, 학생의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잣대로 놓고 학생들의 입학 여부를 판단합니다. 실제로, SAT를 만점 맞은 학생들임에도 활동(Activity)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부족해 불합격의 고배를 마셔야 했고 낮은 점수의 SAT임에도 활동과 에세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명문대에 합격했던 학생들의 사례가 매우 많습니다. 또한 SAT는 고등학교 3년 간 지정된 날짜에 맞춰 시험 횟수에 제한 없이 치룰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는 한 번의 시험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터무니없는 수능의 시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시험입니다.

 이러한 미국 대학 입시에 맞춰 미국 학생들은 점수에 목매달기보다는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가치관을 성립하기 위해, 되도록 많은 경험을 하려 노력합니다. 저도 유학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대회도 참가하였고 여러 가지 자원 봉사, 인턴십도 적극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제가 원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그에 맞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수능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고등학생들과 다른 공부를 하면서 한국 교육의 입시 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국의 대학들도 점수뿐만 아니라 학생의 인격, 가치관, 비전에 초점을 두고 학생들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학들은 책상에 앉아 답을 잘 찾아내는 학생들이 아닌 실천력 있고 창의적이며 세계에 뛰어드려는 학생들을 유치시킬 수 있고 학생들 또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대학교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도 마찬가지로 수업과 자습만 강조하는 대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교육과 관련하여 선생님과 입시 현실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첫 직선제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서울시 교육감은 제가 거론한 문제 말고도 예산 집행, 학원의 영업시간 제한 및 학원비 책정, 고교신입생 배정 방식 결정, 0교시 수업 실시여부 및 교사의 촌치 및 체벌 등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 관심을 갖고 투표해 주셔서 대한민국 교육에 새로운 출발점을 찍을 좋은 교육감이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투표의 의무를 다할 때에 개혁이 이루어지고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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